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의 열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06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육번째



최근 축구 협회가 시끄러운 것과 별개로 멤버들과 경기를 보러가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밤 같이 대전 월드컵 경기장을 향했다. 그런데...어쩌다 나이가 요렇게 되었나? 2002년 월드컵, 꼬맹이 시절 다녀갔다가 22년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때 전광판으로 한참 뜨거웠던 경기를 관람하며 막대 풍선을 두드렸던 기억이 난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경기는 대전 VS 울산. 축구를 월드컵 혹은 올림픽 때 보는 것 이외에는 보질 않아서 잘 몰랐지만 전자는 마음을 비우고 봐야하고 후자는 1등을 달리고 있는 팀이라는 것을 경기장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애초에 모르고 보니까 기대치가 상당히 낮기도 했고 울산의 응원단이 열의가 장난이 아니었다. 단합력도 최강, 센스도 최강인 듯 했다.


심판이 조금만 울산 선수들에게 지적을 하면 "심판 눈떠라!"라 한 목소리로 외치고 반대로 대전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 "우우~~"하는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유치하거나 너무하다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유럽의 훌리건과 비교하면 귀여운 애교인듯 했다. 한편 대전 응원단도 홈그라운드에 무진장 큰 깃발을 휘두르며 장내에서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어째 점차 약발이 떨어져 갔다.


대전이 골을 먹혔다. 경기 진행과는 별개로 문득 갑자기 진지한 생각이 들었다. "야.. 군중속에 있으면 그냥 휘둘린다는 말이 그것이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장내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고 가뜩이나 좌석도 오밀조밀해서 사람들이 다같이 모인 이곳에서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노라면 옛날 내가 로마에서 태어났더라면 검투사 경기가 이랬겠구나라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다.



집단의 열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었다. 단순히 가을임에도 날씨가 더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내뿜는 체온덕분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요소를 다 합친 듯 했다. 무기력하거나 무감각한 일상에서 이런 열광의 장소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느꼈다. 피부에 무언가 다가와 감각을 일깨우는 재미난 경험이였고 흥미로운 경험이였다.


어떻게보면 분위기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의 가장 두드러진 장소가 경기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개인을 잠시 잃어버리고 어떤 하나의 정체성에 융합되어 움직이는 느낌, 환호와 아우성이 그리고 골이 먹힐듯 말듯 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집단에 속해 몰입하는 느낌. 나쁘게 표현해보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환경 한번에 파도처럼 부스러질수 있단 생각도 들었다.


반대로 이런 환경의 중요성을 안다면 내가 지금 처한 상황과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할지도 굉장한 핵심포인트라 생각해본다. 경기가 끝나고 다같이 퇴장해 막힐 것을 우려해 우리 일행은 끝나기 3분전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대전 경기장의 마스코트들이 나란히 줄지어서 곧 출입구로 나가는 사람들을 기다리려 이동하는 것을 보며 오늘 경기의 패배때문에 실망한 건지 아니면 더운 날씨에 지친 것인지 몰랐지만 상당히 귀여웠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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