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7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칠십 사번째
나는 사실 달리기를 굉장히 잘했다. 초등학교 체육대회때도 반 대표로 나간 적도 있다. 물론 초등학교 때만. 그리고 중학교때 잠깐 잠깐 재주 부리는 정도였다가 내리막 길.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하기 위해 줄을 서면서 기다렸던 그 긴장감과 짜릿함을 기억한다. 옆에 선생님은 타이머를 가지고 있고 발 받침대라 해야 하나? 라인이 그려져 있는 운동장 한 켠에서 발을 대고 신호와 함께 씐나게! 달려가던 그 때.
아무튼 발을 대고 땅! 하기 전에 준비라는 것을 모두 한다. 발을 똑바로 댄다거나 목적지를 집중하며 바라본다거나 누구는 아예 신발을 벗는 등등. 일상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라는 것을 한다. 그런데 준비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을 잃는 경우가 많다. 원래 달리다보면 긴장감이 오히려 힘이 되어 더 힘차게 달릴 수 있지만, 너무 긴장하다보면 준비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그리고 타이밍을 놓쳐서 시작까지 무너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공부. 동기부여 책을 읽고 명문대 엉아들이 공부했던 비법을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이미 마음은 관악산에 있는 "샤" 입구를 통과해버린 지 오래다. 하다못해 로망이었던 해리포터에서 볼법 한 고풍스런 서울에 있는 대학교 건물들.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이야 하면서 일단은 책상부터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책상을 정리하고 나서 자리에 앉으면 공부빼고 다른 것을 모두 열심히 하게 된다. 그리고 이걸 잠시 준비한다고 합리화한다.
부모님께는 동기부여 책에서 읽은 링컨의 나무꾼 도끼 날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이번에는 좋은 점수 보장을 외친다. 7-80프로의 시간을 도끼날을 제대로 갈아야만이 남은 20프로의 시간에 나무를 잘 베게 된다는 그 교훈. 하지만 여전히 "준비"에만 머물고 있었다. 준비와 시작을 한 세트로 일반적으로 여기는 것처럼 만약 시작을 못 하고 준비만 한다면 이는 "준비"라는 개념이 성립이 안되는 것이다. 시작을 해야만 비로소 준비도 의미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같이 강박을 앓았던 사람이라면 기대치를 터무니 없이 높여 놓고, 걸어놓은 조건들이 무수하기에 진전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계속 불안을 가지며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집중하며 잊으려 한다. 백프로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불가능하다. 아니 감히 말해 보건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즉 상식선에서 생각하는 마땅히 갖춰야 할 것만 있으면 되지만 거기에 무언가를 얹게 된다면 이건 준비가 아니고 회피인 것이다. 시작이 안 되기 때문에 준비가 아니다. 준비는 시작해야만 준비라고 말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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