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12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112화 / 11장 성묘 수호대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112화 / 11장 성묘 수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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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가 꽥꽥거리며 수도원의 하늘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저 멀리 말을 탄 3명의 수도사들이 숲을 지나감을 보고 좀 더 높이를 낮춘 채 나무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따라왔다. 곧 로이딘 일행은 세라의 소리를 듣고 뒤돌며 맞이했다. 세라가 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녕! 수도사들? 베일런이 걱정을 많이 하더군. 나도 당분간 떠나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아쉽지 뭐야. 그래도 바로사의 낯짝은 당분간 안 보니까 너무 좋지 그래. 그럼 좋지!"

루네가 활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세라. 그간 나한테 말도 안하고 모습도 안 보여서 얼마나 서운한 줄 알아?"

세라가 팬서비스를 하듯 그녀의 안장 뒤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루네는 몸을 돌려 계속 보기에는 힘들었지만 세라가 뒤에 있음에 만족했다.

"정신 차려! 바슬라까지는 멀어. 멀다구!"


로이딘 일행은 도시국가 바슬라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전의 아나타리캄으로 향했을 당시와는 다르게 북쪽의 바슬라는 도로가 형편없었다. 아나티리캄은 헤르논까지 상인들이 왕래하는 직행도로가 있어 몇 일이면 국경 초소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바슬라는 거리도 수 배나 멀었다. 베일런이 성묘 수호대로 로이딘 일행을 보내는 것을 주저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슬라 그리고 라베스트리아까지의 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수도원 회의시간에 바로사는 라베스트리아까지 한 달이상은 소요될 것임을 경고했다. 그 전에 바슬라는 3주 이상은 걸릴 것이라 조언했다.


영원한 추위, 저주받은 추위가 몰아닥치면서 체감 상 거리는 더욱 멀게 느껴졌고 그 누구도 감히 걸어 가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화창하던 그 시절 그 무렵에는 피데라시스의 순례자들이 성묘와 수도원을 왕래하곤 했지만 지금은 꿈꾸는 것 조차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로이딘 일행은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리란 경고를 사전에 받은 지라 준비를 단단히 해야했다. 헤르논에서 벗어나면서 점차 자연 환경도 더 험난해지는 듯 했고 위로 바라 본 하늘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단단한 빵 조각을 물에 적셔 끼니를 때운 로이딘 일행은 수도원의 비교적 편안한 의식주 생활과는 다르게 불편하고 불확실한 야외 생활을 다시금 장기간 적응 해야 했다.


시테온이 안장 위에서 졸다가 울퉁불퉁한 길에서 몸이 흔들려 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각자 안장 뒤에 매달린 가방에는 빵과 물, 불을 지피거나 화폐로 사용하기 위해 약간의 이그네움도 함께 들어 있었다. 로이딘은 고삐를 잡고 시시때때로 정신이 멀쩡해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테온이 비몽사몽하면 루네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루네의 눈꺼풀이 무거워보이면 시테온과 이야기를 나눴다. 루네가 시테온이 비몽사몽 할 무렵에 자신이 사냥했던 동물들에 대한 일화를 로이딘에게 들려주었다.

"활 시위를 당기고 놓자마자 화살이 맞을 까 맞지 않을 까를 대번에 알 수 있지. 이미 아차 싶으면 빗나가는 거야"

그녀는 크리넬에서 멧돼지를 잡았을 때 얼마나 위험했는 지를 이야기 해주었다.

"곰, 늑대. 이런 놈들은 당연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다들 긴장한 채 마주하잖아. 언제였나? 한 번은 우리 사냥단에 신입이 들어왔어. 얼마 뒤 같이 떠났는데, 이 녀석은 멧돼지를 우습게 봤던 거지. 호기롭게 자기가 나서서 잡겠다고 했지만 덕분에 멧돼지 화만 잔뜩 돋궈버렸어. 물불가리지 않고 달려오는데 먼저 신입을 빨리 도망치게 했지. 그리고 멧돼지를 쏘아 쓰러뜨리고 진정시키는 데 얼마나 고생했는 지..."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자신이 했던 발언이 기억나서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저번에 주문썼던 날이였나? 내가 내 주문으로 너희들 고기좀 먹여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시테온이 언제 일어났는지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었다.

"그럼그럼, 네가 분명히 우리에게 잘 익은 뒷다리를 우리 입에다 하나 씩 물게 해주겠다고 선언을 했지!"

루네가 시테온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갸우뚱하는 체하며 답했다.

"음 그래? 뒷다리를 입에 물게 해주겠다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테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 미안. 앞다리 뒷다리 전부였어."

앞에 달려가던 로이딘이 피식 웃음소리를 내자 시테온은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로이딘도 맞다 하잖아"

루네가 활을 바로 잡더니 시테온 쪽으로 들이 미었다. 시위엔 손을 대지 않은 채.

놀란 시테온이 바로 사과를 했다.

"미안. 오류가 조금 있었던 것 같아. 그래 네가 토끼 정도는 잡아 줄 수 있었다는 것으로 기억해"

그러자 루네가 활을 거둬들이며 말했다.

"토끼도 아니거든. 그냥 사슴이나 잡아줄 수 있다 했었지"


하지만 지금 그들이 가는 도중에는 사슴은 커녕 토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황무지를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르논의 숲을 벗어나 마주한 북쪽의 황무지 지대는 야영을 한다면 말의 끼니만 때울 수 있을 정도의 겨울초들만 자라고 있었다. 약간의 개울이 전부인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변덕이 심한 곳이었다. 지대 중엔 꽁꽁 얼어서 미끄러워 한 치 앞도 못가는 곳이 있는 반면 어떤 곳은 진흙탕 투성이라 발이 빠져 역시나 한 치 앞도 이동하기 힘든 곳이 존재했다.



113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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