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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엄마 Feb 27. 2024

감자아빠의 셰프 도전기 3 (타진쿠스쿠스)

북아프리카의 무수분 뚝배기 ‘타진’이 등장했다



어느 날 택배 상자에서 날아갈 듯 매끈하고 아름다운 검은 ‘타진 Tagine ’이 나왔다. 감자 모녀는 마치 ‘알라딘의 램프’와 ‘램프 요정’이 날아온 것같이 매우 놀랐다. ‘타진’은 뚜껑이 뾰족한 원뿔 모양인, 무수분 無水分 또는 저수분 低水分  뚝배기다. 물이 매우 귀한 북아프리카 지역주민들이 물을 넣지 않아도 야채, 고기 등 식재료 자체의 수분만으로 요리가 가능한 그릇을 진흙으로 빚어 만든 것이다. 타진으로 만든 각종 찜 요리도 통칭 ‘타진’으로 불린다.


타진 쿠스쿠스



 감자아빠는 타진의 성능을 십분 활용한 ‘타진 쿠스쿠스 Tajine Couscous’를 만들었다. ‘쿠스쿠스’는 ‘세몰리나’라는 입자 굵은 밀가루를 빻아 만든 노란 좁쌀 모양 알갱이다. 이 가루를 쪄서 고기나 생선, 채소 스튜를 얹은 음식도 ‘쿠스쿠스’다. 쿠스쿠스 요리는 아프리카 북서부 마그레브(Maghreb, 아랍어로 ‘서방세계 西方世界’의 뜻) 지역 나라들인 튀니지, 모로코 등의 전통음식이지만 세계 요리로도 인기가 높다.

 

마그레브 전통 대로라면 쿠스쿠스는 인내와 화합의 공동체 음식이다. ‘쿠스쿠씨에’라는 대형 2단 찜기의 아랫단에 스튜를 끓이고 윗단에 쿠스쿠스 가루를 찌는데, 2시간 정도 기다려야 완성된다. 가족 행사나 종교 모임 때 만들어 함께 먹고 어려운 이웃에게도 나누어 준다고 한다.


 하지만 감자아빠의 타진 쿠스쿠스는 초고속 요리다. 뚜껑 있는 그릇에 쿠스쿠스 가루를 넣고 따뜻한 물을 1.5배 정도 붓는다. 뚜껑을 10여 분 덮어 익힌다. 스튜를 만들기 위해 강황가루, 계핏가루, 큐민가루, 생강가루와 소금, 후추로 조물조물 밑간 한 닭고기와 당근, 감자, 양파, 홍고추 등 야채를 타진에 담는다. 소주잔 한 잔 정도의 물 소량을 붓는다. 중약 불에 30여 분 끓이는데 여기서 타진의 신비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


 타진 뚜껑을 열자 닭 요리에는 양념 맛이 깊게 배어 있었고, 스튜 국물도 충분히 자작했다. 야채의 수분이 고이고 수증기가 수분으로 화한 것이다. 신기해라! 과연 타진은 북서부 아프리카 마그레브 원주민들의 깊고 깊은 지혜의 산물이구나! 감자아빠는 익힌 쿠스쿠스 가루를 스튜 가장자리에 플레이팅하고 나서 “타진을 만든 베르베르족 Berber, 북아프리카 지역 원주민을 위하여!”라며 건배사(?)까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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