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89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팔십 구번째
외출하다가 문득 온라인 서점 어플에서 추천 신작에 나의 최애 관심사 관련 책이 올라왔다. 호다닥 책의 재고가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지 찾아본 결과, 나온지 한달도 안된 따끈따끈 한 그 책 한 권이 서점 서가에 꽂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점심 이후에 찾아가서 질러버렸다. 책 제목은 "세뇌의 역사" 부제로는 "파블로프에서 한국전쟁 그리고 소셜미디어"까지라는 제목으로 나의 이목을 한데 집중시켰다.
방금 전에 완독을 하고 난 후, 따끈 따끈한 리뷰로 글을 올려본다.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조엘 딤스데일이 썼으며 서두에서 세뇌라는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라 말한다. 최근 글에 모든 위인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썼듯이, 책을 통해 파블로프가 그런 유착관계를 깊이 가지고 있는 지 여태 껏 몰랐다. 그의 연구결과는 심리학계에 큰 가르마를 터주었지만 반대로 큰 장막도 드리웠다는 점을.
마치 "로켓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엉뚱한 행성에 떨어졌다는 것을 제외한다면."이라는 명언을 남긴 나치 치하 독일 과학자 브라운의 고백처럼, 파블로프의 연구는 레닌과 스탈린의 공산주의적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계획에 한 축을 담당 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독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처럼 당시 최고지도자인 레닌을 2시간이나 독대하고 거액의 연구비와 지원을 받은 것은 스타 과학자로써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고 볼수 있다.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형성의 연구는 당시 소비에트 러시아의 얼마 지나지 않은 쉽지 않았던 건국과 절대주의적 공산당의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충성하는 공산주의자들을 만드는데 필수불가결한 방법이었고 레닌은 그의 연구를 직접 듣고 크게 만족해했다. 파블로프의 정치관은 공산주의 이념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음에도 유물론적 세계관은 궤를 같이 하고 있었기에 같은 혁명관에 한솥밥 먹던 지도층을 거리낌없이 숙청했던 스탈린의 대숙청시대에도 아무렇지 않았다.
바야흐로 냉전시대의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 표현하고 또 저자도 미국이 가장 잊고싶어하는 전쟁중 하나라고 하는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각 진영의 더러운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공군의 세뇌 그리고 미군의 세뇌, 지도의 경계선을 긋는 과정이 마무리 될때까지 보이지않는 전쟁은 치열했기 때문이다. 밸런스 맞추기 위해 미국의 더러운 역사인 MK울트라 프로젝트도 소개하고 있다.
아마 음모론 관련 이슈 혹은 MBC 서프라이즈를 통해 한번쯤 들어본, 미국이 자국민 대상으로 벌였던 비밀 실험을 말한다. 이 부분은 이념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전향"시키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암암리에 진행되었고 다소 끔찍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비윤리적인 실험들이 자행되었음을 낱낱이 밝히는 데, 잘 알지 못했던 심리학의 소소한 역사도 알게 되었다.
칼 로저스가 관련 연구들에 작심하고 비판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에서야 칼 로저스가 상담심리학계의 아버지라 불리지만 냉전 당시는 정부관계자들에게는 눈엣가시로 보였을게 분명한 발언도 눈에 띈다. 아무튼 여러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인질이 납치범에 동조하는 스톡홀름 증후군에 대해, 그리고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재미나게 읽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영화 제이슨 본의 영감의 출처가 마냥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 상당히 소름끼치기도 했다. 연구자 그리고 민간에 사실 이정도까지 풀린 정보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냉전시대에 얼마나 많은 연구들이 있었을지 싶으며 연구 윤리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인간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항상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느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