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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17. 2022

마이크로 매니징이 힘겨운 사람을 위한 팁

스타트업의 일과 사람

[이런 분들을 위해 썼어요]

1.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힘든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 

2. 상사의 피드백 때문에 때론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운 분들 




예전에는 내가 만든 기획서와 온갖 카피들을 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조금이라도 해방 놓으려는 갖은 덧글과 코멘트가 싫었다. 최종과 진짜 최종의 파일명을 오가며 상사의 마이크로 매니징이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자존심 지키기가 아니라 일의 결과가 잘 나오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무려 직장생활 10년 만에 말이다. 그걸 알았음에도

여전히 나는 마이크로 매니징 때문에 피곤해하고 짜증도 내고 화도 난다.


하지만 예전처럼 비관에 빠지거나 길을 잃진 않는다. 힘이 빠지지도 않는다. 여러 피드백에도 끄덕 없이 넘어가 결국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얼마 전, 어떤 커뮤니티에서 상사의 마이크로 매니징 때문에 피곤하다는 글을 봤다. 예전에 내 모습이 떠올랐다.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은데 마이크로 매니징 때문에 쉽게 풀이 죽는 실무자들을 위해 나의 팁을 살짝 공개한다.


피드백 시간이여 제발 빨리 끝나라


피드백 기간이 정해져 있다. 당신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의견이 필요한가?


나는 보고서를 마무리하면 바로 상사와 업무 관련 있는 동료들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다.

"1분기 마케팅 기획 피드백 요청드립니다."


어떤 것을 작성하고 완료할 때마다 메일 제목의 앞머리만 바꿔서 피드백을 요청했다. 나의 메일함에는 피드백을 위한 답변이 가득 찼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 달랐다. 심지어 누군가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오류까지 지정했다. 물론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피드백은 모조리 다 주워 담아야 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며 지적받은 것들을 다 수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피드백은 나의 기획을 더 희미하게 만들었다. 더 힘들었던 부분은 피드백 요청이 거듭할수록 마이크로 매니징의 강도고 세지고 요구사항도 늘었다는 점이었다.


한 번은 상사에게 툭 터놓고 이렇게까지 매니징을 하면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돌아온 답변은 내 예상 밖이었다. 상사도 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줘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내 피드백 요청에 대답을 안 해줄 수는 없기에 작은 것부터 큰 범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피드백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날 이후, 피드백을 요청하는 메일에 '피드백의 범위'를 추가 작성해 보냈다.


타이틀: 1분기 마케팅 기획 피드백 요청드립니다.


-내용:

[목적] 회사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과 해당 마케팅 기획 방향이 일치하는지 살펴주세요

[목표] 프로젝트의 예상 시나리오와 세부 계획에 동의하시는지, 혹은 수정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살펴주세요

[예산]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피드백 마감기한: 0일까지


이렇게 메일을 수정한 결과 전보다는 더 큰 맥락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은 언제인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 주도적으로 일을 할 기회가 많다. 일의 결과를 내려면 정확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다수 사람들은 시작보다 마무리 단계에서 피드백을 요청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은 시작점이다.


나 역시 마감기한이 돼서야 상사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다. 한 번은 상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이 진행되어서 말하기 어려운데...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라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했다. 그때의 나는 일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왜 그러느냐고 원망했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애초에 일의 목적과 방향이 틀렸기 때문에 시작도 못한 것이었다.


일을 시작할 때 회사가 그리는 전체적인 그림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조언을 얻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내가 생각한 것에 의문이 생기고 확실하지 않다면 나보다 더 큰 맥락에서 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을 찾아서 피드백을 요청해야 한다. 일의 시작점에서 간격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시작된다. 그러니 시작점에서 피드백을 수용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의 나는 피드백의 요청 시점을 '시작점과 마무리'로 나누었다. 시작점에서 얻는 피드백으로는 나의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일을 진행하니  마이크로 매니징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피드백을 수용할 마음이 있는가, 아니면 끝까지 싸워볼 텐가


내가 누군가의 의견을 수용할 마음이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그간 지나친 피드백으로 지쳤다면 일의 끝에서도 참기 힘든 피드백을 시작점부터 요청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또 솔직하게, 나에게 의미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누구의 의견을 좀 더 귀담아들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은 쉽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람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 말에 동의가 되질 않는다면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기를 바란다.


며칠 전, 신규 제품 론칭을 앞두고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 홈페이지를 기획하고 구성을 다 짜고 설계하고 각 페이지마다 들어갈 카피를 적었다. 기획에 착수하기 앞서 사전 피드백도 했고 많은 공을 들여 카피 수정만 몇 차례를 했다. 그런데도 나는 카피 하나하나에 온갖 지적을 받았다. 속으로 '마이크로 매니징 할 거면 나를 왜 고용했담'이라는 불만이 일었다. 그렇게 내가 한숨을 푹 내쉬자 옆자리에 함께 한 동료가 말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 그렇지 뭐."라면서...

중요한 것일수록 피드백을 많아진다. 홈페이지는 신규 제품을 가장 처음으로 선보이기 것이니만큼 지금 시점에 제일 중요한 창구다. 그러고 보니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내 카피라이팅의 숭고함을 선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상사가 더 나은 메시지를 제안한다면, 그게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되면 바로 받아들였다.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은 것은 받아들이되 마이크로 매니징을 줄이기 위해 피드백 요청에 앞서 그 범위를 짚고 가라는 점이다. 그렇게 할 때 서로가 지치지 않고 일의 결과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요약하며, '마이크로 매니징을 줄이는 피드백 요청법' 3가지

1. 피드백을 요청하기 전에 피드백의 범위를 설정하라

2. 일의 시작점에 피드백도 필요하다

3.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마음가짐을 갖자


아무리 여기저기에서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내가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대하지 못하면 그건 도움이 되기보다는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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