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여정 127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7화 / 12장 첫번째, 시험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7화 / 12장 첫번째,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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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딘은 자신이 몇 번이나 쓰러지는 지 모르겠다 싶었다. 동굴에서 떨어졌을 때 그리고 지금.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아 어지로웠다. 그는 몸을 옆으로 돌리며 손을 바닥에 짚어 일어나려 애썼다. 상체를 가까스로 일으켜 앉자 아무 표정없는 3명의 증인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첫 싸움은 끝났다. 시험 기회도 한 번 날리게 되었다. 로이딘의 벗겨진 투구는 저 멀리 가 있었고 방패는 나란히 누워 있었다. 돈테는 자신의 유효타에 대해 꽤 자랑스러운건지 목소리 톤이 활기찬 채로 로이딘에게 말했다.

"안타깝지만..."

그의 억양에서는 안타까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시험 기회를 한 번 날렸어. 이제 두 번 남았고 두 개의 시험이 여전히 남았어."

오른 편의 여성이 창을 붙잡고 앉은 채 말했다.

"두 번의 기회를 다 날리면 넌 돈테와 같이 되는 거야 알지?"

헛기침을 하는 돈테는 자신의 과거를 다시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


로이딘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 이게 무슨 뻘짓인지. 어둠 속 지하 동굴 혹은 지상 동굴 어딘 가에 갇혀서 목숨을 담보로 시험이라는 것을 치루고 있다니. 피데라가 그의 음성을 듣고 있지도 않는 걸까? 왜 갑자기 말로트가 목숨을 취하려고 호시탐탐 기다리며 방해하고 있는 걸까? 돈테가 말하는 빛의 심판의 일원이 저들 중에 있다하면 과연 누구일까? 꼬리에 무는 생각이 두통을 더욱 심하게 했다. 그의 손도 덩달아 미세하게 떨렸다. 로이딘은 수전증이 아닐까하는 부지불식간에 손을 떠는 경우가 있었다. 그가 크리넬에서 사냥꾼이 되지 못했던 이유였다. 한 번의 기회는 날렸으니 두 번째 시도를 해야 했다. 몸이 곤하니 내일 다시 시도할까 했지만 현재 붕괴된 동굴에서 로이딘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테온과 루네가 생각이 나서 얼른 끝마쳐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혹시 멀리서 따라오는 세라는 그의 행방을 알고 있지 않을 까?


로이딘이 일어서면서 주섬주섬 도끼를 챙겼고 누워있던 방패를 일으켰다.

그러자 중앙에 있던 남성이 말했다.

"여기서 한 달도 넘게 시험이 두려워 주저했던 자도 있는데 너는 벌써 두 번째를 시도하려 하나?"

로이딘이 답했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급한 임무가 주어졌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죠"

여성이 만류하듯 말했다.

"너는 머리를 맞았어. 판단력이 흐려졌을지도 몰라. 그만 쉬고 내일 아침에 도전하는게 어때?"

여성을 바라보던 로이딘은 솔깃했다. 생각해보니 지금이나 내일이나 친구들은 자신이 사라진 것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다른 행동들을 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들었던 것이다.


살짝 긴장이 풀린 로이딘이 돈테에게 의견을 묻는 듯한 눈빛을 말 없이 보냈다. 그러자 돈테가 말했다.

"그래. 내 동료의 말이 맞아. 너는 지금 혹사하고 있어. 첫 번째 시험에서 고래고래 외치는 것도 버거웠을텐데 전투까지 치루려 하다니. 무리야."

그 말에 로이딘은 마음의 추가 기울어 "그럼 오늘은 쉬고..."로 결정지었다. 다시 도끼를 주저앉으며 내려놓으려 할 때 그때 증인들 뒤의 벽에 빛이 나는 글씨들이 나타났다. 로이딘의 시선을 한 순간에 사로잡았고 로이딘은 멈췄다. 글씨가 로이딘에게 말하였다.

"오늘 치루지 않으면 곧 다가올 밤에 네가 목숨을 잃을 지 모른다. 절망은 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나아가라 로이딘."

마침내 피데라의 도움이 나타나자 로이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가 다시 벌떡 일어나자 증인 3명도 덩달아 일어날 뻔 하며 놀랐다. 그의 시선이 증인들의 뒤를 향하자 그들도 일제히 등을 돌려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질 못했는 지 여성이 로이딘에게 물었다.

"뭐야? 뭘 보고 지금 놀란거니?"

로이딘은 자신과 같은 피데라시스인 그들에게 말했다.

"벽에 방금 빛나는 글씨 못 보셨습니까?"

그러자 여성이 답했다.

"이것 봐 바. 무리라고 했잖니"

로이딘은 침묵을 지켰다. 순간 이야기를 끌고가면 내용도 물어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굴이 창백해진 채 땀을 다시 뿜어내고 있었다. 목숨이 걸린 시험에 얼마 없는 기회를 날린 마당에 제한시간까지 생겼다. 피데라가 보낸 빛나는 글자로 증인 3명 중 누군가가(로이딘은 혹시 몰라 돈테도 용의선상에 넣기 시작했다) 그가 잠든 밤에 살해하려 할 수도 있겠단 직감을 느꼈다. 빛의 심판의 일원이겠지. 그렇다면 이는 계획된 것인가?


로이딘은 얼버무리며 증인 3명에게 자신의 말을 회수했다.

"죄송한데 저.. 그냥 두번째 시도를 하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바로바로 해치우지 않고는 밤에 잠을 못잘 것 같네요."

이렇게 급한 녀석이 있다니! 돈테가 잠시 무슨 소리인가 하고 멍하니 지켜보았다. 중간의 남성은 재미있단듯이 웃었고 여성은 눈살을 찌뿌렸다. 돈테가 말했다.

"아냐 로이딘. 정신차려. 넌 충분히 수고했어. 쉬었다 해도 좋아"

로이딘은 자신을 만류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숨겨진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확신했다.

"이 유령들도 곧바로 하기에는 피곤한 모양이군. 오히려 적기야"

그는 돈테의 말을 듣고선 반대로 행동했다. 널부러진 투구를 다시 잡아 쓰고 방패를 잡고 도끼를 오른손에 다시 쥐었다.

"아닙니다. 어서들 시작하시죠. 아까 위치로 다시 가면 되나요?"

로이딘의 깨달음이 맞는 모양인지 증인 3명이 아까와는 다르게 의욕이 전혀 없는 채로 다시 무기를 잡고는 위치로 향했다.


로이딘은 자신을 에워싼 증인 3명을 보고 방패를 단단히 했다. 도끼 또한 단단히 부여잡았다.

중간의 남성이 다시 시작의 나팔처럼 전투 구호를 외쳤다.

"카카다아쿠누...푸티라!"

3명이 동시에 로이딘을 쓰러뜨리려 순식간에 다가왔다. 로이딘은 찰나의 계획을 세웠다. 방패로 남성의 양손검을 막는 순간 쥐고 있던 도끼 손잡이를 반대로 쥐었다. 도끼의 날이 자신을 향하게 그리고 도끼 머리가 밖을 향하게 했다. 무력화. 도끼머리로 그들의 손을 공격할 순 없지만 놓치게 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밥 먹듯이 연습했던 건 방패술이었고 오른손에 무엇을 들었든 그건 전투 수도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남성의 양손검이 방패에서 튕겨 걷어지고 여성의 창날과 돈테의 철퇴머리가 동시에 앞 뒤로 들어왔다. 로이딘이 기절했을 때의 공격과 유사했다.


그는 피하면서 흘러 들어온 창날이 오히려 뒤에 있던 돈테를 향하게 하자 돈테가 철퇴를 휘두르다 깜짝 놀라며 옆으로 피했다. 여성은 붙잡고 있던 창과 함께 로이딘의 사정거리로 들어왔고 그는 창의 막대를 도끼머리로 세차게 내리쳤다. 딱! 소리와 함께 충격이 느껴 졌는지 창을 놓치는 않았지만 창을 거둬들이는 속도가 느렸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앞에 여성이 가로막으니 양손검을 든 남성이 스텝을 왼쪽으로 하여 그녀를 돌면서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다시 자리잡은 돈테는 방패에 막혀 철퇴를 휘두를 공간이 남아있지 않았고 도끼 머리를 든 로이딘은 돈테를 풀어주는 대신 양손검을 방패로 막았다. 그리고 사정없이 칼날에 도끼머리를 내리쳤다. 이번에는 "쨍"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고 칼날이 살짝 휘었다. 자신의 검을 본 주인은 당황해하며 뒤로 빠졌다. 돈테의 철퇴는 무력화하기 힘들었다. 일단 길이도 짧아 도끼로 맞받아 치는데 무리가 있었고 둔기이므로 부러뜨리거나 충격을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공격을 막아낸 로이딘은 이 장소가 돈테의 방임을 상기시키며 방 안 바깥에 위치한 돈테의 책상과 책장으로 향했다. 그는 이번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가장 기본적인 전술인 적이 원하는 위치에서 싸우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증인 세 명도 덩달아 로이딘을 따라 나섰고 방 안 한 구석에서 다시금 전투가 이루어졌다. 휘어진 검날과 충격받은 창, 놀라서 피한 철퇴. 곧 난장판이 시작될 참이었다.



128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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