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9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구십 삼번째
날씨가 추우니까 몸이 움츠러든다. 롱패딩의 계절에 귀가 빨갛고 코도 빨갛다. 칼로리 소모도 더 빨리 진행된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몸이 편안하지 않고 얼른 눕고 싶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지만 어디까지나 커플들의 리그이므로 밖으로 탈출하면 안된다(?). 물론 나는 개신교인이라 교회에 가서 성탄예배를 드린다. 그런데 우중충한 기분은 쉽게 좋아지질 않는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에너지 고갈의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할 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밖에 나가 외출하기, 산책하기 등등이 있지만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지배적이면 마음 속 쉬어야 한다는 조언을 따라 줄 필요가 있다. 휴식을 아무것도 안하는 놈팽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는 날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필요도 있다.
마치 조용해야 숲속의 산들바람이 들려오는 것처럼, 바쁜 일상이나 시끄러운 하루에서 벗어나 온전한 개인의 사적인 영역 그리고 휴식의 공간으로 들어오면 그런 소리가 메아리쳐진다. 누군가는 그런 메아리를 애써 외면하려고 일을 계속 만드려고 한다. 자아와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공허하며 불편한 진실의 안대를 벗는 것과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안대를 벗어 고요한 외침을 듣기만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대부분 몸이 힘드니 휴식을 하거나 마음이 힘드니 진정의 시간을 갖는 것인데,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있노라면 자아를 괴롭히는 생각이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건강하지 못한 감정을 갖게 되는 함정에 빠질수도 있는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성찰이 필요함을 알지만 성찰의 단계에는 불편함과 왜곡된 관점 모두를 극복해야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도 에너지가 고갈되는 시점,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지는 시점에서는 역설적으로 나를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볼 수 있다. 월화수목금금금인 사람이 과연 조용히 자기 자신을 관찰 할 수 있을까?. 명상을 하듯 고요한 시공간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축복이다. 용기있는 자는 자기 자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온전히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