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95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95화 / 9장 불씨 운반자 네이즈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95화 / 9장 불씨 운반자 네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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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즈에게 지목당한 여성은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젊은 장로의 아내가 어찌 될 런지, 공포 속에서 다들 몸을 사린 채 네이즈 앞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장로는 놀라서 그녀의 팔을 붙잡았으나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괜찮다라는듯이 눈을 맞추며 살포시 팔을 뺐다. 장로는 두 손에 아무런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근거리에는 금방이라도 그를 벨 것만 같은 제론이 떡 하니 서 있었다.


괜찮다고 눈치 준 장로의 아내도 앞으로 갈 수록 긴장을 했다. 손을 주체를 못한 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싶었고 떨리는 오른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왼손으로 부여잡았다. 네이즈는 두려움의 룰렛을 돌리는 것을 언제나 좋아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지목만 하면 거부할 수 없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네이즈가 발을 떼어 장로의 아내를 마중나갔다.


가까이 만난 네이즈가 바라본 장로의 아내는 얼굴이 질려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네이즈는 놀리듯 안 놀리듯 하려는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보며 물었다. 그녀에겐 전혀 익살스럽지 않겠지만.

"장로의 아내분이시오?"

장로의 아내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긴장한 채 바라보았고 네이즈는 이어 물었다.

"좋아 그러면. 이 마을에 대한 책임이 아주 막중하리라 생각되오만, 묻는 말에 대답을 어떻게 하는 지에 따라서 우리들이 든 검이 칼집에 도로 들어갈 수도 아니면 용도에 맞게 써야 할 수도 있으니 정신을 차려봐"

그 말에 군중이 웅성거렸다. 네이즈가 소란에 짜증이 나서 소리쳤다.

"조용!"

장로의 아내가 물었다.

"그러면 우리 모두 해치지 않겠단 말씀이신가요?"

네이즈가 말했다.

"어유 그럼. 당연하고 말고. 최근, 이질바이나 수도원을 방문한 자들 중에 3명으로 뭉쳐다닌 이들이 있었나? 남자 둘에 여자 하나."


그녀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럴듯하게 해명하자니 무언가 위험해질 것 같단 직감이 들었고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뗐다.

"아니요 본 적이 없어요. 하루에도 수 십명이 이 바위산을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우리 마을 사람이나 수도원사람들 또는 외지인들이 왕래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네이즈는 별 만족 스러운 대답이 아니였는지 눈을 올렸고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다시 질문을 던졌다.

"수도원에는 지금 몇 명이 거주하고 있나?"

장로의 아내가 답했다.

"몇 주전에 원래 피난민하고 수도원의 교단인 피데라시스 사람들이 추적대를 피해 몰려왔다가 돌연히 다시 단체로 우리 마을을 거쳐 어디론 가 떠나버렸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또, 최근에 방문했던 우리 마을 사람들 말로는 수도사 한 명을 제외하곤 수도원 자체가 텅 비어있답니다"


네이즈는 수도원을 어떻게 침입하고 사람들을 처리할 지 고민이었으나 그 대답에 생각보다 허무하게 일이 풀려 다행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냥 조각을 가져오면 될 일이다 생각하다 다시 찰나의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으면 조각도 같이 가져간 것일까? 이 여자에게 물어봤자 그게 뭔지도 모를테고 괜히 조각의 정체에 대해서 말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듣고 싶은 정보를 얻은 네이즈는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좋아. 정직한 대답에 감사를 표하지. 마지막 질문을 통과하면 당신과 이 마을 전체는 자유야. 아, 물론 당신과 남편의 부부 생활도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어"

그녀는 그 말에 일말의 희망이 생겨 자신감이 생겼는지 방금 전과는 다르게 더 이상 떨지 않고 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네이즈가 물었다.

"이곳은... 아보님을 믿고 있는가?"

그 말에 장로의 아내는 눈이 점차 커졌다.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삽시간에 얼어붙어버렸다. 그녀가 다시 떨린 손을 부여잡았다. 아나티리캄에서 보다 험난하고 보다 폐쇄적인 환경 덕분에 이질바이나는 기존의 테오메자 신앙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아보 교단의 이단 추적대 탄압을 피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몇 없는 피난처였으니 아보를 믿을리가. 이질바이나는 테오메자를 굳게 따르고 있었다. 방금 전 네이즈 일행이 밟았던 마을 공터 바로 앞엔 테오메자를 기리는 돌 기둥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성역 앞까지 말을 끌고 도달 한 낯선 그들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네이즈는 당연히 이곳이 테오메자를 따르고 있음과 동시에 피데라시스 신자들도 있음을 알았다.


"다시 묻겠다. 이곳은 아보님을 믿고 있는가?"

두번째 물음에 더 이상 지체는 하지 않아야 했고 끝내 입을 열어야 했다. 그녀가 말했다.

"어음... 그럼요. 우리는 이미 충실히 이단 추적대와 협력하며 몇몇 불신자들을 넘기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마을 전통인 테오메자를 예우차원에서 모시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안 네이즈가 피식 웃었고 그것을 본 장로의 아내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곧 두려움이 온 몸을 타고 증폭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 지금의 태도로 네이즈를 설득하지 못할 것 같아 갑자기 무릎을 꿇고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 거짓말을 했습니다. 다른 대답은 다 진짜에요. 정말입니다!"

장로가 보다못해 앞으로 직접 나가려 하자 제론이 검 끝을 그의 턱 밑으로 겨누었다. 네이즈가 엎드린 아내와 흥분해 달려나오려는 남편을 바라보다 표정 변화없이 말했다.

"모든 것이 사실이어도, 아보를 믿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거짓이지."


제론이 손 짓으로 공격준비 신호를 보냈고 병사들이 자세를 고쳐잡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움츠러 들었다. 이때 군중 사이에서 팔 하나가 번쩍 들렸다. 네이즈와 제론 모두 그 손을 바라보았고 이윽고 손의 주인이 군중 사이로 빠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멈추시오. 수도원을 왔던 그 3명, 내가 만났소."

수도원에 유일하게 남아 있었던 수도사 갈리스가 손을 거두며 네이즈에게 다가왔다.



96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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