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47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사십 칠 번째
외신이 시끄럽다. 가뜩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까지 산발적으로 계속 전투가 아닌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와중에 이스라엘이 누구도 변호해주지 못할 실수를 하고 말았다. 시리아내 이란대사관을 미사일로 쳐버린 것이다. 전쟁 때 아무리 죽이네 살리네 해도 각 나라의 외교공관은 건드리지 않는 게 진짜 "국"룰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여론 안 좋은 이스라엘이 외교공관을 공격한 것이다.
대사관은 누군가의 피신처가 되기도 한다. 고종은 혼란한 정국 때문에 러시아 공관으로 아관파천하였고 파나마 독재자인 마누엘 노리에가는 미국에게 쫓겨 바티칸 대사관으로 도망갔다. 이때 진짜 천하무적의 미군이라도 타 국의 대사관을 터치한다는 건 외교적인 큰 실례며 노리에가는 이를 노리고 전 세계 가톨릭의 중심 바티칸 대사관으로 도망간다. 결국은 미국이 수를 써서 대사관 앞에서 락 음악을 하루종일 틀어놓아 노리에가가 귀 따가워 살 수 없게 자진 항복을 받아내는 등의 스토리가 있었다.
아무튼 이스라엘은 이란대사관을 공격했고 이란 입장에서 더 열받아 하는 점은 이란 군사력의 핵심인 혁명수비대 고위직,장교들도 7명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뭐 그래서 오늘 뉴스까지 합하면 이란이 밤늦게 미사일을 수백 기 발사했으나 미미했고,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 본토를 공격하는 등 뒤숭숭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세계사를 관심 있게 보면서 정치체제에 대한 관심도 생기다 보니 챙겨보게 되었는데 이란이라는 나라의 독특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명칭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중동 국가들은 이슬람을 거의 국교로써 인식하며 이슬람 국가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 권력의 현장에선 전제왕정이나 독재로 유지되는 한편, 이란은 이슬람 율법을 근거로 한 공화정을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79년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프랑스에서 인기 한가득 입고 돌아와 이란 혁명을 성공하고 새로운 국가의 정체성을 "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국가체제"를 선포했다.
호메이니가 이슬람 학자였고 애초에 팔레비 왕조에게 탄압을 받았을 당시 이슬람 학자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자기가 혁명에 성공하면 어떤 식으로 국가를 운영할지 이미 계획한 것으로 보였다. 각 나라의 헌법이 국가의 정체성이라 이야기하는데 이란 헌법체제를 새로 만들어 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통치를 하겠다고 못을 박고 있다.
이란의 정치체제는 이슬람 율법체제와 공화정 체제 투 트랙으로 운영이 되는데 실질적으로 이슬람 율법 체제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며 공화정 체제는 사실상 하부 토대에 불과하다. 국민이 직선제로 투표를 하지만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라흐바르(이란 최고지도자)에게 허가를 받아야만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290명 정도의 국회의원도 우리나라처럼 직선제로 투표를 하여 뽑고 입법을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 아니 아예 최고지도자의 분신들이 앉아있는 헌법수호위원회에서 다시 심사를 해서 반영을 하던지 빠꾸(?) 맥이던지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그럼 이슬람 율법체제는 어떻게 돌아가냐 한다면 호우제라는 이슬람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계속 커리어를 쌓아나가며 이슬람 학자로서 거듭난 사람들만이 권력에 다가갈 수 있다. 애초에 최고지도자 라흐바르를 뽑거나 해임할 수 있는 전문가 회의라는 기구가 있는데 이곳도 88명의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직선제로 선출이 된다. 그래서 최고지도자를 그나마 견제할 수 있다고는 하나 라흐바르는 한번 뽑힌 이상 종신집권이라 한솥밥이며 "우리 이슬람 대빵을 몰아내려는 니가 심상치가 않다"라고 미리 손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 위에 최고지도자 라흐바르가 위치해 있고 이 라흐바르와 이슬람 율법지도체제를 수호하고 지키는 친위대가 가끔 뉴스에서 많이 보이는 이슬람 혁명수비대 혹은 이란 혁명수비대다. 쉽게 생각해서 국가의 군대가 아닌 공산당의 당군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다. 국가에 귀속되어 있는 게 아닌 라흐바르의 직속 명령을 따르는 자들로 실질적인 이란군의 핵심이고 가장 중요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통제권한은 이란군이 아닌 혁명수비대가 맡는다는 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사실 무늬만 공화정인 독재정 비슷한 정치체제다. 이란 시민들이 반정부시위를 가끔 하고, 정부가 샤리아 율법으로 폭정을 저지르며 인권 탄압을 하고 있지만 슬프게도 중동 현장에서 명분도 충분한 이슬람 율법 통치는 잘 작동하고 있고 종신집권중인 라흐바르인 하메네이는 오늘도 열심히 트위터에서 글을 쓰며 반미투쟁 반이스라엘 투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어쩌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혼란한 중동 정국에서 그나마 타협점을 찾은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것이 진정한 공화정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