- 반복되는 인성검사,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귀하의 역량은 우수하나…”
이 문장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제목만 봐도 안다. 또 탈락이다.
중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고,
현지에서 실무 경험도 나름 쌓았다.
그런데도 한국의 취업 시장은 냉정했다.
자소서를 내는 일이
물속으로 돌멩이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 반응도 없이, 조용히 가라앉기만 했다.
입사원서만 쉰 번은 넘게 썼다.
이젠 누가 내 이력서를 열어보기라도 했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영업직이라도 해야 하나…’
그건 타협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무언가 내 손에 잡히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끝도 없이 미끄러지는 슬라이드 위에 놓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왕감자님, XX그룹 영업직 서류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다음 주 본사에서 1차 면접 예정입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드디어 누군가가 내 서류를 봤다는 느낌.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면접장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자리에 오는 데 몇 번이나 넘어졌더라?’
질문은 예상보다 직설적이었다.
“자기소개해 보세요.”
“우리 회사 취급 제품을 설명해 보세요.”
“중국은 왜 갔어요?”
“다른 직무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제안하면 해보실 생각 있으세요?”
“영업과 장사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내가 준비한 방식대로
침착하고 성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이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답을 맞히는 퀴즈구나.’
며칠 뒤, 연락이 왔다.
1차 면접 합격.
하지만 다음 관문은
그 이름도 모호한 인적성검사였다.
1차 인적성검사는 무난했다.
수백 개의 질문에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OX 퀴즈의 인성검사
공간지각력, 추리력 등 지능을 테스트하는
말 그대로 똘똘한 사람을 찾는 적성검사
그리고 다음날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왕감자님. XX그룹 인사팀 H사원입니다.
어제 해주신 인성 검사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요.
적성검사는 문제가 없는데
인성 검사만 다시 한번 진행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 번 더?’
당황했지만, 다시 했다.
시스템적인 문제라 생각했다
그래도 두 번째 인성 검사는 훨씬 신중하게 풀었다.
하나하나 신경 써서 답했다.
그 다음날
또 전화가 왔다.
“왕감자님, XX그룹 인사팀 D팀장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 거의 없는데요...
왕감자님께만 세 번째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상무님이 왕감자님을 꼭 2차 면접에 넣으라 하셔서요.
인성 부분을 조금 더 신중히 봐주세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는 인성 때문에
인성검사를 세 번이나 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들이 보기에 나는 뭐가 부족했을까?’
너무 조심스러웠나?
너무 나 자신감이 넘쳤나?
그 순간부터,
이 취업이라는 과정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아니 사람이 아닌 직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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