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27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27화 / 3장 여정의 시작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27화 / 3장 여정의 시작


3장로이딘루트.jpg 크리넬에서 헤르논으로 (로이딘 일행)


"이게 뭔 소리야, 세 명이 도주를 했다고? 심지어 도둑질까지?!"

크리넬 족장의 거처 안, 크리네스 4세가 편지를 붙들며 외쳤다. 가져다 준 아르한의 표정은 돌이라도 씹은 표정이었고 아버지가 어떻게 행동할 지 긴장하고 있었다. 족장이 살짝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관자놀이를 만지며 앞에 놓여있던 물 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대며 벌컥 마셨다. 검은 비둘기는 족장의 거처 입구 문 앞 땅 바닥에서 이리저리 돌다가 경비병에게 잡혔고, 경비병은 아르한에게 발에 달린 케이스를 건넸다. 수신자가 원하든 발신자가 원하든 답장을 위해 수신자에게 발에 있던 케이스가 넘어가면 검은 비둘기는 편지를 쓸 충분한 시간을, 대게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다시 날아가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크리네스 4세는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지 않고 비둘기가 날아가기도 전에 경비대를 차출하여 채비를 갖춘 채 말을 타고 있었다.


아르한에게 대신 마을을 임시적으로 관리하게 하고 당장 선두에 서서 마을을 빠져나갔다. 족장과 30여명의 정도의 경비병들이 성문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는 도롯가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바닥에 부딪히는 말 발굽소리들이 우렁차게 울리자 성벽에서 근무를 서던 경비병들도 고개를 돌리며 달리기 일보 직전인 말들의 행렬을 보았다. 이윽고 성문을 열란 명령과 함께 오래된 경첩이 끼익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점차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들판의 풍경이 보였다. 네이즈와 동반했던 크리네스 사람들은 걸어서 갔기에 이틀이 소요되었지만 전원 말을 타고 이동하면 시간을 절반가량 단축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장 내일이면 만신전에 도착할 것이었다.


크리네스 4세의 표정은 살짝 불어오는 진눈깨비에 굴하지 않은 채 계속 어두웠고 자신의 백성 3명때문에 이그네움이란 중요자원의 거래를 두고 종주국인 아보테와의 이번 회차 계약이 깨져버렸다. 그것도 절반의 공물로 맺은 파격적으로 변경된 조건이었으나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사고를 쳤단 말인가? 나머지 44명의 사람들은 다음 날 오후에 도착하면 무사히 데리고 귀환하겠지만 사라진 3명을 붙잡는다면 온전한 상황으로 끝내지는 않으리란 결정을 이미 내린 상태였다.


한편 네이즈는 붉은 노을이 되어 저녁이 되자, 만신전의 상황들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평소처럼 이곳에 모인 모두를 위해 음식 배급을 명했다. 똑같이 빵과 염장대구 그리고 물. 다만 점심과는 다르게 빵을 뜯고 있는 데센의 표정이 험상궃었다. 누군가가 건들이면 금방이라도 짜증이라도 낼 것처럼. 다른 사제들도 도난 당한 말이 생각이 계속 나는 건지 조용히 식사했다. 44명의 사람들은 허무하게 끝나버린 이 상황을 충분히 즐기며 고단한 노동 끝에 즐거운 식사 시간을 즐겼다. 네이즈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 지 먹질 않았다. 호위대장 제론이 다가와 그에게 물었다.

"안 드십니까? 조금이라도 하시는 게.."

"음, 아니네 괜찮아"

호위대장이 다시 말했다.

"조각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름의 위로를 듣자 네이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야겠지. 근데 그것보다 보호령으로 일단 복귀하면 뭐라 보고를 해야할 지 모르겠네"

"아까 말씀 하신 것처럼 하면 되지 않을 까요? 다만 조각은 좀 더 심각한 문제라..."

"어찌 해볼 지 생각중이야"

네이즈는 밥을 먹고 있는 8명의 사제들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그렇게 밤이 되고 모두가 무너진 천장과 하늘이 열린 만신전 안에서 불을 피우며 영원한 추위의 저녁을 맞이했다. 다들 이그네움으로 불을 붙이며 만신전을 환하게 밝혔다. 동시에 따스함에 사로잡혀 잠을 청했다. 이그네움이 태워지면서 안쪽에 배치된 피데라의 석상에도 그 빛을 비추었다. 석상의 얼굴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저들의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하늘에 저 멀리 높게 뜬 달과 환히 빛나는 별들이 세계를 장식하며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 네이즈는 아직 넉넉히 남은 식량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다 여겼는지 평소보다 많은 양을 사람들에게 배급했다. 그러자 불안감과 기쁨이 교차하며 사람들이 받아들었고 네이즈는 사람들에게 알렸다.

"빠르면 오늘 오전, 늦으면 오늘 오후 늦게 크리네스에서 여러분을 데리러 올 병사들이 올 것이오. 이제 여러분은 그들과 함께 다시 고향으로 복귀하면 될 것이며 여기서의 여러분은 그 의무를 충실히 해냈소"

목을 한번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다만 어제 괴이한 마법을 부리고 도망친 3명으로 일이 틀어지는 바람에 우리와 여러분 모두 매우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오. 이 부분은 반드시 그들을 잡아서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오. 로이딘, 시테온, 루네. 이 자들을 보았거나 그 흔적이라도 발견했다면 언제든지 여러분의 족장이나 경비대에게 보고해주시길 바라오!"

어제 일이 터지고 난 후 네이즈는 호위병을 풀어서 도망간 자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44명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떠들고 있을 때, 모닥불을 같이 했던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누구였는지 조사했다.

로이딘과 같이 썼던 마드라스, 자가베, 위메르고에게 물었고 마찬가지로 시테온과 루네의 모닥불 동료들을 찾아내어 물었다.


네이즈는 상황을 정리하는 연설을 마치고, 데센과 그의 사제들이 말이 없으니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던 지라 호위병의 말 안장 뒤를 타거나 아니면 마차에 타라는 특혜를 베풀었다. 그러자 기분이 조금 풀린 모양인지 그들은 대부분 어떻게든 좁디좁은 마차에 타려고 애를 썼다. 체면 문제인지 호위병 뒤에서 앉아가긴 싫은 모양이었다. 이제 남은 44명은 완전히 방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을 돌려보내는 작업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책임지는 만큼만 완수했다. 상황 수습을 위해 빨리 떠나야했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뒷전에도 없었다. 어제 하루동안 모아놓은 정제할 돌들을 모아 실은 후 네이즈는 말을 탔다. 호위병들과 호위대장들도 모두 말을 탄 채, 사제들을 태운 마차까지 그렇게 만신전을 떠나기 직전, 자신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가는 모양새에 불만을 가진 44명 중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했다.

"아니 족장님을 만난 뒤에 떠나는 게 아니었소?"

"어차피 지금도 달려오고 있을 것이고 오늘 중으로 올 텐데 무슨 소용이오? 여기서의 할 일은 그쪽이나 우리나 모두 끝났소"

호위병 중 한 명이 대신 대답을 해주며 늘어지는 말의 행렬에 다시 합류하며 떠나버렸다. 그렇게 떠나버리는 24마리 말과 마차는 만신전 분지에서 다시 순례자의 쉼터 마을로 올라갔다. 멀리서 도망치듯 가버리는 저들을 보며 밖에 나와있는 크리네스 부족민들은 그쪽으로 돌을 던지며 화를 내거나 욕을 해댔다.



28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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