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인사 발령
운전기사 생활이 끝난 뒤,
나는 다시 혼자 출근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입사 4개월 차.
조금씩 회사 생활에 적응해 가던 참이었다.
우리 팀은 매주 금요일 오후 정기 미팅을 하였지만,
그날은 이례적으로
월요일 오전 출근 직후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월요일 아침.
보통이면 새로 시작되는
업무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금요일 오후에 정기 미팅을 진행하였기에
별다른 안건이 있을 리 없다.
워킹타임으로는 단순히 몇 시간이 흐른
월요일 아침
회의실로 모이라는 팀장의 지시는
기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팀장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조직개편으로 팀이 사라질 것 같다."
순간, 회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A대리은 잠시 따로 이야기좀 하고,
B, C, 왕감자님 세분은
팀은 바뀌지만
하던 일은 계속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곧 인사발령이 뜰 거야."
회의가 끝난 시각은 9시 30분.
팀장님은 가방을 둘러메고
"집에 일이 있어 며칠 연차를 쓰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사무실을 떠났다.
그 이후로
그의 모습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 10시.
사내 인사게시판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인사발령(발령 즉시 시행)
SCM팀 P 부장(팀장) - 현행 유지
SCM팀 A 대리 - 경영지원총괄팀 발령
SCM팀 B 사원 - 경영지원총괄팀 발령
SCM팀 C 사원 - 경영지원총괄팀 발령
SCM팀 왕감자 사원 - C제품 서비스팀 발령
사무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멀쩡히 운영되던 팀이
팀장만 남기고
모든 팀원이 흩어진 것이다.
SCM팀장은 직급도,
팀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발령 공지에 이름이 올라있었다는 점이었다.
보통 인사발령 공지는
팀 이동이나 직급 변동이 있을 때 올라온다.
변동이 없는 팀장을
굳이 인상 발령 공지에 넣었다는 것은,
SCM팀은 해체되었고,
사실상 1 인팀이 되었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리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다.
SCM팀은 해체되었고,
SCM팀장은 혼자 남게 되었다는 사실을
당황한 건 우리 팀만이 아니었다.
경영지원총괄팀 팀장도,
C서비스팀 팀장도,
이번 인사발령 소식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
새로 팀원을 받게 된 팀장들도,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은 입장이었다.
사내는 묘한 정적에 휩싸였다.
누구도 자세한 설명을 들은 사람이 없었다.
곧 소문은 퍼졌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고
급여 대비 업무 효율이 높지 않은
말 그대로 가성비 안 좋은
팀장을 정리하기 위해
임원급에서 임금 절감을 목적으로
사실상 SCM팀 해체를 지시한 것이었다.
퇴사까지 몰지는 않았지만,
팀을 해체하고,
팀원들을 흩어내
자연스럽게 힘을 빼려는 의도였다.
SCM팀장은 퇴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존재감은
조용히 지워지고 있었다.
사회초년생이던 나는
그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결정적으로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직은
상황도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
그날 이후,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말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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