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22화 / 12장 첫번째, 시험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2화 / 12장 첫번째, 시험
로이딘은 마안탄으로 호흡을 고르게 하며 순간적으로 들이닥친 짖궃은 장난을 극복하려 하고 있었다. 초상화들은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로이딘은 그들을 향해 차마 째려보기에는 무서워 살짝만 힘을 주고 쳐다보았다. 공중에서 밝혀진 불덩이는 활활 타올랐다. 전문가의 손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밑 그림을 하고 채색을 한 초상화는 각자 개성있게 그려져 있었다.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었다. 로이딘은 땀으로 목욕하면서 초상화들 앞으로 조심스레 다가가보았다. 돌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왼 편에 그려진 남성의 초상화 아래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전투 수도사 돈테"
남성은 수도복을 입고 머리에는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로이딘에게 인사했다.
"나는 돈테고 여기 나란히 있는 내 동료들은...뭐라고요? 굳이 말하지 말라고?..흠"
귓속 말을 전해들은 투구 머리의 초상화 돈테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했다. 초상화의 윤곽선이 움직였고 그에 따라 채색도 일렁거렸다.
"아직 낯선 이에게는 밝히고 싶지 않대. 좋아.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나?"
로이딘이 어리벙벙한 채 말을 하지 못하자 돈테와 동료들은 다시 웃었다. 당황한 로이딘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소개를 간단히 하며 동굴에서 떨어져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돈테가 말했다.
"우리는 이미 세상을 떠난 피데라시스들이야. 한 때는 전투 수도사였고 또 성묘 수호대의 일원이었지"
그가 말할 때마다 투구가 조금 큰 지 넘실 넘실거리며 철 접합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로이딘은 살짝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짐짓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돈테의 말을 들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여긴 피데라시스 은수자의 동굴이야. 대륙 전역에 이러한 동굴이 굉장히 많아. 또 지금 이곳처럼 인위적으로 수 년 또는 수 십년 동안 은수자가 홀로 만들어 낸 은신처도 있지. 너는 그 중 하나에 들어온 것이고"
은수자는 극소수 혹은 홀로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야생에 은거하며 수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살아가다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희박한 확률로 누군가가 우연히 은수자가 살던 동굴을 방문해 유해를 발견 했다. 로이딘은 왜 하필 은수자의 동굴에 들어오게 되었는 지 궁금했다.
"저는 피데라를 위하여 바슬라를 거쳐 성자들의 무덤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물을 뜨다가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대단히 난감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돈테가 말했다.
"더 큰 책임, 더 큰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자네는 시험의 첫 발을 뗀 것이고 그래서 우리를 만나게 하신거지. 지금 있는 이 동굴 위에 윗 동굴에서 물을 뜨기 위해 찾아왔다는 건 천장이 뚫리고 물이 흘러 나오는 돌더미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야?"
돈테가 로이딘이 보았던 것을 정확히 맞추었고 로이딘은 조용히 끄덕였다. 그가 이어 말했다.
"그 돌 분수는 피데라가 이 땅에 오시면서 내리신 축복의 증거야. 너는 그의 축복을 적극 이용한 것이고 피데라는 그 물을 취하는 것과 더불어 네가 더욱 강해지길 원하시는 거지. 만약 너를 미워하셨다면 굳이 이렇게 수고롭게 너를 처리하려 하시지 않았을거야. 동굴만 부수면 끝나는 걸 말야"
살짝 섬뜩한 돈테의 말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피데라에 대한 신앙심을 품고 나아가려 하는 데 오히려 그 자녀에게 아픔을 주다니.. 그로써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돈테는 로이딘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파악했는지 말했다.
"하하! 그래. 아직은 이해 할 수 없을 거야. 그게 바로 시험받은 자들의 특징 아니겠어?"
피데라의 시험이라...그러면 로이딘은 이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잔망스러워 보이는 초상화들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돈테가 갑자기 귀신이 속삭이듯이 무언가를 읆조렸다. 그러자 오른 쪽 벽에만 켜져 있던 공중의 불덩이가 이제 양 쪽으로 하나 씩 켜지며 앞을 밝혀가고 있었다. 로이딘이 다시 한번 놀랐지만 점차 밝혀가는 통로의 모습에 개방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초상화들이 그려진 벽을 지나치고 좀 더 앞으로 가니 불덩이들이 좌우로 나눠지며 크게 돌아가며 켜져갔다. 좌우의 불들이 곧 서로 만나 나아가기를 멈추자 이내 네모난 큰 방이 밝게 드러났다. 이곳은 은수자의 방이었고 양피지 더미나 경전 그리고 옷과 침대가 먼지로 덮여 있었다. 거미 줄에도 이리저리 휩싸여 방치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듯 했다. 이 어두운 동굴의 통로 끝에는 사람이 살았던 것이다. 천장은 굉장히 높았다. 로이딘은 발을 딛고 앞으로 가면서 네모난 방 중심에 서게 되었는데 위를 바라보니 거대한 암벽과 함께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천장 언저리에 원형 창문이 뚫려 있었다. 방을 둘러싼 벽의 높이가 배로 커서 방을 중심으로 1층의 돌 분수 동굴과 지하 1층의 은수자의 동굴이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닌지 로이딘은 추측했다.
그가 드디어 어둠에서 빛을 보고 들어오는 바깥 햇살 때문에 미소가 간만에 지어졌다. 그러다 뒷편에서 바로 들리는 소리에 미소가 금방 사라지고 몸을 휙 돌렸다. 들어왔을 땐 아무것도 없던 3개의 액자가 정면의 벽에 걸려 있었는데 어느새 벽에 그려져 있었던 초상화들이 복귀를 한 건지, 똑같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초상화의 움직임은 그대로였다. 투구가 찰랑 거리던 돈테와 한 명의 남성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성. 로이딘은 액자들을 향해 어색하게 인사해보았다.
"안녕하세요. 밝은데서 마주하게 되었네요. 돈테 수도사님과 음.. 다른 분들 말이죠."
그러자 수도사 복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창을 손에 쥐고 있던 여성 초상화가 말했다.
"반갑기는 한데, 시험을 통과해야 네가 온전히 우리와 헤어질 수 있을 거야."
남성 초상화가 동의하듯 말했다..
"그래, 네가 통과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영원히 갇혀 지낼지도 몰라."
순간 로이딘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게 또 무슨 소리인지 산넘어 산이 찾아온 듯 했다. 로이딘이 말했다
"제가 통과하지 못하면 못 나갈수도 있단 말씀인거에요?
남성 초상화가 눈을 왼쪽으로 굴리며 말했다.
"그래 저 녀석 몰라?"
로이딘은 어리둥절했다.
"누구 말씀 하시는 겁니까?"
여성 초상화가 말했다.
"하...누구겠니? 가장 왼쪽에 덜렁거리는 투구 말야."
그녀는 돈테를 가르키고 있었다. 지목당한 돈테는 아무 이상이 없단 듯이 뭔가 철 없는 아이처럼 말했다.
"아! 그래 맞아. 이 방은 사실 내가 살던 방이고 나는 끝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어.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거야."
남성 초상화가 말했다.
"로이딘이라고 했나? 그래. 덕분에 시험에 통과해야 할 동기부여는 확실히 된 것 같지?"
로이딘은 아찔했다. 입이 바싹 말랐고 "제 2의 돈테가 되면 어떡하지?"가 온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123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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