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9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구십 이번째
사실, 새해를 기다려봤자 어제와 같은 오늘의 연속이다. 달력이 바뀌었다고 우리까지 바뀌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연말이다보니 들뜬 분위기가 감지되고 다가올 25년도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을 볼 수 있다. 희망을 품되 현실을 직시할 필요성이 바로 이런 순간에 드러나지 않나 싶다. "언제부터 하실 거에요?, "내년부터요!"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다. 설날이 끝나고 어느 날 중간에 같은 질문을 하게 되면 "다음 달 부터요!"가 분명 튀어나온다.
나도 작년 초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느낀다. 변화한 것들에 대한 만족을 느끼냐고 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와닿지 않는다. 언제나 과정은 힘들고 결과는 순간이며, 결과가 다시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상이다. 12월 31일과 새해 1월 1일은 달력으로 표기된 날짜일 뿐이다. 하늘에 떠있는 해와 달이 다음 날이 되었다 해서 25년도짜리로 새로 바뀌지 않는다. 새해를 기다리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직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미루고 있다.
지금의 변화를 요구하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 움직이기 싫어 하지만 근 미래에는 마법과 같이 바뀔거라 기대한다. 이런 양심선언을 하면 누구나 다 동의 할 것이다. 결코 바뀌지 않았음을. 내가 생각하는 새해를 기다리는 자세란 "무언가를 새롭게 하자"라는 슬로건에서 "새롭게"를 빼는 작업이다. 그냥 무언가를 하자. 이는 시간이 나를 구원해줄 것이란 헛된 기대는 버리고 전적으로 나의 결단만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새롭게란 단어를 쓰자마자 분명 새롭게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김칫국 한사발을 드링킹 하기 마련이라 그렇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한다고 헬스장 PT를 끊어놓는 것이 돈이 아까워서라도 한다지만 헬스장에 가서 카드를 긁기전부터 그것을 계획으로 적어 고이 간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새롭게란 단어가 무언가를 도전해본다는 말이면 이미 우리 마음 속 한켠에 자리잡혀 있던 것일수도 있다.
다만 새해라고 해서 그것을 처음 본 것마냥 대하려고 하고 동기부여를 하려 해보지만, 우리가 바라는 극적인 행동은 결국 일상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냥 하라"는 말은 너무 맥락을 끊어 놓은 것이라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맞이하는 새해와 단순한 연말의 분위기때문에 그동안 무력했던 당신의 감정이 샘솟았다가 다시 잦아드려 한다면 그런 순간이 하루 빨리 지나가기전에 머리부터 들이밀 필요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