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90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90화 / 8장 세번째 조각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90화 / 8장 세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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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딘 일행이 이질바이나에 도착해 다시 한번 헤르논으로 가기까지는 상당히 먼 걸음을 걸어가야만 했다. 다만 가뜩이나 흉흉한 지역인 남동부의 아나티리캄을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하루 꼬박 걸어가다가 마차 한 대가 자기들 뒤에서 오는 것을 보고 멈춰 세웠다. 그 마부는 헤르논까지 가지는 않지만 그 부근까지 가는 것을 알게된 로이딘 일행은 도중에 내리기로 하고 탑승을 거래했다. 마부가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로이딘 일행의 무장상태를 보고 경계를 잔뜩 했으나 이그네움 조각 몇 개를 받자 자신의 마차에 타는 것을 허락했다. 이전 같았으면 석탄 같은 돌 조각 몇 개 가지고는 터무니도 없을 테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화폐는 이제 온데간데 필요치 않았다.


상인들은 암묵적으로 이그네움을 화폐처럼 사용해 거래하기를 원했고 그게 아니라면 물물교환을 선호했다. 화폐는 그것들에 비해 소수 거대 도시 내에서만 국한되었다. 숲 길을 달리면서 광활한 아나티리캄의 땅을 보니 시테온이 여러 생각이 드는 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로이딘이 눈치를 채 조심스레 물었다.

"고향 사람들 생각하는 거야?"

시테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이상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완전히 열려있는 마차였으므로 버젓이 귀를 뒤쪽으로 열고 있는 마부의 존재를 모를 리 없었으니 로이딘 일행은 발언을 최소화하거나 눈치로 소통했다. 도중에 여관에서 멈춰선 마차와 함께 로이딘 일행은 내려, 내일 다시 출발하는 것으로 마부와 이야기를 마쳤다. 난세에 누군가를 믿는 것은 쉽지 않았으니 당연하게도 마부에게 주기로 한 이그네움은 한 번에 주지 않고 나눠서 주기로 했다.


이틀 가량 마부의 마차를 타고 이동한 결과, 마침내 로이딘 일행은 아나티리캄 경계의 끝에 다다랐고 헤르논이 코 앞까지 왔다. 그들이 내리면서 남은 이그네움 조각을 마부에게 주자 마부는 미련도 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자기 갈 길을 쌩하고 가버렸다. 남겨진 로이딘 일행은 헤르논 국경 초소로 향했다. 어김 없이 군기가 빠진 모양으로 지나가던 말던 앉아있는 경비병은 로이딘 일행을 쓰윽 보더니 손짓으로 넘겼다. 루네는 지나가면서 이들이 적들이 몰려와도 정신을 차리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초소를 통과하고 갈림길에서 헤르논의 수도원으로 향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이는 그들을 누군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초소 근처에 지나가는 군중 사이로 숨어있는 사내는 3명의 전투 수도사들을 눈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갈림길을 택해 가는 것을 보자 그도 군중 사이로 빠져나와 일행을 그림자처럼 따라갔다.


그것을 모른 채 시테온과 로이딘은 떠들고 있었다. 루네도 이에 호응했다.

"와...이제야 조금 긴장이 풀리는 것 같네. 집이 얼마 안 남았잖아"

시테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겨울 수수가 말라 비틀어졌다며 짜증을 냈다. 그리고 그걸 주머니에서 집더니 던졌다. 로이딘은 자신의 도끼의 옆 면을 들여다보았다.

"피데인티"

지금까지 그는 전투에서 주문을 한 번도 사용해보질 않았다. 루네와 시테온도 마찬가지였다. 로이딘이 그 사실을 말하자 루네가 답했다.

"싸울 땐 아니여도 출발할 땐 나는 보여주었잖아? 난 그래도 경력자야"

시테온은 그녀의 말이 들리던 말던 자기 주머니에서 말라비튼 수수를 골라내기에 바빴다. 그러자 루네가 어이없다는 듯이 시테온의 팔을 툭툭 쳤다.

"아저씨? 아저씨, 제 말 들리세요?"

시테온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몸을 비틀어 그녀의 팔을 피하면서 말했다.

"어이씨, 저리 비켜봐요"

다소 여유롭게 걷고 있는 그들 앞에 익숙한 바위 산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엔 수도원이 있고 반가운 사람들이 여럿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로이딘 일행을 추적하는 사내는 잠시 시테온이 뒤를 돌아볼 때 화들짝 놀라며 나무 뒤로 숨은 채 그들을 계속 지켜보았다. 해가 움직이고 오후 늦게가 되어서도 로이딘 일행은 그가 뒤에서 쫓아오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루네가 잠깐의 직감으로 느꼈는지 뒤를 살펴보면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거나 멈춰보기도 했지만 그때도 사내는 걸리지 않았다. 그런 루네의 모습에 시테온이 장난을 거는 바람에 루네는 다시 갈길을 갔다. 바위산을 더욱 가까이 앞에 두고는 저녁이 되자 인근 여관에 들려 밤을 보냈다. 이때도 이그네움 조각은 소중히 쓰였는데 하마터면 로이딘이 지불할 때 다른 주머니에 있던 원석 3개를 주인에게 보여줄 뻔 했다. 분명 봤더라면 심상치 않은 보석을 가지고 있다 여겼겠지. 찰나의 위기를 넘기고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며 헤르논의 하루를 마쳤다. 대담하게도 그들을 쫒던 사내도 시간 차를 조금 두고 찾아와 방을 잡고 투숙했다.


로이딘은 간만에 눈을 감고 흐트러진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해 침대에서 벽에 몸을 기댄 채 주문을 되뇌었다. 상념이 사라지고 다시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음에도 빛이 환하게 눈 앞에 비추는 것만 같았다. 주문에 집중할 수록 자기 몸에 붙어다녔던 주머니 안의 3개의 돌 조각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무언가 뜨거워짐이 느껴져 급히 눈을 떼 주머니를 살펴보았다. 주머니 안에는 각각의 돌 조각들이 희미하게 심부에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로이딘이 주문을 그만둔 탓이었는지 이젠 빛이 느린 반짝임으로 사라져갔다. 그가 주머니에서 조각을 빼내어 자신의 손바닥에 펼쳐 보았다. 잠잠히 바라보던 그에게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로이딘은 벽에 몸을 다시 기댄 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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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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