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여정 128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8화 / 12장 첫번째, 시험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8화 / 12장 첫번째,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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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은 제 주인의 철퇴를 맞아 쓰러졌다. 덩달아 부서지는 책 안의 페이지들이 산산히 꽃 잎을 날리듯 실내 전투장을 장식하고 있었다. 돈테는 이미 자기 방 바닥이 종이로 깔려지고 있음에 해탈했고 책상이 남성의 양손검에 갈라 부숴지면서 나무 파편이 날리는 것에 표정 유지에 힘썼다. 여성이 내지른 창날은 책 커버를 여기저기 찍어내기 바빴고 온갖 잡동사니들을 날리고 있었다. 로이딘은 이 대환장 전투에서 증인 3명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온몸 비틀기를 하며 피하면서 반격하려 했다. 돈테의 편지는 어디로 갔는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선지자의 경전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을까? 다만 나중에 상태를 보면 참회해야 할 것이다.


로이딘의 도끼머리가 다시 양손검의 날을 내리칠 때 검의 이빨이 깨졌고 한 번 더 내리치면 부러지기 일 보 직전이었다. 아까보다 더 심각해진 양손검의 주인인 남성은 잠시 뒤로 물러나 돈테와 여성이 공격을 이어주기를 바랐다. 돈테의 철퇴는 보다 야만적으로 휘둘러졌다. 자신의 가구와 물건들이 부숴지고 쓸 수 없게 되면서 감정이 실리게 된 것이다. 돈테의 함성은 철퇴에 보다 힘을 실었다. 방패를 막던 로이딘이 충격에 뒤로 밀려나 자세를 제대로 잡을 수 없게 되면서 여성의 창날이 그의 투구로 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피해보려 엎드리면서 굴렀다. 창 날이 그의 오른 뺨이 위치한 곳을 스치며 들어갔다. 투구에 흠집이 나며 큰일 날 뻔한 로이딘은 방패를 계속 놓치지 않고 돈테의 철퇴를 막아냈다. 그러면서 앉은 채로 도끼머리를 휘두르며 여성이 창을 거두게 만들었다.


로이딘은 방패를 돈테 앞으로 가까이 대면서 순간 돈테의 철퇴가 휘두를 공간을 주지 않았으며 그를 당황케 했다. 도끼머리를 휘두르며 철퇴머리를 맞추려 해보았지만 불가능했다. 약간의 시간을 벌려는 의도였으며 로이딘의 진정한 목표는 여성의 창이었다. 그녀가 돈테와 싸우고 있는 로이딘을 향해 돌격해오면서 창을 내질렀는데 이때 로이딘은 등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창이 로이딘을 찌를 적기였다. 벽쪽으로 돈테를 몰아 붙이던 로이딘이 그녀가 오는 타이밍에 맞추어 오른쪽으로 반 바퀴 뒤돌았다. 이제 로이딘은 다시 도끼날을 제대로 세워 잡은 후 들어온 창이 방패에 튕기자 창대를 있는 힘껏 도끼 날로 쳐내었다. 머나먼 대륙까지 찾아와 예사롭지 않은 무기를 만들어내는 드워프 진달라는 로이딘에게 주문이 깃든 도끼를 건넸다. 그리고 지금 손에 쥔 그 도끼는 마침내 잘라내기 힘든 창대를 나뭇가지 쳐내듯 순식간에 두 동강냈다.

돈테의 동료인 창 든 여성은 동공이 커졌고 더 이상 로이딘을 상대로 위험적인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막대기가 된 창으로 두들기려 해봤자 그녀의 손만 아플 게 뻔했기 때문이다.


여성이 뒤로 물러서 잘라진 창대만을 들고 돈테와 로이딘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에서 양손검의 상태를 이리저리 확인하는 남성을 살펴보며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남성은 가망이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여성과 같이 싸움을 이내 포기한 듯 물러섰다. 이제 돈테와 로이딘만이 무대에 서 있을 뿐. 돈테가 어지럽혀진 자신의 방의 복구비용을 이제 로이딘의 시험 기회로 대신 청구할 예정이었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고 화가 나 있었다. 반대로 로이딘은 평온했다. 그는 일부러 돈테의 가구가 있는 곳으로 왔고 계획대로 돈테의 감정은 크게 흔들렸다. 휘두르는 철퇴는 맹렬해도 정확도가 떨어졌으며 속도는 빨라도 그만큼 역습당하기 쉬웠다. 다른 이들은 무력화되었으나 돈테는 무력화하기 힘들어보였다. 분노의 열의가 가득했기에 제 풀에 나가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했다. 그래서 최대한 돈테한테 딱정벌레마냥 가까이 붙어 철퇴를 휘두를 여유를 주지 않았다. 방패를 가져다 밀어붙이며 돈테의 분노를 잠재우고자 했다.


돈테는 계속 밀착하는 로이딘을 철퇴로 밀어 낼 수 없으니 팔로 밀어 걷어내거나 발로 방패를 차기도 했다. 점차 돈테의 열의는 체력과 맞바꾸면서 소진되었다. 공격과 방어가 반복될수록 점점 속도가 느려지는 돈테의 육체는 이제 그의 입에서 헥헥 거리는 소리를 내뱉게 했다. 로이딘이 대놓고 그의 앞으로 왔을 때에도 철퇴를 휘두르려 하지만 헛방이었고 멀리 도망가던 로이딘이 다시 그에게로 달려올 때 돈테는 온 힘을 모아 두 손으로 잡고 철퇴를 휘둘렀으나 목표물은 머리를 숙이며 피한 채 옆으로 비켰다. 돈테는 무게 중심을 잃어 결국 넘어져 누웠다. 가슴은 크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거칠게 호흡을 쉬었다. 그러고선 욕을 내뱉는 건지 뭐라고 하더니 로이딘을 향해 외쳤다.

"제기랄! 졌어. 끝났어. 네가 이겼다고!"

돈테와 로이딘을 보고 있던 두 증인은 여유롭게 걸어 가면서 돈테를 일으켜 세우며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선 그들도 자신의 마법으로 물 항아리를 만들더니 돈테가 마시게 했다.


두 번째 시험에 통과했다. 로이딘도 지친 나머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투구를 벗은 그의 머리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방패는 다음 시험자가 과연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넝마가 되었고 틈이 곳곳에 보였다. 투구는 흠집이 더 많이 생겼고 파임도 생겼다. 로이딘은 세번째 시험과 함께 바로 동굴을 빠져나가길 바랐다. 그는 말했다.

"선생님들? 저 이제 세번째 시험 해도 되죠?"

그러자 전투가 시작되기 전 처럼 의자에 나란히 앉은 증인 세명이 로이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중앙에 있던 남성이 말했다.

"그래 두번째 시험 통과를 했으니 마지막 시험이 남았다. 그리고 너에겐 두번의 기회가 남아있지"

그러자 돈테를 남겨두고 남성과 여성이 일어서서 로이딘에게 다가왔다. 여성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야. 방금 전은 육체적인 전투였다면 지금 할 시험은 정신적인 전투다."

동굴이 무너지고 그가 쓰러져 있었던 그곳으로, 중간에 이 증인들의 초상화 모습을 대면하고 은수자의 방까지 도달했던 것을 이제 반대로 돌아가야만 했다. 로이딘은 이번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뭔가 통로로 되돌아가는 것이 의례적인 행사가 아닐까하며 정신적인 어려움이라 해봤자 유령이 나타난다거나 음성이 들리는 등의 아이들 장난같은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절망이 그의 머릿 속을 메우며 말했던 것은 장난이 아니지만.


돈테가 방 안을 날린 것을 기분 나쁘게 여기는 건 아닌지 로이딘이 가서 수줍게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였는데 시험에 통과하고 싶어서..."

돈테가 로이딘을 똑바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방 안을 어지럽힌 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신 로이딘에게 손짓하며 다가오라 하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다른 말을 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공중에 불이 켜지지 않는 한 어둠 뿐이야. 밤과 같아지는 거지. 그러면 뭐겠어? 네가 누군가에게 해를 입을 위험이 커. 정신 똑바로 차려."

로이딘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가 통로를 손을 짚으며 가는 도중에 누군가 불쑥 튀어나와서 죽이려 한다면? 오싹했다. 또한 피데라로부터 받은 메시지처럼 어두운 통로는 밤과 같은 동일한 위험이었다. 로이딘은 혹시나하고 뒤를 돌며 방 안 입구에 있는 증인 두 명에게 물었다.

"혹시 횃불을 가져가도 됩니까?"

여성이 로이딘의 질문에 되물었다.

"횃불이 어디있어? 이곳은 공중으로 불덩이만 띄운거야 우리가"

로이딘이 다시 말했다.

"여기 부러진 창대에 불을 붙여가고 싶은 데요? 마침 천 보자기 같은 것도 바닥에 있네요"

증인 두 명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테가 말했다.

"그래 붙여가지고 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겠지"

로이딘은 천에 흩날린 종이를 잘게 찢어서 넣고는 자신이 갑옷 안에 가지고 있던 이그네움 가루를 조금 뿌리고선 동그랗게 말아 막대에 꽂아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벽면으로 가서 손을 뻗어 공중의 불로 막대에 불을 붙였다.



129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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