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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Sep 08. 2024

감정찬가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87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팔십 칠 번째



감정을 다루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인 듯 싶었다. 중요한 건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만 있었을 뿐 나 자신, 내 육체에서 배어 나오는 영혼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었는지 싶다. 매번 느끼는 주제 중 하나가 보편적으로 널려있는 흔해빠진 교훈과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나만의 교훈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점이다. 그 차이는 결국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



가끔 부모님이 말씀하신다. "저렇게 뭐라 안 해도 때가 되면 지가 알아서 깨닫는다"라고. 백날 떠들어봤자 잔소리 혹은 쓸데없는 훈수라고 생각해서 귀를 열지 않고 설령 듣더라도 한 귀로 흘리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고 보니 그 방법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본다면 스스로 깨닫기까지 때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겪어봐야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평소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숨겨진 주인공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정이라는 녀석. 감정에 대한 이미지는 무언가 짧고 굵은 이미지, 불과 같은 선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정에 너무 치우쳐 살게 되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생겨 이성에 의해 절제되어야 한다고 많이들 알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매 순간 매초 감정 없이는 우리는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즉, 지금 아무리 냉정하고 이성을 되찾고 자기감정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도 그 순간조차 그렇게 말함으로써 차분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뻑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 사실에 스스로 감탄했다.

아무리 이성에 의지함으로써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조차 그와 맞는 감정이 동반한다는 사실이 이미 너무 자연스러워져 감정에 대해 인식하고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단계론 내 생각에는 감정은 행동의 어머니다. 감정은 배제되어야 할게 아니라 좋은 감정을 일으키는 쪽으로 오히려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 왜 우리는 작심삼일에 좌절하는가? 그건 퇴근하고 별로 좋지 못한 감정과 아까 전에 된통 당해서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기 때문이다. 날은 똑같은 날이고 어느 때와 같이 똑같은 퇴근 후의 활동을 임한다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에 의해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우리가 왜 그토록 동기부여를 부르짖는가? 감정이 고양되면 무엇이든 할 것만 같은 눈물 나는 벅차오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만큼은 어제와 나는 확실히 다른 단발성 이벤트처럼 커다란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감정이 작동하고 있다. 나의 감정을 살피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감정으로 살고 있는지 본다면 청신호인지 적신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인간의 심리적 에너지다. 이 에너지가 얼마나 가득 차있느냐에 따라 행동과 일상 패턴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본인이 이성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 생각하지만 크나큰 오해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평소처럼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런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그 감정 그대로 계속 살아가고 있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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