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시키는 봄 그리고 비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962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구백 육십 이번째



liana-s-HRDydB_wq10-unsplash.jpg

오늘은 비가 내렸다. 일단 날씨 칸에 구름을 칠해주고, 밀린 방학숙제는 언제나 날씨 분배를 적절히 해야 제맛이다(?). 그런데 비가 심상치 않게 내렸다. 외출 중에 먹구름 사이로 번쩍이는 번개 줄기를 보았고 쫄아서 속도를 줄이면서 가게 되었다. 뜬금없는 생각으로 옛날 사람들이 하늘의 천둥과 번개를 보며 왜 그토록 무서워하고 경외시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것 같았다.




e25ab3ade4cfcf6d5c90e0fee2d6446d6bf926cc035419b6a7bf861fe8af.png

좋아하는 비와 안 좋아하는 비가 있다. 좋아하는 비는 마트에서 사온 간고등어 포장을 물에 담가 해동하듯 오늘처럼 세상 전체를 따뜻한 비로 녹아내리게 하는 것 같았다. 안 좋아하는 비는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물폭탄 장마인데 습도 최상을 찍을 때 기분은 덩달아 반비례 하게 된다. 비를 좋아하면서도 우산이 커버 할 수 없는 영역에 빗물이 스며들어 옷이 젖는다면 아주 (안)좋아 죽는다.


해동되는 날처럼 느껴지지만 벚꽃이 만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최근에 나처럼 오기를 부린 사람들이 많았는지(?) 다음 날 비가 내려버려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벚꽃에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어디서나 함께하는 개나리는 꿋꿋하게 거센 비바람에도 잘 견뎌내며 병아리같은 노란 빛을 뽐내고 있었다. 미세먼지도 나빴는데 비 한 번 내리니까 하늘도 깨끗해지고 땅도 깨끗해진다. 다음 날이면 상쾌하기까지 하다.



emilie-cr-rd-6Vd6NYnchXo-unsplash.jpg

이전에도 "밤에 내리는 비"를 글로 쓴 바 있다. 밤 비는 무언가 내 감정을 증폭시키고 표현해주는 대변인 같은 느낌이 들고 봄의 비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 영혼의 겨울잠을 깨우게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비가 어떤 계절 혹은 어떤 시간에 내리느냐에 따라 젖어드는 감정이 달라지는 것 같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빗소리라던가 물 흐르는 소리를 틀어놓으면 꿀잠을 자는 건 덤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여우비"를 좋아한다. 화창한 날, 해가 하늘에 떠 있는 중에 비가 내리면 기분이 명랑해진다. 중학생 시절부터 가끔 했던 상상 중 하나가 배경이 스코틀랜드의 언덕이라고 해야하나... 이끼 껴 있고 거무튀튀한 고지대의 언덕에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촤악 내리면서 비 맞는 나를 상상하며 셀프 힐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비는 알다가도 모를 현상인지 아니면 녀석인지 싶다.



962화 오늘의 해석 : 봄 비가 내리는 날, 이동삼 선생님의 고등어처럼 얼린 영혼을 녹이는 날



[벽돌은 혼자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좋아요 하나면 다음 벽돌이 놓입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4화과거는 죽고 미래는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