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23화 / 12장 첫번째, 시험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3화 / 12장 첫번째, 시험
로이딘은 은수자 방 안의 움직이는 초상화들을 앞에 두고 마음 속 깊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영영 이 곳에 갇히게 된다니?"
그로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수도원에서 베일런이 아나티리캄으로 그들을 보낼 때 그것으로 시험을 대신한다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또 다른 시험이 있었다니? 베일런이 사기를 친 것인가?
돈테의 꼴을 보니 정녕 시험을 통과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로이딘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골치 아픈 로이딘을 앞에 두고 초상화들은 본연의 모습을 갖춘 채 액자 속에서 그를 무심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투구를 쓴 돈테는 로이딘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것을 실시간을 보고 있었다. 그는 로이딘에게 치룰 시험의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는 아래와 같다.
첫째, 주문이 확실히 발현되고, 나아가 자신이 익힌 연습만큼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것.
둘째, 증인들을 상대로 공격을 막아내며 그들이 지쳐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
셋째, 두려움을 상대하며 통로의 끝으로 되돌아가기.
도전 기회는 총 3번이다. 3번 모두 실패하면 은수자의 동굴에서 백골이 될 때까지 머물다 묶인 영혼으로 다음 시험자들을 위해 봉사하게 될 것이다.
어느 하나 쉬워보이는 것 같지 않는 로이딘은 은수자의 방 안에 서기까지 그리 성치 않는 몸으로 왔기 때문에 시험들을 소화할 수 있을 까 싶었다. 첫째는 그가 정신을 집중하여 연습장에서 베일런에게 보여주듯 증명해보이면 될 터이고, 셋째는 지나왔던 통로에서 수많은 방해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헌데 둘째인 증인들을 상대로? 누가 증인이란 말인가? 로이딘이 돈테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돈테가 예상한 듯 질문도 듣지 않고 바로 답했다.
"그야 우리 세 명이지. 대신 이 방은 난장판이 되겠지만."
로이딘이 말했다.
"아니 당신들은 액자나 벽에서만 움직이는거 아닌가요? 상체 밖에 보이질 않는데"
그들은 대답 대신 초상화에서 무언가 부풀어 올라 튀어나오듯이 그들의 영혼이 액자밖으로 튀어나왔다. 세 명이 동시에 바닥에 새 하얀 먼지를 일으키고는 서서히 모습을 갖추어 갔다. 그들의 혼은 진흙으로 잠시 빚어낸 젖은 갈색의 몸으로 완성되었고 귀엽게도 초상화로 묘사된 부위만이 채색이 되어 실제 사람처럼 보였다.
돈테가 말했다.
"흙으로 온 자, 흙으로 돌아가리라. 그리고 흙으로 돌아오리라"
돈테는 덜컹거리는 투구를 쓰고 가죽갑옷을 입고 한손 철퇴를 들고 있었다. 초상화 중앙에 있던 남성은 사슬 갑옷을 입은 채 검을 들고 있었고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 여성도 사슬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창을 들고 있었다. 로이딘은 이들이 퍼붓는 공격을 버텨내야 했다. 두번째 시험 때.
그런데 로이딘은 갑옷과 도끼를 갖추고 있었지만 중요한 방패를 들고 있진 않았다. 그가 그것을 물으니 돈테가 두번째 시험때 빌려주겠다고 선심쓰듯이 말했다. 로이딘은 말을 하면서도 조금 어지러움이 찾아왔는데 약간의 부상도 부상이지만 뜬금없는 시험에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로이딘은 첫번째로 치룰 주문 시험에 대해 어찌해야 될 지 물었다. 세 명의 점토 인간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그 중 여성이 답하길,
"이 방에서 그냥 하면 된다. 니가 원한다면 불을 적당히 꺼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지펴 줄수도 있지. 집중하는데 보다 수월하도록 말이지" 돈테가 바닥 쪽으로 손을 향하더니 그들이 진흙으로 나타나듯 어떤 사물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건 다름아닌 동그란 의자였다. 그가 세번을 그렇게 하고나서 의자 3개가 나란히 만들어졌다. 주문을 쓰는 시험자를 구경이라도 할 심산인지 점토 인간들이 조용히 그곳으로 향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순서는 항상 돈테가 왼쪽 남성이 중앙, 여성이 오른쪽이었다.
갑자기 주문을 외치려고 시작하자니 무안했던 로이딘은 그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쳐다보고 있으니 더더욱 하기 꺼려졌다. 그는 잠시 화제를 돌려보고자 물었다.
"선생님들은 음식이나 물을 드시지 않죠? 저는 시험에 통과하기 전까지는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습니까?"
돈테가 간단히 답했다.
"방금 의자 만든 거 봤지? 걱정 마"
로이딘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하다못해 진흙이라도 뜯어먹으며 버텨야 한단 말인가? 돈테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의 주문때 일부로 눈에 불을 켜고 지켜 봐주는 게 너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야. 실제 주문을 쓸 때는 고분고분하게 너 혼자만 있는 게 아니잖니"
로이딘이 말했다.
"그럼 지금 당장 해야합니까?"
중앙에 있는 남성이 답했다.
"하고 싶을 대로. 우리는 이렇게 앉아있는 채로 몇 일은 말도 안 하고 버틸 수 있어. 시작할 때 말해줘 그럼"
초상화에서 나온 점토인간들은 한 치의 흐뜨러짐도 없이 이번에는 조각상이 되어 의자에 앉아 시선을 로이딘에게 향하고 있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다소 무서워보이는 그들이지만 극복해내야 했다.
목이 마르다 하자 돈테가 손바닥을 바닥으로 향하더니 토기로 빚은 물 항아리를 건네 주었다. 로이딘이 그것을 받기 전에는 물도 "흙탕물이 아니야?"라는 의심을 했고 받고서 돈테의 눈치를 감수하더라도 살짝 흘려보았다. 맑고 투명한 물이 흘러 나왔다. 돈테는 미동이 없었다. 이제야 로이딘은 안심하고 마셨다. 그가 채우러 갔던 물 맛과 동일했다. 물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 로이딘은 먼지 쌓인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똑같이 그들을 마주보았다. 살짝 안정이 필요했고 이 모든 상황에 적응하는 데 잠시 시간을 가졌다.
갑자기 짖궃은 장난에 사로잡힌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함정이 아닐까? 아니면 피데라시스의 관련없는 일에 휘말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의 앞에 놓인 책상과 책장에는 피데라시스의 책들과 돈테의 일기, 선지자들의 증언이 놓여 있었다. 펼쳐진 돈테의 일기에 눈이 갔다. 일기에는 무어라 적혀 있었고 글을 본 로이딘이 소름이 돋았고 조심스레 읽어보았다.
"너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겠지.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며 말이지. 로이딘이라고 했지? 잘 들어. 나와 함께 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빛의 심판과 연관되어 있는 듯 해. 아니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들어. 예전의 시험자들이 시험을 통과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간 후에 모두 끝이 좋지 못했단 소식을 최근에야 나는 들었단다. 대부분 빛의 심판에게 암살 당했다는 것을. 그들은 피데라시스의 인재들을 추적하고 암살하고 있는 모양이야. 미리 이 사실을 알려주는 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비 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야. 여하튼 시험을 통과해야만 일어날 일들이니 하나하나 집중하도록."
받아들이기 힘든 정보가 방금 단테의 일기장에 쓰여져 있다가 본래의 내용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비비며 다시 살펴봐도 여전히 글씨가 서서히 변하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은수자의 일상이 적힌 내용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로이딘은 돈테의 메시지를 받고는 잠시 마안탄을 했다. 저 멀리 초상화의 점토인간들이 지켜보고 있다.
긴 시간을 끌어봤자 하등 도움이 될 게 없었다. 여정은 아직 멀었고 시테온과 루네가 떠올랐다. 그는 점토인간들을 향해 말했다.
"하겠습니다."
124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당신의 좋아요, 구독은 작가에게 창작의 에너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