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71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칠십 일 번째
그저께 강박장애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강박장애를 앓았던 환자들을 종합해서 표현하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해도 지옥, 안 해도 지옥" 마치 뇌에 기어가 제대로 작동을 해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아서 뇌에 잠금이 걸려버린 상태를 슈워츠는 브레인 락이라고 말하고 있다. UCLA 교수인 제프리 슈워츠는 근 20년간 강박장애 환자들을 다루면서 그들의 증상 그리고 해결방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2004년 개봉한 에비에이터는 실제 인물이였던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스"가 등장하는데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면서 슈워츠 박사가 강박장애의 증상과 특유의 사고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하워드 휴스가 얼마나 강박장애가 심했는지를 보노라면 그 주변 사람들이 무지하게 고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의 조수에게 항공을 위한 기상상황표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해서 가져다주었는데 무려 33번이나 다시 부탁을 하고 재확인을 받아야만 했다.
그 외에도 완벽하게 접시를 배치하고 케첩이 묻은 셔츠를 빨기 위해 샤워 수준으로 화장실을 목욕탕으로 만든 사연 등 강박장애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증상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다른 환자들의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다들 이 무의미한 짓을 알면서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자기 손톱에 칼날이 달려서 누군가를 해칠까 봐 항상 조심하는 사람, 특정 횟수만큼 청소를 해야 마음에 안정을 찾는 사람등
자기도 고통스럽지만 같이사는 주변사람들은 너무 힘들 것이다. 80년대 중후반이 와서야 강박장애가 뇌질환, 화학작용미스라는 것을 밝혀내지만 이미 10년 전에 휴스는 평생을 강박에 빠져 살다 삶을 마감한다. 강박장애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이 개수대에서 손을 여러 번 씻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씻는다 해도 2-3번 정도겠지만 다른 강박장애 사례집을 보노라면 끔찍하다. 손에 진물이 날 때까지,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세척한다.
강박장애의 문제는 뇌 속 전두엽 아래 눈썹부근의 안와피질 부분이 문제가 생긴 것이라 하는데 흔히 X레이 찍어서 뇌를 들여다본다 하는 것을 PET,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법이라 한다(이거 하나 외웠다!). 그래서 포도당 비슷한 성분을 주입하면 뇌가 어떤 부분에서 대사작용을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안와피질에서 두드러지게 강박장애일 경우 나타난다 한다.
만약 강박장애가 불치병이었다면 뇌를 다시 변화시켜야 하는 작업인 행동치료가 통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우리가 가끔 들어본 "신경가소성"이, 뇌가 환경 자극에 의해 적응을 위해서 바꿔나가는 특성이 강박장애를 치료한다. 그래서 슈워츠는 크게 4단계로 나뉜 치료법을 제시한다.
다시 정의할 것, 다시 원인을 상기시키는 것, 다른 곳에 집중할 것, 다시 평가할 것을 주문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무적인 것은 4단계를 꾸준히 실천한 환자의 뇌를 촬영해 보니 불붙었던 안와피질이 더 이상 크게 발화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책 속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조현병(과거는 정신분열증)이나 여타 다른 정신질환들은 플라시보효과가 일시적으로 통했을지는 모르나 강박장애만큼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는 점과 실제로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강박장애 환자들의 특성도 주목할만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소름 돋게도 내가 하고 있는 습관 만들기와 똑같다는 것이다. 아 물론 나도 습관 만들기를 다른 심리학 책들을 읽으면서 배운 것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에 격려받았던 것 같다. 즉 15분간 충동이나 강박에 대해 버텨내는 것을 말하고 강박을 다른 것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흔히 신경가소성이 반복된 행동에 의해 변화하는 뇌의 특징을 설명해 주었듯이 잘못된 반복을 다른 반복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