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9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구십번째
마음 속 나의 멘토중 한 명은 실존인물이 아닌 "장 발장"이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그 사람 맞다. 2000페이지 넘는 레미제라블을 완독한 그 때의 자아도취도 있었지만 장 발장은 소설 속 수많은 캐릭터들이 있음에도 주제를 관통하여 모든 것을 설명하는 존재이자 희망의 상징이였기 때문이다. 저자 빅토르 위고가 원고료를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어쩌면 주제에 맞지 않은 장광설을 늘어놓기는 했다만 말 그대로 레미제라블,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반 임팩트가 상당한 장 발장이 빵을 훔치는 것, 거칠던 그를 전향시킨 미리엘 신부는 여전히 내 가슴속에 희망을 안겨다 준다. 미리엘 신부의 스토리는 초반부를 차지하지만 미리엘 신부의 은촛대를 받은 장발장은 그의 딸 코제트 옆에서 숨을 마치기까지 은촛대 정신을 계승한다. 그가 홀연히 사라졌다 시장이 되어 돌아오는 장면은 잠깐의 자수성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 혁명 후 혼란기의 사회에서 거지,부랑자, 매춘부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하류층들의 이야기에서 장발장을 중심으로 극복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그를 평생 괴롭히던 자베르 경감은 필요악처럼 질서 유지를 위해 범죄자 장 발장을 단죄하려 했지만 마지막에 원수라고 생각했던 장 발장이 자신을 용서하자 분에 이기지 못하고 또 자신의 신념이 무너져 내리면서 센 강에 몸을 던진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코제트와 그녀의 연인 마리우스, 장 발장을 한데 괴롭히는 주역이며 많은 돈을 갈취하고 또 다시 갈취하려는 모습을 통해서, 또 자베르와 달리 끝끝내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있음을 소설이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죄수번호 24601, 장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을 실현하며 끝까지 살아간다.
2천페이지가 넘는 소설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배우 "휴 잭맨"이 장 발장으로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판 "레미제라블"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절절한 사연들속에서 버텨낸 장 발장은 혼란과 고뇌 그리고 부조리에서도 끝끝내 한 인간으로써 선의 의지를 실현하려는 모습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해준다. 미리엘 신부는 목숨을 마쳤지만 박애 정신은 살아 숨쉬며 장 발장을 통해 계속 이어지면서 어둠을 관통하는 한 줄기의 빛의 서사를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