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만큼 인기 있는 세계 요리가 있을까? 수십 가지, 아니 백여 가지 이상 있다는 파스타 중에 뭘 먹어볼까. 파스타 중 가장 오래된 파스타로 파스타의 ‘대모 大母 ’라고도 불리는 게 ‘카초 에 페페(Cacio e Pepe)’란다. 카초(Cacio)는 이탈리아의 중부 지방어로 '치즈'를, 페페(Pepe)는 '후추'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치즈(페코리노 로마노 Pecorino Romano 치즈)와 흑후추만 사용한 파스타다. 재료가 단순하니 레시피도 간단할 것 같지? 단순한 요리가 더 까다롭다. 감자아빠도 중급 이상 요리 실력이 붙고 나서 시도한 파스타이다.
카초 에 페페는 목동 문화 지역이던 로마에서 양치기들의 휴대용 이동식에서 유래한 음식이란다. 한 곳에 머물러 양 떼를 방목하는 기간이 대략 보름 정도 걸리는데, 이때 양치기들은 양젖으로 만든 고체형 치즈인 페코리노 치즈와 후추, 파스타, 이 세 가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짠하다.
치즈 그레이터로 곱게 간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잘 저어준다. 통 흑후추 소량을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절구에 정성껏 갈아서 넣는다. 볶은 통후추는 후추 특유의 풍미가 배가된다. 삶아 낸 파스타에 치즈 녹인 것과 흑후추 가루를 넣어서 잘 비벼준다. 접시에 단아하게 플레이팅하고 페데리코 로마노 치즈 가루를 면 위에 얹는다. 검은 비주얼이 드러나도록 흑후추 가루도 소량 뿌린다.
카초 에 페페는 맛의 차원이 달랐다. 간결하고 명확하달까. 뭔가 경건하게 먹어야 할 파스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