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06화 / 10장 아나트라의 흔적
장편소설 빛의 여정 106화 / 10장 아나트라의 흔적
아나트라의 편지에는 편지를 읽고 있는 사람에게 그녀의 성물을 가질 권리를 부여했다. 또한 성물의 위치를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후대의 피데라시스 전우들이 나의 성물을 소중히 지켜주었으리라 믿겠다. 지혜를 찾는 자여. 피데라께서 빛이 흩날리듯 그의 영광이 깨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을 내게 보여주시니 감히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분은 장차 닥쳐 올 상황들을 준비하셨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애석하게도 여기 없을 것이라. 성물은 나와 같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는 세세토록 찾지 못하리라. 피데라께서 내게 명령하신 바대로 그것을 준비했고 나는 표징이 깨어나는 날을 지켜보지 못하고 이미 하늘로 올라갔으리라. 오히려 그 성물을 사용하는 날엔 비극이 찾아오는 날일 것이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아치는 시대일 것이라. 고로, 지혜를 찾는 자여 내게로 오라. 내가 그것과 함께 있으리니. 그대가 이 편지를 가지고 오는 날, 나의 귀가 열릴 것이다. 그대가 내게 속삭이는 때에 성물을 줄 터이니 그대는 그것의 온전한 소유자가 될 것이다. 동시에 부디 사명을 반드시 인내하고 끝까지 완수하란 부탁을 당부하겠다. 최후 승리가 그대에게 있음을 축복하노라 - 아나트라- "
"두려움이 몰아치는 시대", 로이딘은 검은 불꽃을 마주하고 나서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다만 성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표징이라 불리는 그 물건이 조각과 연관성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그의 영광이 깨져 사방으로"란 구절로 추측 할 수 있었다. 성물이라는 단어에 최근 얀자의 설교가 떠올랐다. 성자들의 무덤. 성자들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소수의 전투 수도사들을 위해 기도하자던 그의 설교. 피데라가 로이딘을 직접 인도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편지를 다시 고이 접고 품 안에 넣은 로이딘은 이미 베일런을 만나고 왔으므로 생각 정리도 할 겸 내일 만나 이야기 해주어도 늦지 않겠단 생각을 하며 도서관에서 나왔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는 수도원의 하늘과 빵을 굽고 있는 모양인지 좋은 냄새와 함께 식당 주방의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날 밤, 로이딘은 자신의 방 안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던 도중 닫혀있는 창문을 탁탁거리며 두들기는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조심스레 다가가 창문에 가까이 가보니 하늘에서 날아온 손님이 외쳤다.
"나야 나! 세라. 문 좀 열어봐 로이딘!"
로이딘은 피데라시스의 훌륭한 눈이 되어주고 있는 앵무새 세라를 마주했다. 그녀는 잠시 부리로 자신의 깃털을 정리하더니 문을 빼꼼 여는 로이딘을 보고 고개를 휙 돌리며 꽥꽥 거리며 인사했다.
"야하! 네 방은 처음 방문해본다."
창문이 전부 열리기도 전에 세라는 틈 사이로 날아 들어와 로이딘의 책상 앞 의자에 착지했다. 로이딘은 세라가 반가우면서도 명상하는 도중의 불청객 덕분에 복잡스런 감정이 들었다.
"웬일이야 세라, 내 방을 찾아오고?"
세라가 답했다.
"도서관에서 아나트라님을 만나기라도 했니? 놀라서 네 방을 찾아왔지 뭐야"
로이딘은 순간 멈칫하며 누구에게도 아직 꺼내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세라가 알았는지 싶었다. 편지는 이미 도서관 실내에서 숨기고 밖으로 나왔던 지라 창공의 세라가 볼 수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세라는 어색한 표정을 감지했는지 부리를 딱딱거리며 설명했다.
"로즈마리. 간만에 맡지 못한 향이 네 품에서 새어나오더군. 근데 웬걸? 아나트라님은 로즈마리 향을 자주 사용하셨지 뭐야?"
로이딘이 채 알지 못했던 희미한 냄새가 로즈마리인 줄은 몰랐다. 그는 코까지 예리한 세라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니 그건.. 도대체 어떻게 알았던 거지?"
세라가 깃털을 한 번 크게 부풀리더니 답 했다.
"냄새가 자극적인지 아닌지는 수도원을 지키는 한 사람...아니 한 동물로써 체면을 세워야 할 거 아니야."
로이딘은 세라에게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아 편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세라가 의자에서 뱅글뱅글 돌며 어서 빨리 책상에 놓아보라고 다그치자 로이딘은 하는 수 없이 고분고분 말을 따랐다. 세라는 머리를 편지에 가까이 대고 속독하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며 훑었다. 그러고선 꼿꼿하게 자세를 고쳐잡더니 로이딘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놀라운 발견이야. 나는 네가 조금 멍청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굉장하구나!"
로이딘은 그걸 칭찬을 받아들여할 지 잠시 머릿 속에서 계산 해야 했다.
세라가 말했다.
"아나트라님이 이런 편지를 남기셨다니. 성물이라. 근데 나는 이게 뭔지 몰라."
로이딘은 기대를 하지 않았으므로 세라의 말에 별 감흥이 없었다.
"뭐 그럴수도 있지. 내일 베일런하고 얀자 원장님께 물어보려고"
세라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물었다.
"근데 너, 아나트라님이 어디에 계신 지는 알고 있니?"
로이딘은 이미 머릿 속으로 알고 있는 정보를 이야기 했다.
"거기 그, 성자들의 무덤에 계시잖아"
그는 순간 말하면서도 혹시나 틀렸나 했다. 다행히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 공부 열심히 했네. 맞아맞아. 근데 거기까지 가기가 힘들어. 야만인들이 봇짐 싸들고 죄다 주변으로 몰려왔거든"
로이딘은 가는 데 한 세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리가 간지러운지 책상을 쪼는 세라가 로이딘이 생각 할 틈을 더는 주지 않았다.
"그래서, 네가 똑바로 가는 지 지켜 봐야겠어. 내가 그곳으로 인도 해 줄게. 성자들의 무덤 수호자들하고도 내가 친하거든?"
인맥 자랑하는 앵무새를 앞에 두고 로이딘은 뭐라 답할 지 몰랐다. 머리를 긁적이며 가는 데 괜찮겠냐는 그의 물음에 세라는 대답했다.
"너랑 시테온, 루네는 땅에서, 나는 하늘! 쉽네 쉬워!"
잔망스러운 앵무새가 다음 여정에 합류하기로 약속한 다음, 배려라도 한다듯이 저녁인사를 짧게 하고 다시 열린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밤 공기가 추워 얼른 로이딘은 창문을 닫았다. 책상에는 아나트라의 편지가 그대로 있었고 그는 편지를 집어 살포시 코까지 올려 향기를 맡아보았다. 희미한 로즈마리 냄새가 세라의 말대로 풍겼다. 로이딘은 세라가 개인지 새인지 잠시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아침에 로이딘이 발걸음 재촉이며 연습장을 가면서 진달라가 하품을 대문짝하게 하며 망치를 든 팔로 인사를 했다. 그도 가볍게 손짓을 했고 진달라는 대장간으로 짧은 다리로 열심히도 걸어갔다. 우물가에서 우물을 푸고 있는 수도사와 순찰을 돌고 있는 수비대 수도사들이 보였고 주변은 살짝 안개가 끼어있었다. 일정대로 연습장에 찾아간 로이딘은 베일런을 만나자 마자 그를 마주한 채 의자에 앉았다. 베일런은 평소와는 다른 로이딘의 급한 표정에 뭔가 싶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로이딘이 자신의 품 속에서 편지를 꺼내들었다.
"이것 좀 보세요. 베일런. 제가 아나트라의 편지를 발견했어요."
베일런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로이딘을 바라보았다. 일어난 지 얼마 안된 하루의 시작인데 제자 한 명이 엄청난 사고를 친 게 아닌 가 하는 찰나의 판단이 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베일런이 입을 재빨리 놀리며 출처를 물었다.
"뭐라고? 무슨 소리야 로이딘. 그 편지, 어디서 발견한거야?"
로이딘이 발견하게 된 경위를 알려주자 편지를 그간 찾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베일런은 부정하고 싶었다.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로이딘이 건넨 편지를 받고 읽기 시작했다.
"랜드. 이 자식, 도서관 정리를 그간 어떻게 해왔던 거야? 엄청난 물건을 왜 발견을 못한거야 대체!"
107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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