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48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사십 팔 번째
봄이 되면 항상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지수가 높이높이 올라간다. 요즘엔 또 미세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누가 봐도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적지 않는 피해를 받게 되는 그런 경우가 있다. 여러 번 문제 삼아도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들이 결국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큰 상황을 만들어 내버린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사소한 문제들이 결국 커지는 경우도 있고 대인관계에서는 더욱 증폭되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일상적인 예로는 설거지를 제때 하지 않거나, 과자를 먹고 부스러기나 쓰레기를 제때 버리지 않는 습관들이 있다. 설거지를 바로 하면 뭐 개운하고 계속 미루지 않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있겠으나 반대로 방치해 놓으면 미루다 미루다 양념은 달라붙고 쉽게 지워지지 않거나 여름이면 충격적이게도 벌레가 꼬여 대단히 보기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방 청소도 하지 않고 그냥 여기저기 놓여있는 쓰레기를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버리면 되지"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때 하는 습관이라는 표면적일 수 있는 좋은 이유 말고도 쓰레기가 쌓여 날 잡아서 해야 하는 경우 그리고 어쩌다 까먹은 물건의 위치가 쓰레기 때문에 혼잡하다 하면 대단히 짜증과 불쾌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위기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어지럽혀도 일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러기엔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위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직장에서는 깔끔하지 못한 이미지를, 집에서는 물건 찾기 힘들어지는 이유도 있고 심리학적으론 인간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 과부하가 걸리면 굳이 낭비하지도 않을 에너지를 시선이 분산되어 업무 효율에 있어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볼펜 찾다가 뒤적거리면 어느새 땅바닥에서 발견하기까지 적지 않은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나하나 떼놓고 보면 정말 사소하겠지만 오늘의 일상에서 본다면 그리고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본다면 어떠할까?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5분 정도 늦는 습관이 자기는 별거 아닐지 모르나 상대방에겐 대단히 실례되는 습관일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공격할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쟤가 저런 것도 맨날 늦으니까 저 모양이지"라는 식으로 괜한 꼬투리가 쌓일 수도 있단 점이다. 언어 표현에 있어서 요즘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유로 언어를 바르게 사용하자라는 급진적 주장이나 형식만 갖추고 분노의 방향을 잘못 설정한 사람들의 변질 때문에 그 중요성이 흐려지고 있는 듯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힘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본다면 미세스트레스니 마이크로 어그래션(미묘한 차별)이란 용어도 등장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볼 때 낯설지 않고 나름 타당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다. 가장 극적인 용어는 아마 하인리히 법칙일 것이다. 산업재해에 대해 같은 원인의 300번의 사소한 징후들이 일어나 29번의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1번의 대형 사고로 설명되는 것도 일상에서 놓치는 아니면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놓치는 것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려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일상에서 자기 자신에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사소하지만 뭔가 귀찮거나 불쾌하게 했던 어떤 포인트들을 바라볼 필요성을 상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해가 서쪽에서 뜨듯이 모든 것을 컨트롤하겠다고 부정적으로 판단되는 작은 요소들을 있는 족족 잡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만한 에너지도 없고 그럴 경우 진짜 공부는 안 하고 책상 청소나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헤매고 헤매다가 취업의 면접에 늦게 되는 최악의 경험을 해본 사람이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