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Sep 12. 2024

코르크보드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91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구십 일 번째



청소기를 야물딱스럽게 밀고 다니며 내 방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 소리에 놀라서 도망가는 고양이는 만국 공통인가 보다. 꾹꾹 눌러대도 출타 안 하시던 분이 거실로 도망을 나간 시간에 동자스님은 마당을... 아니 나는 내 방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벽에 시선이 갔다. 그동안 한 번도 손을 안 댔던 코르크보드에 붙여진 여러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종이는 습기를 먹어 색깔이 점차 바랜 듯했다.



예전에 나만의 보물지도를 만들어 생생히 꿈꾸라는 일본 작가가 쓴 책이 있었는데 그거 따라 한답시고 공부는 안 하고 사진을 오려 붙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계속 업데이트가 되어 교체가 되었고 이번에도 현재의 생각과 거리가 먼 사진과 그림들이 붙어 있었다. 보물지도에는 진득이 뭔가 추구해야 할 상징이 있어야 했지만 마음이 갈대처럼 왔다 갔다 했는지 이제는 보물지도가 아닌 그냥 게시판이 되어버렸다.


결정적으로 생생히 꿈꾸라는 주장을 믿지 않기에 그냥 게시판으로 사용한 게 더 컸다. 그러다가 오늘 그냥 여러 꿈을 이루는 과정이나 자기 계발의 흔하디 흔한 메시지 중 하나인 "슬로건을 만들어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라"가 떠올라서 코르크 보드를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붙여만 놓고 전혀 오랫동안 내면화하지 않았던 나만의 메시지를 떼고 영화 포스터도 다른 데로 옮겨 놓기로 정했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메시지나 내가 상기해야 할 어떤 텍스트나 그림이 있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알게 되자 해보려는 것이다. 이 또한 미루고 미루다가 하는 셈인데 우연히 지나치더라도 눈에 잘 띄는 그 자리에 메시지가 있다면 진부하다 생각해 1초 만에 고개를 돌려도 결국 보는 셈이니 한번 더 떠오르고 학습하기가 쉬워진다.



아마 다들 공감하실 것 같은데, 마음속에 자기만의 슬로건이 있지만 어느새 반대로 생생히 까먹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열정이 불타오르던 메시지가 일상 속에 묻혀버려 기억도 나지 않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설령 중요한 곳에 배치해 놓았어도 너무 중요하다 생각해서 잘 모셔 두었지만 오히려 잘 안 보게 되는 신줏단지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음에 스스로 황당한 경우도 있다.


코르크보드를 수정할 때의 좋은 기분과 일상의 어느 시간 중 하나를 꼭 집어 그때의 감정을 비교하면 당연히 차이가 클 것이다. 공부할 때 눈에 바르듯이 시작하라라는 조언이 와닿았다. 마찬가지로 나만의 슬로건도 열정의 감정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빠져나가더라도 눈에 자주 바르듯이 접한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생각해 본다.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곳에 자주 봐야 한다는 것을 실천해보고자 한다.


여러 번 업데이트를 해본 결과, 슬로건은 단순해야 하고 괜히 좋은 메시지를 넣는다고 이것저것 첨가하면 억지스러움이 더욱 커진다. 심리학이나 경영학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도 공통적으로 슬로건은 단순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눈에 바르듯이 일상에서 함께 한다면 삶이 보다 윤택해지리라 생각해 보며 나는 코르크보드에 박힌 압정들을 다시 빼고 있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