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보면 흔히 카노사의 굴욕으로 대표할만한 세속왕권의 굴욕은 유럽사에선 중점적인 사건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보통 인식은 중세시대는 마녀사냥이나 하고 광신적인 행위를 저지르며 교황이 최고인 시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을 조금만 더 들추어보면 사코디 로마라는 세속권력이 결국 종교권력에 치명타를 날린 사건도 있는 것을 보면 상황에 따라 그 패권은 자주 달라지게 된다.
일본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천황과 막부의 알력다툼이 있어 왔다는 것은 한국사람도 알고 있고, 중동은 세속 지도자 술탄과 종교지도자 칼리프의 이원화가 지금껏 존재하니 전 세계 만국 공통의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 말은 즉슨 명분과 실리의 두 축으로 대표되는 구체화된 권력다툼으로 알 수 있고 다르게 보면 두 축을 중심으로 인류가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 나에게 명분과 실리가 찾아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부먹인지 찍먹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가끔 이런 논쟁에 대해 골치 아파하지만 나는 상상력을 발휘해 재미나게 고민해 본다. 명분을 택하게 되면 막상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예를 들어 우리 일상 인간관계에 빗대어 보자면 친한 친구가 있고 반대로 나에게 득이 될 사람이 눈앞에 보인다. 그 사람이 어느 날 친한 친구와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 자기와 같이 일하자는 것을 당신이 듣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는 냉큼 "친구요? 무슨 친구?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딸랑딸랑"하고 달려갈 수도 있고, "남아일언중천금, 사내의 의리!"를 생각하며 그런 제안을 거두고 친구와 같이 있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외부적인 요소가 개입된 현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지만 그냥 지극히 내 개인적 생활에서도 명분과 실리는 나타난다. 지금 나는 배우가 꿈이고 극단을 다니며 활동을 하고 있지만 너무 힘들어 일반 회사원을 생각해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명분과 실리는 세계사적 시점에서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오늘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에 재미를 느껴본다. 나는 일단은 "명분"파다. 편협한 사고 혹은 다른 걸 고려하지 못할 수 있지만, 실리는 뭔가 단기적인 이익에 몰두된 느낌이 든다. 지금 당장 좋자고 혹은 아무리 길게 가더라도 명분만큼 오래가지 않음을 느껴본다.
혹은 명예냐 돈이냐라고 단순화시켜볼 수도 있는데 가끔 돈이 최고지 허울뿐인 명예는 필요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근거를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재밌게도 강남 건물주들 사례를 드는데 그 사람들은 떼돈을 버는데 그사람들 이름이나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아냐는 논리다. 나도 그때 당시에는 찬동하며 "역시 돈인가?"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생각을 해보니 그 사람들이 건물을 가질만한 재력 그 이전에 재산을 상속 받든 뭐든 어쨌든 그 시초를 따지고 보면 각자의 직업과 역할에서 그 분야에서 평판과 신뢰를 얻으면서 부를 쌓아나갔다 생각하면 결국 이름값으로 벌었다고 생각하기에 이제는 달리 생각하게 된다.
실리파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명분은 허울뿐인 거고, 결국 직접 얻는 현실 직시의 중요성을 안다. 빈껍데기에 눈이 멀어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남는 것은 없고 빈포장지만 받고서 허무함을 느끼기에 반면교사 삼아 결과가 분명히 나와야 직성이 풀리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아무리 친하더라도 결국 배신을 당하는 것을 보면 연락을 많이 해도 실질적으로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냐 안도와주냐로 판단하면 친하고 오래갔다는 명분이 필요 없음을 느끼므로 실리도 맞는 말 같다.
아무 말 대잔치로 나아가서 명분은 이상주의일 수 있고 실리는 현실주의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제는 논외로 치고 내가 명분을 지지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은 어떤 행동 그리고 선택에 있어 근거 혹은 이유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결여가 되면 사람은 방향성을 잃고 허무함을 느끼고 무력감을 느낀다.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를 잘 나가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내가 뭣하러 이 짓거리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끔은 명분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해 경시하고 결과와 유형적인 것에 몰두한 나머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혹은 소탐대실일 경우도 있음을, 정통성이 결여되어 무너진 수많은 정권들의 사례를 통해서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