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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23. 2022

기획자가 말하는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법

스타트업의 일과 사람

[이런 분들을 위해서 썼어요]  

1. 어느 범위까지가 기획자가 할 일이고 어느 범위부터 디자이너가 할 일인지 헷갈리는 분 

2.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경험도 없는 분

3.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일은 잘하고 싶은 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주된 업무는 광고를 기획하는 일이었다. 나의 루틴 업무는 어느 매체에 얼마큼의 예산으로 광고를 태울 것인지 정하고 그에 맞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열심히 광고만 기획해서 디자이너에게 넘기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마치 디자이너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알아서 척척척 멋진 디자인을 만들어 주겠거니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허나 현실은 내 기대와 달랐다. 내 생각과 다른 디자인이 돌아올 때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감정적인 갈등 없이 효과적으로 의사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오늘은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피드백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디자인 착수 전, 기획 의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기 


가장 중요한 건 기획을 하는 입장이나 디자인을 하는 입장이나 목표가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성과도 나오질 않고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만 오가게 된다. 사전에 기획 의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에 따라  피드백의 기준도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와 의도가 정확해지면 그 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기획 의도가 많은 클릭을 유도하는 CPC 광고라면 주요 카피가 주요 카피가 먼저 들어오고 카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지금 시작하기' 같은 CTA(call-to-action) 버튼이 위치하는 디자인을 그려보게 된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카피와 CTA 버튼이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고 눈에 확 들어오게 디자인을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구체적인 기획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디자이너와 기획자 사이에 피드백을 주고받기가 어려워지고 어디부터 개선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또 점점 더 나은 기획과 디자인을 하는 데에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기획의도를 최대한 전달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에는 디자인 착수 전 최소 3단계를 걸쳐 디자이너에게 기획의도를 전한다. 


1. 기획의도를 문서로 잘 정리해서 전달하기 

2. 디자인 착수 전에 디자이너에게 기획 브리핑 하기 

(이때 원하는 디자인의 그림이 있다면 레퍼런스를 2-3개 준비해서 설명하기) 

3. 디자이너와 의견 조율하기 


나쁜 예 3가지로 알아보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방식 


디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된 질문을 한다. '어디까지가 기획자가 말할 수 있고 어디까지가 디자이너가 할 일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 착수 전 기획자는 어느 선까지 결정해야 할까? 또 어떻게 전달해야 효과적일까?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예시를 들어보자. 나쁜 피드백의 예시를 보고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떠올리는 것이 실전에서 꽤나 도움이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들어온 최악의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공개하자면 이렇다. 


Case 1. 디자인 레이아웃까지 다 짜서 전달해 줬는데 디자이너가 레이아웃은 필요 없고 글로만 정리해서 주라고 하네요.


첫 번째 케이스가 좋지 않은 예시인 이유는, 기획자가 자신의 역할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고 본다. 디자이너가 '글로만 정리해서 주라'라고 한 이유의 의도를 떠올려 보면 기획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해 달라는 말로 해석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획자가 광고의 목적과 목표, 카피라이팅에서 중요하게 처리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우선 명시하고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전달했더라면 다른 대화가 이어졌을지 모른다. 


Case 2. 그냥 이거랑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디자이너가 싫어하더라고요.


두 번째 케이스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불쾌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디자인 역시 기획만큼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이고 디자이너는 기획의도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디자이너에게 기존에 있는 디자인을 똑같이 해달라고 요청했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복사해 달라는 말로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 디자이너 입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획자 입장에서 원하는 디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이 해달라는 말을 대신해 참고용 레퍼런스를 2-3개 전달하는 노력을 해보자. 그리고 레퍼런스에서 꼭 참고했으면 좋은 디자인 요소가 있다면 그걸 구체적으로 작성하자. 


A처럼 해주세요 라는 말 대신해 'A를 봤을 때 배경색과 CTA버튼의 색깔이 대비되어 시선이 가는데요.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이런 디자인적인 요소가 참고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한다면 더 정확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Case 3. 이런 느낌이 아닌데... 왜 이렇게 했지?


세 번째 베이스를 읽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정말 속이 답답해질 것이다. 디자인을 하는 동료들이 자주 말하는 푸념 중에 하나가 '그냥 원하는 게 있으면 정확히 말했으면 좋겠어'이다. 디자인 피드백을 할 때, 기획자의 머리에 무척이나 구체적인 디자인이 있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럴 때면 속 시원하게 원하는 것을 말해주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기획자는 너무 착해서인지 아니면 괴짜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은 말하지 않고 마치 스무고개 하듯이 디자이너가 그걸 알아맞혀 줄 때까지 피드백을 계속한다고 한다. 그럴 바에는 그냥 정확하게 알려주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들었다.  


디자이너와 피드백을 할 때, 느낌으로 설득하지 말자. 느낌은 모두에게 주관적이다. 대신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말하고 설득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최대한 알려야 한다. 느낌으로 통할 수 있었으면 직장 동료로 안 만났다(웃음) 


피드백 이후, 더 나은 기획을 위해 데이터 활용하기 


기획 의도가 정확하고 구체적일수록 광고로 얻게 된 데이터의 사용도 용이해진다. 기획의 목표와 의도가 동일한 디자인의 데이터를 모으고 그 내역을 활용하자. 만약 CPC를 낮추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지금까지 CPC가 낮았던 디자인들의 공톰점을 찾고 거기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a/b 테스트를 위한 가설을 세우는 것 또한 용이해진다. 예를 들어, CPC의 단가가 좋았던 광고들이 모두 빨간색 글씨에 카피가 왼쪽에 위치한 것들이라고 해보자. 기획자라면 광고 성과가 잘 나오는 이유가 카피의 컬러 때문인지 아니면 위치 때문인지 알고 싶어질 것이다.


가설을 세우는 것이 쉬워지고 어떤 디자인을 기획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또 디자이너 역시, 가설과 검증을 토대로 한 테스트에서 디자인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자신의 주관보다는 디자인을 소비하는 사람의 시선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얻은 가설과 호기심으로 기획을 발전시키고 디자인을 의뢰한다면 더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기, 

1. 디자인 착수 전, 기획 의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기 

2. 느낌이 아닌 정확한 이유를 들여가며 커뮤니케이션 하기 

3. 더 나은 기획을 위해서 데이터를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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