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01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101화 / 10장 아나트라의 흔적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101화 / 10장 아나트라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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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딘이 아나트라에 대한 책을 읽다가 책장에서 우연히 다른 일화를 소개하는 책을 꺼내들어 펼쳤다. 집어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허무맹랑한 내용 투성이었다. 내부자료로 쓰이는 게 아닌 피데라시스 외부인들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고양서적인듯 했다. 아나트라가 하늘에 대고 소리치니 이삭들이 쏟아졌다거나 역병이 도는 마을에서 기도를 한번 올리고 그 자신이 물로 들어가니 마을의 더러운 물들이 깨끗하게 변하였다는 등의 기적과 보기드문 마법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그는 책을 다시 책장에 꽂고 또 다른 책을 꺼내들어 펼쳐 읽었다. 이번에도 아나트라의 일화들이었지만 방금 전 책과는 달리 진지한 내용들이어서 좀 더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그녀가 바구니를 짜던 그 무렵에 마을에서는 이상한 여자라고 소문이 났고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그녀가 피데라를 본 환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마을의 또래들이 이야기를 와전시켰고 급기야 그녀가 마녀 아니냐는 소문까지 퍼졌다. 잡혀가지는 않았던 모양이나 피데라를 만나 수련하는 과정에서 마녀라는 단어가 겉잡을 수 없이 다른 이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점점 말라가고 모습은 초췌하다 못해 사람 꼴이 아니면서 손가락질을 당했다. 가끔은 서글퍼 우는 소리가 동굴에서 울려퍼지는 날엔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저자는 아나트라가 선지자의 증언에서 했던 발언을 인용하며 설명한다.

"그녀는 이때 당시가 선지자로 서기까지 가장 힘든 과정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실로 잔인했지만 그보다 더 잔인한 세상에서 승리하기 위해 빛의 사도로써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로이딘이 아나트라의 삶 전반부를 평가하고 있는 책을 살피고 있을 무렵, 바로 근처 연습장에서 베일런이 자신의 제자 전투 수도사들에 대한 평가서를 정리하며 기록하고 있었다.


[전투 수도사 내면 수련에 대한 평가]

게타이라 : 조용하나 깊음이 없음. 주문에 대한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 추가적인 훈련이 필요

토마스 : 명료한 정신에 훌륭한 집중력을 보임. 그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휴식이 필요함

로이딘 : 사려 깊으나 소심함. 주문 훈련에 대한 인내심은 훌륭하나 가끔은 우유부단하여 집중도를 상실.

시테온 : 활력있고 적극적이며 주문에 대한 이해도도 훌륭. 그러나 인내심이 부족함.

루네 : 결단력있고 이성적 판단이 우수함. 그러나 가끔 다혈질 기질을 보임.

베일런은 전투 수도사를 훈련시키는 엑셀리 마스터로써 제자들의 장점을 살리되 단점은 보완해주는 데에 그 자신도 깊은 집중을 보여야 했다. 육체적인 단련은 지팡이를 매개로 하는 주문과 같아 내면의 힘을 살리는 데 필요한 준비물이였지만 결국은 전투 수도사로서 내면을 가꾸는 데 주력해야 했다.


항상 평가서를 작성할 때마다 그는 특이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고향 도시 헤르논에 위치한 술집 감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수수로 빚은 술을 들이키고 반쯤 취한 채 펜을 잡고 휘갈겼다. 한번은 진달라가 평가서를 쓸 때마다 왜 그러느냐 묻자, 객관적이지 않고 솔직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제자들을 감싸고 도는 자신을 느끼고는 술의 힘을 빌리고 있다 말했다. 그래서 마침 진달라는 옆에서 훌륭한 술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평가서만 자주 들여다보며 딴 소리를 하자 결국 진달라가 삐져서 그 날만은 겸상을 하지 않았다. 베일런은 솔직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쓰면서 말을 더럽게 안 듣는 제자를 욕하는 단어를 종이 모퉁이에 썼다가 급하게 잉크를 동원하여 지웠다. 그러면서 누가 보고 있는지 아닌지 두리번 거렸다. 연습 날이 아니었으므로 그 말고는 아무도 연습장에 있지 않았다. 다른 누구보다도 얀자 수도원장와 수비대장 바로사에게 들키면 체면도 체면이거니와 잔소리와 괜한 말다툼 등을 했기에 조심해야 했다.


수비대장 바로사가 한번은 술에 취한 베일런을 크게 꾸짖은 적이 있었다. 베일런 입장에서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며 경력도 비교적 짧아서 괜한 자존심에 두번 취해 그와 다툼이 일어났다. 소란에 주변에 수도사들이 듣고 연습장에 뛰쳐 들어와 말렸고 망치 소리에 익숙한 진달라가 그보다 큰 소리를 듣고 찾아와 벼락 같은 고성으로 그제서야 그들을 정신 차리게 했다. 그 후 바로사와 베일런은 서로를 어색해 하다 얀자가 화해시킴으로 진정되었으나 왠지 모를 어색함은 여전히 서로에게 남아있었다. 바로사의 성격은 철저히 외골수였고 수도원 규칙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수비대 수도사들을 가차없이 징계를 내렸다. 헤르논 수도원의 수비대는 전투 수도사들 중에서도 정예 중 정예부대이면서 동시에 수도사들끼리 들어가고 싶지 않아하는 기피 역할 중 하나였다. 군인이 상관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듯 바로사도 수도원장에게 복종했으므로 얀자에게 너무 빡빡하단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나서 그나마 수비대 생활에 숨통이 조금 트이게 되었다.


그는 또한 다른 왕국이나 부족 병사들의 용모와 달리 더 철저하게 수비대의 용모를 관리했다. 그 이유는 깔끔함을 넘어서 수염이 적에게 잡히거나 긴 머리카락이 잡히면 목숨만 날리는 하등 쓸모없는 약점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가 부임한 이후로 다 밀어버리거나 짧게 유지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그래서 다른 수도사들보다도 헤르논 수도원을 지키는 수비대는 짧은 머리에 짧은 수염 혹은 수염을 민 채로 본부를 지킨다. 세라가 한 번은 수도원의 종탑에 내려앉았다 실수로 종을 울리는 사고를 쳤었다. 소식을 들은 바로사가 보안을 우습게 아냐며 극대노하면서 세라를 죽이네 살리네 대놓고 활을 들고 쏘려 했던 적이 있다. 이 또한 얀자가 말려 세라는 살았고 세라는 바로사를 싫어한다.


술에 취한 베일런이 의식의 흐름대로 인물들을 스쳐 보내던 중 바로사가 떠오르자 창피함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급히 깃펜을 바로 잡고 정신을 차렸다.



102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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