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Sep 11. 2024

가끔은 체크아웃 좀 하세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9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구십 번째



사람들이 카페에 가는 이유 중 하나가 단순히 허세 혹은 분위기나 감성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갑갑하다. 집에만 있으면. "집에서 집중하면 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울적하거나 침체된 감정으로 집에서 과업을 수행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카페를 가서 집중 혹은 활력이 불어나는 것이 아니라 외출 그 자체의 행위가 도움이 된다. 집에서는 온갖 옛 습관의 포로가 되기 쉽다. 내가 뭘 하든 지켜보는 이도 없고 다리 뻗고 드러누워 휴대폰을 하든 잠을 자든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겉멋만 든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무작정 비판하던 시선에서 생각해 보니 카페에서 무언가를 하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 효율이 더 좋으면 당연히 갈 만하다. 음.. 비교대상에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를 놓치는 않겠다. 멀티태스킹에 능하지 않은 인간은 그런 정적인 곳이 훨씬 집중하기가 좋기 때문이지만 내가 카페 가는 것의 이로운 점을 비교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갑갑한 듯 한 집 한정이다. 집이 당연히 아늑한 안식처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맘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유혹에 빠지기도 쉽고 여리디 여린 집중력을 금세 빼앗아 가버린다.


감정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데 외출이 주는 힘은 상당한 것 같다. 누군가는 아무런 목적지 없이 그냥 드라이브하러 다니고, 어떻게든 집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다른 활동을 만들어서라도 시간을 채우는 사람도 있다. 이들 스스로 자기 자신이 집에 들어가면 어떤 상태로 지낼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카공족이 생기고 카공족이 많아짐에 따라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이 공부하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혹은 있어 보이는 척하는 점도 일부 있을 수 있겠으나 아니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카페에 가서 독서를 하다가 문득 책에 집중하게 되면 진짜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나는 카페를 자주 가지는 않지만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이면에 감정의 환기가 작동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돌이기 때문에 집에서 모든 것을 하려 하고 집이 만사 편하다 보니 시선이나 잡음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가끔 카페에 잠시 앉아 글을 써보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니 외출이 주는 건강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앞 창문에서 강아지 풀들이 너풀너풀 춤을 추는 걸 멍 때리며 보고 있다.



머리에서 피가 도는 느낌이고 생각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산책을 하거나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건강을 비롯해서 새로운 영감을 줄 곧 얻으며 상쾌하게 사는 것처럼 외출은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건강도 이끌게 된다. 생각해 보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하도 안되면 나와서 도서관 한 바퀴를 돌거나 공기를 들이마시기도 했는데 이 또한 외출의 외출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물리적인 외출이 삶을 건강하게 만들듯이 내적으로 정신적인 외출도 있지 않을 까란 생각도 들었다. 정신적 외출이 무엇일까? 새로운 경험, 새로운 지각 등등. 딱 머릿속에 한 글자만이 떠올랐다. "책". 내가 집에만 있어 무기력했어도 그럼에도 촐싹 맞고 활기찬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정신적인 외출을 나름대로 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 본다. 이런 정신적인 외출로 머릿속 지평선이 확장되는 것을 보며 감각이 다시 일깨워지고 활력이 생긴다.


외출해서 책을 읽으면 두 마리 토낄 잡는 금상첨화일까? 다시 강아지 풀이 흔들리면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초록빛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풀이 야외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나 있는 것을 보면 그 생명력이 끈질기다 할 수 있겠다. 달리 말하면 살아 숨 쉬듯 역동적으로 건강하게 보인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작업, 감각이 일깨워지는 느낌을 단순한 외출에서 느껴볼 수 있다. 집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쉽게 풀리는 경우 또한 있다. 아마 외출이 주는 축복일 것이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