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4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사십 삼번째
몇 십년간 나라를 다스리던 왕이나 황제가 서거하면 다음 후계자로 계승하는 데 어떤 과정이 있었을 까? 조선 같은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장자가 다음 왕이 되었고, 중국이나 저 멀리 유럽의 왕정에서도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계승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 소개 할 두 나라는 왕관은 차지하려면 속도가 생명이었고 진짜 생명줄이 달렸던 역사를 찾아 볼 수 있다.
1242년 2월, 동유럽 정벌이 코 앞이던 몽골제국의 전선에 전령의 편지가 날아든다. 칭기스칸의 아들인 오고타이 칸이 죽었으므로, 모든 왕자들과 직계,방계의 후손들은 급히 카라코룸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이었다. 당시 몽골군의 사령관들 대부분이 왕자들이였기 때문에 저절로 군에 속한 휘하 장군들도 짐을 싸서 돌아가야만 했다. 이때 당시 가장 먼거리에 있었던 동유럽 원정군은 수도인 카라코룸에서 6,000km정도 떨어져 있었다.
전령이 수도에서 원정군에게 소식을 가져다주기까지 2달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몽골의 얌(역참)제도는 몽골 전령들이 하루 평균 2-300km를 이동 할 수 있었다. 2달 후에 소식을 접한 동유럽 주둔군은 유럽 진출을 멈추고 카라코룸으로 향했다. 야전의 칼부림이 이제 궁중의 권력다툼으로 바뀌는데, 쿠룰타이라는 귀족회의체에서 다음 칸을 선출하게 된다.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왕자는 도착한 후 유력자들을 포섭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과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계자 선정 과정이 오스만 제국과 비슷하다는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오스만 제국의 최고 통치자인 술탄이 서거하고 나면 각 영지에 나가 있던 왕자들에게 서거 소식을 알렸는데 이들도 이때부터 경주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도착한 왕자가 나머지 왕자들을 꺾고 술탄의 자리에 올라가게 될 확률이 기하 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면 신하들을 접견하고 왕궁 내 분위기를 휘어잡고 나서 즉위식을 단독으로 처리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위식을 완료한 후 이미 이스탄불 전역에 새로운 술탄이 선출되었단 소식이 알려지는 순간, 달려오고 있던 왕자들은 되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가까이에 와버린 상황에서 빨려들어가는 블랙홀 마냥 이제는 달려가는 것이 곧 죽음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술탄이 된 왕자는 나머지 왕자들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실로 교살했다고 알려지는 데, 인생 최고의 기회이자 최악의 기회가 교차하는 순간이 바로 오스만 제국의 왕위계승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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