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14화 / 11장 성묘 수호대
장편소설 빛의 여정 114화 / 11장 성묘 수호대
"우릴 위해 기꺼이 이곳을 보호하는 자들을 위해 축복하노라. 피데라의 길을 걸었던 자들이 눈을 감아도 덕분에 안식을 누리리니. 낮과 밤을 그대들이 잠든 자들을 위하여 지키듯 피데라께서 그대들을 위하여 낮과 밤을 지켜주시리라" - 성자들의 무덤 입구에 쓰여진 "성묘 수호대를 위한 축복기도" -
성묘 수호대. 동북쪽 지방의 거진 모든 상인들이 피데라시스의 전투 수도사들을 용병으로 고용하려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성묘 수호대의 명성을 듣고 성자들의 무덤처럼 자신들도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줄까하는 기대에 수호대를 고용하려 했지만 성묘 수호대는 시험을 통과하고 자유의 길에 놓여진 다른 전투 수도사과는 다른, 철저히 라베스트리아 성자들의 무덤 수도원 소속의 사제겸 전사들이었다. 높아지는 몸값에도 수도원 측에서 칼같이 거부하여 장거리를 여행하는 상단들은 그와 비슷한 전투 수도사들로 만족해야 했다. 반면 전투 수도사들끼리의 평가는 엇갈렸다. 자유를 포기하고 헌신하는 전사들이라 하거나 지박령처럼 평생을 못 벗어나는 불쌍한 존재들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말들도 있었다.
다만 그들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감히 비아냥 거릴 자가 없었으니 있는 족족 성자들의 무덤을 침범하는 자들은 단 한번도 성자들의 무덤 동굴을 칼을 들고 들어간 역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덤을 지키는 수호대의 발 아래 쓰러지거나 요새화 된 무덤을 공략하다 흙으로 돌아간 절대 다수의 침략자들이 전부였다. 라베스트리아 도시가 백야의 날 그리고 영원한 추위 혹은 저주받은 추위라 불리우는 이상 계절에 무너지기 직전의 전성기에는 500명 이상이 넘는 집단이 무덤 한 곳을 지키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의 절반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진 10분의 1가량 만이 잔존 해 있다.
바로사가 헤르논 수도원의 수비대의 용모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서 얼굴에 난 털이란 털은 짧게 밀라 했지만 이곳 라베스트리아의 성묘 수호대는 각자 개성이 넘쳤다. 초창기 설립 당시에 무덤과 수도원 인근을 평생동안 못 벗어나니 아나트라는 성묘 수호대장에게 명하여 특별히 자신들을 일반인들처럼 꾸미거나 장난치는데에 제한을 두지 않게끔 내버려두라는 부탁을 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아나트라의 명을 아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성묘 수호대는 있어봤자 사용 할 곳이 한정되어 있는 돈을 수도원에 찾아오는 의류 상인들에게 유행하고 있거나 화려한 옷들을 왕창 구매하는 데 써왔고 성묘 수호대는 대륙의 의류상들에게 귀중한 손님이 되었다.
북쪽 지방의 추위와 환경에 개성은 하나도 없고 모두 털가죽을 둘둘만 옷에 칙칙한 양모를 끼어입고 사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알록달록한 옷들을 입고 성묘와 수도원을 지키는 자들이었다. 부풀어진 어깨나 허벅지 부분의 상하의는 싸우는 자들이 아닌 광대처럼 보일 정도였지만 그들은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한 번은 도적떼가 몰려와 땅굴을 파고 기습을 하면서 수도원을 공격했다. 성묘 수호대를 처음 마주하자 긴장의 대치속에 대놓고 웃어댄 적이 있었다. 진지하게 광대가 왜 모여있는지 궁금해하는 표정들도 있었지만 잠시 후 창칼이 맞부딪히면서 웃음은 후회로, 후회는 결국 죽음으로 끝맺게 되었다.
수 십차례가 넘는 성묘 침략사례가 있어 왔다. 수도원에선 밖에서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일일히 대응해 줄 필요가 없었지만 소문은 소문을 낳고 와전되고 뒤틀렸다. 누군가의 머릿 속 성묘 무덤은 금은 보화가 찬란하게 가득히 있으며 그 안에는 교단이 숨기고 있는 비자금 금고가 있었으며 다른 누군가의 머릿 속에는 칙칙한 추운 지방에 있는 성묘들의 무덤은 실내에 마련된 피데라시스들만의 낙원이 있으며 그곳엔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마법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숲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을 어떻게든 지켜내려 수호대를 두었다는 게 내용은 달라도 결론은 다들 그렇게 똑같이 마무리 지었다.
천 단위가 넘어가는 유목 부족이 공격해온 역사가 있었다. 당시 라베스트리아 초창기였고 아나트라가 눈을 감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구심점이 없어 혼란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계획된 침략이었다. 그러나 수 백명으로 이루어진 성묘 수호대와 수도원의 전투 수도사, 라베스트리아의 시민들이 합심하여 그들을 막아냈다. 이 승리를 기점으로 오히려 도시와 수도원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고 교단의 미래에 회의심을 품었던 자들이 태도를 달리하게 되었다.
양날로 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방패를 낀 채 찌르기 같은 속공으로 사정없이 적을 쓰러뜨린다. 전투에 임한 후에는 그들에게 자비를 구하는 것은 이미 흘러간 강물처럼 터무니 없었다. 평소의 복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투를 위해 무구들은 통일시켰다. 원형 방패를 들고 다니며 다 같이 모여 둥글게 방진을 형성하여 적의 투사체와 돌격을 막았다. 정예 부대인지라 피데라시스 교단에서 신경 써서 마련한 최고급 갑옷과 무기를 받았는데 체계를 갖추지 못한 도적 떼가 무기로 아무리 내리쳐도 손상 하나 없는 강철 갑옷은 전의를 상실케 했고 순식간에 살을 갈라내는 검은 적이 가진 갑옷과 방패로도 막아낼 수 없었다. 철퇴와 도끼도 이들의 무장이였으며 보다 효율적으로 적의 머리와 방패를 박살냈다.
무엇보다 이런 증명된 전투 실력도 실력이지만 대치하면서 적의 사기를 뚝뚝 떨어뜨리는 요상한 함성 내지는 주문을 외쳐댔다. 이들은 아나트라가 피데라시스의 역사를 써나가면서 적과 마주쳤을 때 자신을 따르는 교단의 전사들과 함께 외쳤던 "전투의 성가"를 따라해서 외치는 전통이 있었다. 적에게 돌격하기 전 마지막 외침은 이러했다.
"카카다아쿠누 푸티라!"
뜻은 이렇다. "너희들의 머리를 내놓아라!"
115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당신의 좋아요, 구독은 작가에게 창작의 에너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