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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Sep 04. 2024

남로내불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8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팔십 삼 번째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사자성어인줄 알고 순간 착각한 적 이 있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중잣대를 꼬집는 뜻을 가진 줄임말인데 오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이 나를 향한다 해도 이 말이 여전히 들어맞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이 하면 로맨스, 내가 하면 불륜". 남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혹독 한 사람들이 많다. 나를 포함해서.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객이나 거래처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는 것은 기본이고 싫은 소리도 기꺼이 받아가며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반적인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로 동료나 상사의 입에서 최대한 자기 자신이 나쁜 이미지로 오르지 않게끔 사리는 경우,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비출 필요가 있기에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 주며 역시나 착한 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해방감과 같이, 그러면 이제는 나 자신을 향해서도 살갑게 대하느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위의 사회생활들이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 해도 결국 언행 자체에 있어서 나 스스로에게는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나 혼자 하는 대로 사회에서 그런다면 매장당하기 쉽겠지만 돌이켜보면 남을 살갑게 대하듯 나에게도 살갑게 대하는지 성찰해 보게 된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하는 이중잣대 또한 존재한다. 공공장소에서는 칭찬도 해주고 해맑고 상냥하게 대하지만 집에 들어온 나는 어느새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것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사생활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스스로에 대한 비난과 성찰이라 쓰고 자학이라 하는 언행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또한 이중잣대가 아니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남을 사랑하라 혹은 친절히 대하라라는 무수한 가르침과 교훈은 많지만 남을 사랑하듯 나도 사랑하라라는 반대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심리적 건강의 차원에서라도 이런 부조화가 야기하는 괴리감이 생각보다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인지부조화처럼, 남은 사랑하는 데 정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경우, 스스로 자존감이든 칭찬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부정하는 경우를 본다면?


솔직히 말하면 그런 건 있다. 공개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나는 정말 대단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마냥 좋게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거만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철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 이 또한 겉으로 포장하려는 게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하기에 그렇게 말한다면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혼자 있는 공간에서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는 것과 남은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몸에서 배어 나와 남도 사랑할 수 있다. 거짓된 셀프케어는 단순히 변장에 지나지 않고 얼마 못 가게 될 것이다. 남과의 로맨스를 꿈꾸기 전에 먼저 나와의 로맨스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며 그 출발은 나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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