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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09. 2022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한 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글쓰기를 하면 너무 잡생각이 많아지고 잠을 설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주변에서 왜 요새 블로그 게시를 안 하느냐고 물어올 때면 일 때문에 바빠서라고 했다. 그러던 오늘, 또다시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렇게 글 쓰는 거 좋아하면서 왜 아무것도 안 해요?"라는 질문.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요즘 글 쓰면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피곤해져요. 예전보다 부담감도 많이 갖게 되고요... 일도 바쁜 데다가..." 그러다가 대화 끝에 글쓰기를 하지 않는 이유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

1. 지인들은 내가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내 글을 읽었으며 몇몇은 구독했다.

2. 작년, 브런치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다.

3. 브런치에서든, 회사에서든, 어디에서든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있는 게 싫다.

4.  놓고 보니 웃기고 유치한 글이 될까봐 두렵다.

5. 결과적으로 재능이 없을까 두렵다.


작년에 비해 많은 지인들이 내 목표를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마다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또, 공모전 당선 안되고 나서 좀 실망했다. '거봐, 그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무시했다. 그리고 또 떨어질 바에는 하지 말자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회사에서 역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 내가 아닐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좀 더 배우면 되는데도 말이다.

이어 혼자 쓰고 있던 스토리들은 써놓고 보니 유치할까 봐, 결과적으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완성하지 못했다. 그렇게 중간 즈음에서 놓아버렸다.


나에게 글쓰기는 냉장고에 무기한으로 얼려둔 음식 같은 것이었다. 언젠가 먹겠지 싶은 마음에 보관하지만 냉장고 문 열 때마다 찔리는 마음이 드는 그런 것 말이다.


실수, 실패, 망신, 쪽팔릴까봐 두려워


어쨌든 오늘에서야 나는 글 쓰는 게 두렵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두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사실 나는 그 답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으니까 말이다.

글 쓰는 게 두려운 이유의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망신당할까 봐.'이다.


어느 순간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또 조회수를 의식하면서 나는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그건 오픈하기 싫어하는 나의 마음과 닿아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오픈했을 때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한다. 또 쉽게 상처받기도 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 속 얘기하는 것을 꺼린다. 그나마 내 속마음을 오픈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루트가 블로그였는데 이제 자주 마주치는 주변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니!!! 그게 너무 오글거리고 창피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왜 글을 쓰는지를 다시 돌아보면 글 쓰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아니라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 쓰는 건 예전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였다. 그러고 보면 나는 글쓰기가 두려운 게 아니라 글쓰기 이후에 오는 부차적인 것들, 조회수와 좋아요나 사람들의 코멘트와 반응(그게 시큰둥할수록 더욱더!)이 두려웠던 것 같다.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들처럼 잘 쓰지 못할까 봐, 팔리지 않는 책을 내는 작가로 남을까 봐, 망신당할까 봐, 실패할까 봐 글을 못 쓰고 있구나를 왓칭 하며 집에 오는데 우연히 SNS에서 브런치 공모전의 공고를 보게 되었다. 작년에 떨어지고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썼더라면 올해도 자신 있게 노려봤을 텐데... 아쉬웠다.


게다가 돌아보면 결국 내가 두려워했던 것들을 실제 일어난 일도 아니다. '-할까 봐'로 귀결되는 내 머릿속 걱정과 불안 들일뿐이다. 실제로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꿈꾸며 모든 두려움을 응원의 말로 바꾸는 작업도 필요하다.


사실은 나는 내가 겪은 의미 있는 일들을 전할 것이다.
실패한 것도 넘어가면서 솔선수범 하는 인생을 살 것이다.
내가 쓴 책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서 진열될 것이다. (음화화)


올해 다 하지 못한 글쓰기를 지금부터 내년까지 이어나가면서 내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봐야겠다. 두려움은 잠깐 접어두고 일단 하련다. 그게 유치한 글로 완성이 되더라도... 지금부터는 목표를 조금 더 구체화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봐야지. 내년에는 길고 지지부진한 모든 글들의 끝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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