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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Sep 13. 2024

자기 개발보단 자기 개방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9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구십 이 번째



일을 진행하면서 혹은 행사를 참여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된다. 테이블에 앉게 되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니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다. 행사장 속 앉아 있는 나는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게 된다. "이 사람들하고 어떻게 해야 오손도손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마음속으론 치열한 고민과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내향적인 사람들, 나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행사가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6명 정도 같이 앉고 시간을 보내는데, 선생님이 돌아다니시면서 우리 활동을 지켜보시면서 뭐라 설명해 주시는 것 빼고는 너무나 조용했다. 밖에 있는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이보다 더 잘 들렸던 것 같다. 모임은 내가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내고 내 모임이니 만큼 분위기가 보다 쉽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느껴지지만 아무래도 수동적인 참여자 입장이다 보니 내향적인 성격이 그대로 발현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모임 짬밥을 조금 먹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앉아 있는 사람들 전체에게 물었다. "여기 오늘 어떻게 오셨어요?"그러자 나와 마주 앉으신 분이 이야기를 하셨고 다른 분들도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했다. 희망의 물꼬가 트는가 싶었지만 몇 마디 한 채 다시 조용해졌다. 예전에는 여기서 좌절하고 나도 영원히 조용해지기 시작했겠지만 "뻔뻔"이라는 기치아래 끝내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며 물어보기도 하고 맞장구치며 이야기를 계속해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조금 화기애애 해지길래 항상 말 거는 것보다 힘든 자기 자랑 같은 자기 개방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예전에 "나댄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간다"는 식으로 스스로 여겼고 또 그런 사람을 보면 그렇게 여겼는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어디까지나 그건 그들의 생각이고 설령 나댄다라는 말이 직접 튀어나오도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의 담력을 키우기 위해서 나에 대한 소개를 곁들여서 말하려고 한다. 이 부분은 흔히 자기 자랑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상대방도 처음 보는 사람이 떠드는데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으면 불확실해서 선뜻 말을 이어나가기가 힘들어진다.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하지만 그에 대해서 다시 돼묻기에는 꺼려질 수 있다.


아무튼 내가 하는 활동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건네니 질문을 하시길래 그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웃기도 하며 나름 가벼운 분위기에서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누군가는 끝나고 "아 말 많은 인간 때문에 힘들었네"라고 분명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입장이고 나는 그의 입장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다.


한국인이 스몰토크에 약하다고 하는 것은 이런 시선에 많이 민감하게 반응해서 자기 자신을 소개하거나 자기 자신이 어떤 일 혹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고 신중해한다. 상담심리의 영역에서도 일방적으로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기 쉬운 상담자도 오히려 내담자를 공감해 주거나 혹은 이야기를 편히 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자기 개방"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자기의 스토리를 내담자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추석 전 "뻔뻔해지자"라는 가치를 몸소 실현했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한 하루였다. 닫힌 문으로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열려 있는 문은 들어가기가 보다 쉽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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