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사이긴 한데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66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육십 육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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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화상으로 모임을 할 때였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 멤버가 반야심경인가? 그것을 필사한다고 카메라를 키고 보여주는 것이다. "무슨 소리인지는 몰라도 열심히 쓰고 있다"라는 멤버의 말에 뭔가 영감을 얻었다. 요즘에 서점을 가면 필사에 관한 책들도 많은 데 제목에 과장을 보탠 무슨 "필사를 하면 인생이 바뀐다"까지 다양하게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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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까지 일기를 쓸 때 따로 주기적으로 필사를 하지는 않았다. 필사와 거의 근접한 행동을 했다면 아마 일기에 독서노트처럼 그대로 맘에 드는 구절을 받아 적은 것일 뿐. 또한 그 문구를 다시 반복해서 써보지는 않았다. 보통 필사라 한다면 책 하나의 내용을 통째로 똑같이 따라 글을 써보는 것일텐데, 나는 같은 문구를 여러 번 써보는 것이 꽤나 자진해서 도전하는 수행중 하나라 여긴다.


처음, 맘에 들어 썼던 구절을 옮겨 적고 그리고 한 번 더 써보면 사랑이 아주 그냥 뜨겁다. 그리고 4번, 5번 정도 쓰고나면 그래도 신혼의 끝을 부여잡고 있다. 10번정도 써보면 다소 귀찮아 지기 시작한다. 20번을 썼다? 그러면 이제 유명한 대사를 질러줘야 한다. 사랑이 식었니? 캬(?)... 여튼 시중에 나와있는 필사노트도 꽤 유용하고 "이렇게 쓰세요"라며 받아쓰기 노트처럼 가이드라인이 주어져 있으니 편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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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몇 백번째 전의 글에서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자의 원서를 내가 직접 번역하고 필사해보겠다라고 알린 적이 있다(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은 잠정 중단 상태..이며 한글로 다 쓰기도 힘든 데 영어로 하나하나 번역해서 쓰니까 극 초반부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내게는 힘든 과제였다. 다른 작업으론 나 스스로 마인드맵 처럼 이어진 생각들을 정리한 것을 다시 적어본다거나 간단한 문구를 외우기 위해 연습한다.


필사하면 예전에 선생님이 시켜서 주구장창 했었던 깜지노트가 생각 날 법도 한데, 실제로 암기하는 학습 효율에 있어 그리 좋지는 않다. 재차 언급하지만 필사는 같은 내용이 아닌 책 전체를 그대로 옮겨적는 작업이고 내가 하는 반복 작업이 아마 깜지와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나의 작업은 과정에 주목한다. 열 번 스무 번 넘게 같은 문구를 쓰면 당연히 재미가 사라지고 지루해지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친해지게 되는 데, 단순 암기를 넘어 의미를 되새겨보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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