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화합과 장수의 기원 담은 교토의 ‘한 줄 우동’

by 감자 엄마

‘한 줄 우동’이라고. 그게 음식이 되나. 된다. 면 가락 한 줄만 담긴 우동을 일본 교토에서 만났다.

한줄우동.JPG


우동이라기보다는 간장 국물에 담긴 얇은 가래떡 같았다. 화합과 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일반 우동보다 면이 매우 굵고 쫄깃했다. 국물은 간장보다는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중심의 맑고 담백한 맛이었다.


한줄우동.JPG 한 줄 우동


교토는 일본 전통 우동 문화의 뿌리 중 하나이다. ‘한 줄 우동(잇뽄 우동)’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우동이 존재한다. 교토의 타와라야 식당은 이 한 줄 우동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대표 요리가 한 줄로 뽑은 긴 면발의 수제 우동, 잇뽄 우동(한 줄 우동)이다.


한 줄 우동은 면을 끊지 않고 한 줄로 길게 뽑은 우동으로 일본 전통에서는 ‘끊기지 않는 인연’을 상징해 혼례, 기념일 또는 가족 축하식 등에 자주 쓰였다. 이 우동은 헤이안~메이지 시대 교토 귀족 문화에서 발전했다. 헤이안 시대 때 교토는 귀족 문화의 중심지였고, 음식에서도 ‘모양과 의미’가 매우 중요했다. ‘끊기지 않는 한 줄 면’은 가정의 화합과 장수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사찰이나 귀족 가정에서 제례 음식으로 사용되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지역 장인들은 한 줄 우동을 교토 특유의 부드럽고 맑은 국물 문화와 결합시켜 지금의 형태로 발전시켰다.


_타와라야식당.JPG 400여년 전통의 타와라야 식당


1700년대 초기에 창업해 4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타와라야 식당은 이 한 줄 우동의 맛집이다. 굵기 약 1㎝, 길이는 약 50㎝ 이상 되는, 굵고 길게 만든 우동을 그릇에 담아낸다. 면은 100% 일본산 밀로 직접 뽑아 숙성시키고, 국물은 투명하고 감칠맛이 깔끔하다. 우동 한 그릇 외에 작은 종지에 생강즙 약간을 서빙할 뿐이다. 이 생강즙을 곁들이면 더욱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 교토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교토 우동의 정석으로 불릴 정도이다.


일본 우동은 지역별로 면발의 굵기, 식감, 국물, 재료 등이 다양하게 발달한 음식이다. 뜨거운 다시 국물에 면을 담은 기본형 우동은 가케 우동이다. 간장, 미림, 가쓰오부시, 다시마로 낸 국물이 특징인데 간사이(오사카, 교토) 지방의 우동은 맑고 연한 색 국물로 감칠맛이 나는 반면 간토(도쿄)는 짙은 간장색으로 향이 강하고 짠맛이 강하다.


가케 우동의 한 종류이기도 한 ‘한 줄 우동’엔 교토 식의 정갈하고 상징적인 음식 미학이 담겼다. 참 단순한 면 요리인데 또 그게 아니다. 끊기지 않는 인연, 장수, 화합을 기원하는 교토 의례 음식 문화의 산물이다. 경건한 우동을 만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교토의 상징, 니신 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