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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Feb 02. 2024

사라나마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7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칠십 번째


본격 생존기념 촬영


라디오 파일럿에서 살.아.남.았.다. 드디어 정규프로그램으로 전환되었다. 인기가 있고 없고 중요한 게 아니라 진행자의 꾸준함, 콘텐츠의 지속성이 방송 편성에 지장이 가지 않는 게 가장 기본이며 상호 신뢰다. 가끔 진행자가 녹화방송 펑크 낸 스토리에 억양이 세지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 속에서 왠지 모를 분노가 느껴지기도 한 것이 이해가 간다. 기본조차 안 지키는 사람이 서로 무엇을 믿고 방송을 하겠는가?



프로 늦잠러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여러 장의 원고를 작성한 채 졸린 눈으로 방송국에 간다. 그리고 아직은 라디오 어린이라 어색한 억양,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것은 여전하다. 그런데 이는 모두가 겪는 과정이기에 그러려니 한다. 여하튼 몇 주간 계속된 프로그램은 무사히 지속되었고 이제는 맘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뭔가 다르다고 느껴지면 그게 이상한 거다.


애초에 시작할 때 태도가 정규라고 달라진다면 안정적인 진행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맘 편히 아무 말대잔치를 하는 나로서는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감정파이긴 하지만 방송을 듣거나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염 때문에 코맹맹이 소리 좀 줄여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마이크 옆에는 항상 500ml의 생수병은 기본이다. 종이컵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뜨러 다녀야 한다.


방송국에는 다양한 분들과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각자의 색깔이 있다. 그리고 남모를 경쟁상대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걸 일부러 신경 쓴다면 나만 손해다. 최근에 같이 모임을 함께했던, 어느정도 역할 맡았던 사람이 배신 때린 사람이 만든 모임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시사하는 바가 컸다. 왠지 모를 질투심, 바쁘다는 핑계로 모임을 안 나오고 직책을 갑자기 내려놓은 흔적을 보노라면 나이도 자기보다 어리고 나댄다고 생각에 꼴 보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그거 가지고 신경 쓰느냐? 예전에는 끙끙 앓았을지 모르고 또 그 사람에게 실망했다는 식으로 연락했을지 모르지만 경험으로 쌓인 대처법이 요 근래 읽고 있는 책에서 제시하는 법과 맞는 거 같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함께하는 사람에게만 잘할 것" 굳이 모임에는 가입하고 참여는 안 하고 말로만 "모임장님 조만간 뵐게요!" 하는 사람들을 굳이 챙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작 그런 사람들 때문에 신경 쓰게 되고 기약 없는 약속에 나만 시달린다. 그래서 최근에 인원이 적어도 나는 그 인원에 집중하려고 하고 누군가에게는 차별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잘 모르는 소리라 생각한다. 내실을 다지려면 당장 나와 함께 할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추다 보면 그들의 언행에 내가 휘청거리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방송할 때의 마인드도 내려놓는다는 느낌은 청자가 적더라도 혹은 많더라도 똑같이 가자는 것이다. 어차피 들을 사람만 듣는 것이고 많아지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이미 있는 것까지 날려먹을 수 있으니 어떤 것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어떤 것에 집중만 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질투나 났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은 sns에서 몰래 살핀 흔적이 보이고 만날 때도 가끔 "요즘 잘 나가시는 것 같더라고요"하는 것을 보면서 "아 오래 같이 갈 사람은 아니구나. 조심해야 겠구나." 느꼈다. 결국 다른 데로 간 것을 보면 왠지 끼리끼리가 진리임을 다시한번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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