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여정 129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9화 / 12장 첫번째, 시험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129화 / 12장 첫번째, 시험


12장첫번째시험.png

"아아! 믿음의 눈으로 걸어가세, 앞으로 향하여 영광을 쟁취하세! 피데라의 영광이 우리 앞을 비추니 두려워말라! 담대하라 형제여!" - 성 메키아데메스의 찬송 구절 중-


불이 어둠을 몰아내며 빛을 따라 로이딘은 통로를 걷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걸었던 통로임에도 마치 처음 걸어보는 통로처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그는 세번째 시험을 치루고 있었다. 그를 괴롭힐 존재가 무엇일까 전혀 예측 할 수 없었다. 벽면에서 초상화가 나올 까? 아니면 머릿 속에서 절망이 끊임없는 두통을 일으킬 까? 여러 위험요소들에 생각하며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은수자의 방 안에 밝은 빛이 보임에도 벌써 땀을 흘리고 있었다. 로이딘은 왼손에 횃불을 오른손엔 도끼를 들고 있었다. 물리적 위협이 가해졌을 시 상대편도 로이딘의 도끼 날을 감당해야 할것이다. 그는 꽉 붙잡고 앞에 누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온 육감이 도끼 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져있었다.


피데라는 로이딘을 불러 그를 준비하게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왜 수많은 사람 중 로이딘이였을 까? 로이딘은 갑작스레 자신이 크리넬에서 헤르논까지 와서 피데라시스의 일원이 되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때마다 전투 수도사들을 훈련시키는 엑셀리마스터 베일런은 스쳐 지나가는 로이딘의 궁금증에 이렇게 말해주곤 했었다.

"그거는 네가 남들보다 더욱 빛나보이는 무언가가 있어 부르신 거 아니겠냐? 하늘의 구름 사이로 땅을 바라보시면서 이 녀석 저 녀석 하시다가 너란 녀석을 보시고 오호라~ 하신 이유가 있으시겠지."

그러나 베일런 조차도 빛나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이야기 해주지는 않았다. 그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로이딘은 스스로 육체도 남다르지 않고 마음도 단단하지 않다 생각했으며 헤르논 수도원에서 자기보다 날고 뛰는 동료들이 훨씬 많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내심 자격지심을 느끼곤 했다. 허나 피데라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고 계속 그와 소통했다.


로이딘이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로 횃불을 들고 앞을 어느정도 바라보자 별 다른 위험이 없어 계속 다른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통로 중간 쯤에 가서는 그림의 흔적이 남아있던 벽면을 보게 되었다. 벽면에는 그을린 흔적이 있었고 그건 아마도 공중으로 띄워졌던 불덩이였지 않았나 싶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이제는 고대의 벽화처럼 색바랜 잉크와 염료만이 심심하게 칠해져 있었을 뿐이다. 잠깐 혹시 몰라 멈칫하던 로이딘은 벽화가 있던 벽면을 앞에 두고 위협을 대비했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제서야 그는 발을 다시 떼기 시작했다.


깜짝 놀래키는 것도 없거니와 어둠 속 통로 그대로인 로이딘은 긴장이 풀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보다 빠른 속도로 그는 통로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타닥타닥하는 발소리가 얼마 안 가 그의 발이 스텝이 꼬이면서 급하게 멈추려 바닥을 끌면서 먼지를 일으켰다. 그의 상체와 하체가 뒤로 젖혀졌고 횃불을 든 왼손은 위로 올라갔고 도끼를 든 오른손은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바로 옆 벽면을 도끼로 긁으면서 최대한 자신을 멈추려 애썼다. 증인 세 명이 이야기 했던 세번째 시험의 실체가 나타났다.


그건 바로 밑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자체인 허공이었다. 로이딘이 발을 멈추자 그의 앞에는 길이 완전히 끊겨졌고 벽면도 사라지고 확장된 허공만이 통로 밖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그의 맞은 편에 잘라진 빵 단면처럼 동굴 구멍이 있었다. 그 사이엔 다리도 없었고 방법도 없었고 대안도 없었다. 로이딘은 하마터면 다시 어둠 속으로 떨어질 뻔했다. 그러나 이번에 떨어지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듯한 소름이 돋았다.

로이딘의 머릿 속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심히 괴로워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섰다.

머릿 속에 음성이 들리지만 마치 그의 앞 거대한 허공의 구덩이가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 끊어진 다리라도 찾나? 너는 벗어날 수 없다. 로이딘."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괴로움에 로이딘은 어떠한 판단을 내릴 수도 없었다. 오로지 선택은 뒤로 돌아가 증인들에게 하소연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로이딘을 더욱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내 계획을 피해 용케도 빠져나가려 하다니. 너는 돌아갈 수 없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내 자녀 중 한 명이 지금 슬슬 너를 향해 통로를 달려오고 있다. 도착하면 너는 나의 자녀에 손에 죽거나 아니면 내 품으로 뛰어 들겠지."

그 말은 로이딘은 뒤로 돌아 은수자의 방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했다. 증인 중 한 명이 그를 죽이려 오고 있다는 말에 패닉상태에 빠졌고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이토록 강렬하게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두려웠고 목소리의 역할대로 로이딘은 절망스러웠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다리엔 힘이 없었다.


그는 전투 수도사로서의 짧은 삶을 마감하는 것이 와닿지 않았다. 분명 길이 있을텐데! 허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길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을 살짝 허공에 가져다 대보았지만 균형을 잃어 정말로 빠져 죽을 뻔했다. 그는 마지막 유언이라도 하듯 전투 수도사들이 자주 부르는 찬송을 읆조렸다.

"아아! 믿음의 눈으로 걸어가세, 앞으로 향하여 영광을 쟁취하세! 피데라의 영광이 우리 앞을 비추니 두려워말라! 담대하라 형제여!"



130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당신의 좋아요, 구독은 작가에게 창작의 에너지가 됩니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