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02화 / 10장 아나트라의 흔적
장편소설 빛의 여정 102화 / 10장 아나트라의 흔적
헤르논 수도원에서 로이딘 일행이 머물면서 다시 연습장을 출입해야했다. 연습장과 신전 그리고 숙소와 도서관을 오고가며 육체 훈련과 주문 훈련을 계속 해 나갔다. 베일런이 사람이 아닌 야수나 괴물을 잡는 화살인 특수용 화살을 루네에게 다시 건네 쏘아보게했다. 그녀는 이전처럼 매기고 쏘는 것을 반복하지 못하리라 자신없어 했다. 활을 들고 쏘아보려했지만 심하게 팔이 떨리자 베일런은 쏘는 것을 멈추게 했다. 그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특수용 화살을 거둬들였다. 루네는 평소대로 훈련을 이어갔다. 시테온은 만신전에서 사색에 잠겨있었다. 과거의 스승들인 텝 오부자들이 이제는 영계와 세계를 이어주지 못한 채 세상 일에 옭아매여 그들의 삶을 위해 싸워가야만 했다. 시테온은 고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애써 무시하고자 했지만 무시할 수 없어 테오메자께 조용히 기도드렸다. 적어도 이단 추적대들을 언젠가는 작살내야 아나티리캄의 영혼들이 편히 영계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이단 추적대가 아나티리캄에서 산발적인 저항을 막아내고 있을 무렵. 최초의 저항자이자 텝 오부자였던 부로다치가 사망하고 나서 시체도 수습하지 못한 채 장례를 치루어야 했던 그의 아들 오부치가 이단추적대와 전면전은 당분간은 피하면서 대신 은밀히 준비하여 때가 되면 반격하려 하고 있었다. 아비인 부로다치와는 다르게 이성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사람들의 저항을 되레 막으면서까지 당분간은 참아야 한다고 설득하고 다녔다. 그래서 그의 태도에 어떤 텝 오부자는 아비를 판 놈이라고 욕을 했으나 오부치는 참았다. 불이 너무 뜨거워지면 빨갛다 못해 아예 파래진다고 했던 가? 오부치의 마음이 딱 그러했다. 그는 복수의 불꽃을 파랗게 피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주 중요한 소식을 최근 접하게 되면서 인내심을 키웠다.
북쪽 어느 촌구석에서부터 몰려온 야만적인 군대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나티리캄 바로 북쪽에 위치한 국경을 넘어 아보테 왕국을 치리란 소식을. 그는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야만인들이 언제 경계석을 넘어 대신 등을 긁어줄 지 지켜보고 있었다. 소식은 바슬라에게서 왔다. 그 야만인의 군대는 바로 아디일라였으며 그 지휘자는 몸소 참여한 국왕 피네로였다. 이전부터 아나티리캄에서는 북쪽 야만인들을 상대조차 하지 않았으나 가끔 바슬라로 넘어와서 어느정도 머리가 찬 듯 한 부족민들과는 거래를 했다. 더구나 출신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영원한 추위를 피해 몰려오다보니 누가 야만인이고 누가 고향사람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평소때와 같았으면 이 외부인들을 차별했겠지만 지금은 차별없이 나란히 학살하고 있는 아보테 왕국을 상대로 모두가 단결을 할 때였다.
아디일로의 왕 피네로도 아나티리캄이 현재 이단 단죄라 불리우지만 사실상 학살터로 변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신이 팔린 때를 이용해 몰아 칠 생각이었다. 밤 중에 피네로가 자신의 천막 앞에서 벌어지는 주술사의 점괘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주술사는 제물로 잡은 사슴의 두개골을 보면서 곧 일어날 전쟁의 가장 적절한 시점을 찾아보고 있었다. 야밤에 천막들을 불이 밝히고 있었음에도 근처엔 아보테 병사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히 아나티리캄에 정신이 빠진 모양임을 피네로는 확신했다. 주술사가 몇 일 밤 동안 불로야께 간구하며 불로야의 영감을 찾아내고자 애썼다. 4일째 되는 날. 주술사가 말했다.
"폐하. 바로 내일입니다. 내일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불로야께서 새벽부터 철퇴를 내리실 겁니다"
점궤가 내려지자 마자 군영내의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시간이 흘러 새벽 별이 흘러가고 있을 때 저 멀리 아래에서 천막을 모조리 접고 이제 야외에서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살벌한 무기들을 손에 쥔 군대가 열을 맞춰 조금씩 진군하고 있었다. 전쟁 북소리가 울렸다. 둥둥 소리를 내며 숲 속 동물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가게 했다. 피네로는 자신의 말을 탄 채로 위풍당당하게 친위대 사이에서 이동했다. 잎 없는 앙상한 나무와 야생 풀만 몇개 피어오른 평야에 길게 늘어선 아보테와 바슬라를 나누는 경계석을 아디일라의 병사들이 잽싸게 지나갔다. 이제 그들은 바슬라의 신세를 지지 아니하고 제 할 일을 하러 마침내 아보테로 들어왔다. 저 멀리 언덕 너머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피네로는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군대를 이끌고 연기가 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연기를 피우고 있던 곳은 국경 수비대의 야영지였다. 몇 십명도 채 있지 아니한 이곳은 말 그대로 파도에 부서지는 첫 모래성이 될 터였다.
전쟁 북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면서 처음에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망루로 올라가보았다. 저 멀리 불꽃들이 일렁이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몰려오나 싶었으나 이내 실체를 알게 된 병사의 표정이 공포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병사가 고래고래 소리친 시점은 이미 너무 늦었다. 아디일라의 병사들이 엄청난 속도로 승냥이 떼마냥 몰려와 화살을 퍼붓고 돌격을 시작했다. 자기보다 앞서 달려가는 부하들을 보며 피네로는 하늘을 보며 조용히 읆조렸다.
"헤헤, 이제 시작이다 시작."
103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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