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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나 그냥 안할래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25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이십 오번째



1d0bf01b-4810-4716-a7d0-78b42dcacaae.png 도표를 보며 나의 느낀점이 오늘 글 제목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역사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냈다. 뭐가 뭔지 몰라서 지피티 아저씨한테 도움을 요청했더니 아주 칼라풀하게 뽑아주셨다. 위의 도표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도자인 "도제"선출에 관한 절차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한 귀족 한 사람만이 지중해의 여왕이라 불리던 해양 제국의 통치자가 될 수 있었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약 천 년간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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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공화국"이라는 점에서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근현대의 공화정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당시의 시민이란 대부분 귀족을 의미했기 때문에 귀족들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지도자가 선출되는 정치체제를 의미했다. 하...먼저 귀족들로 이루어진 대평의회 480명에서 레이스를 시작한다. 도제가 되기까지는 정치력도 상당해야했지만 천운도 함께 해야하는 대장정이었다.


480명에서 뽑힌 30명은 무작위 추첨이었고 여기서도 9명도 무작위 추첨이었다. 여기서 살아남은 9명이 40명의 후보를 직접 뽑을 권한이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운이 아닌 정치력과 실력으로 증명되는 자리였다. 애초에 40명 안에 들기 위해서 혹시 모를 9명의 눈에 먼저 뽑혀야 했기 때문에 고루고루 인맥을 잘 닦아놔야 했다. 다시 40명이 12명을 재추첨하는 운빨 요소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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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이 25명을 다시 직접 지명하여 뽑고, 25명이 다시 운빨 추첨으로 9명으로 선출된다. 이 9명이 45명을 직접 선출, 45명이 다시 11명으로 운빨 추첨(헷갈리시면 도표를 참조하자), 11명이 마침내 선거인단인 41명을 뽑으므로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그리고 이 41명 중에서 25명의 찬성을 받은 사람이 베네치아 공화국의 도제가 될 수 있었다. 굉장히 축소한 설명으로 도중에 직접 지명 선출 부분은 7명이나 9명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지만 명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왜 이리 복잡하게 설계가 되어 뽑혔다 섞였다를 반복하느냐면은 한 가문이나 특정 인물의 영향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운빨(?)을 과도하게 첨가하게 된 것이다. 정치력, 능력이 개입할 수 있는 인간의 통제 범위에서는 사실상 불법적이고 더러운 방법들이 난무할 확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추첨제를 군데군데 계속 넣어놓고 다시 뒤짚어 엎고 지명하는 식으로 만들어 놓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당시 사람들도 분명 뭐가 뭔지 몰랐을 확률이 크지만 공화국의 내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500년간 체제의 수명으로 증명된 고전적이고 원시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첨언하자면, 1268년에 세워진 이 선거 방식은 당시 신성로마제국이나 비잔티움 동로마제국의 거대한 양 사이드의 정치 거물들의 압력과 개입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여러분이 반장 선거 때 사용할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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