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4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사십 사번째
밤은 때론 낯설게 다가온다. 그리고 낯선 밤은 여러 모습으로 저녁을 물들인다. 걱정이 많은 밤에서 긴장이 멈추질 않는 밤, 불안한 밤까지. 어느 누군가 어느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걷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의 밤은 수많은 낯선 밤의 모습 중 하나로 내게 비추어 온다. 밤이 되면 감정적이고 울적해지며 조용히 흘러가는 분침에 걱정이 쌓여가기도 한다.
어릴 적 밤은 공포의 대상이자 미지 그 자체의 차원이었다. 불 없이 밖을 나가 몇 발자국을 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고 조금 머리가 컸다고해도 숲속 입구까지 밖에 갈 수가 없다. 눈이 점차 어둠에 적응을 하더라도 어둠 그 자체의 압박감이 시야를 가리고 감정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숲으로 들어가봤자 기껏해야 벌레, 고라니가 전부이겠지만 어둠 속에서는 호랑이가 되고 사자가 된다.
특히! 친척 집에서 몇 일 머물렀을 때 푸세식 화장실을 밤 중에 억지로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밖에 나가 숲에서 보던가. 그런데 그 푸세식 화장실마저도 집에서 몇 발자국 꽤 멀리 떨어져 있어 한 발자국 차이가 마치 1킬로미터 차이 같았다. 볼 일을 보면 나는 바로 우와아아아! 하며 박차고 얼른 집으로 들어왔었다. 갔다오면 인디아나 존스나 툼 레이더가 모험을 떠나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면 이런 감정이겠거니 싶었다.
이제는 다소 원시적인 공포의 밤에서 복잡한 감정의 밤으로 잠시 외출하는 내게 다가온다. 나도 빛을 들고 있지만 저 멀리 빛에 둘러싸인 빌딩과 아파트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끼고, 지나가는 자동차와 야밤의 벌레소리들은 변함없이 지루한 하루의 끝을 알려준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엔 달 빛 하나만 비출 뿐이고 어둠 속 편의점 간판은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 늦은 밤에서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된다.
간혹 빛이 너무 없어 어두컴컴한 길을 걸을 때, 예전의 공포만큼은 아니지만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이 있을 까 겁나기도 하다. 반대쪽에서 열심히 달리고 달려오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지 싶다. 찾아온 밤은 뱃길이 끊긴 무인도와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야심한 밤을 어떻게 보낼 지 올빼미형 인간은 고민한다. 나 빼고 모두가 자는 이 시간에 끝을 모르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