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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Dec 24. 2022

스타트업에서 신규 포지션 채용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스타트업의 일과 사람

[이런 분들을 위해 썼어요]

-10-15명의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신규 채용을 담당해야 하는 사람

-새로운 포지션의 채용을 고려하고 있는 회사의 채용 담당자 

-신규 채용을 했으나 다음날 새로 뽑은 직원이 나오질 않는 고스팅 경험이 있는 회사


얼마 전, 회사에 사건이 있었다. 인사와 조직문화를 담당해 줄 채용을 진행해 사람을 뽑았는데 그분이 냅다 잠수를 탄 것이다. 경력만 하더라도 시니어 급인 데다가 인사를 담당할 사람이었는데 이런 일을 하다니. 나는 깜짝 놀란 것을 넘어 그 사람에게 연락이 안 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까 걱정까지 했다. 몇 차례의 전화와 이메일에도 소식이 없자 그제야 그가 말없이 입사 포기를 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우리 회사가 말없이 잠수로 인연을 끊을 만큼의 최악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또 스타트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복지도 다양하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는 대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다수였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면접 시, 대화를 통해서 느낀 바로 그 사람은 회사가 정해놓은 규칙이 우선이고 조직원들은 그 규칙에 맞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직원의 다양한 의견이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은 그 이후에 고려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나는 그의 의견이 좀 옛날식이라고 여기고 스타트업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의 의견에 고민은 되었으나 조직이 커져가는 시점에서 인사나 조직문화를 담당할 사람은 경력직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 조직에 정돈된 체계가 생긴다면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며 면접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입사 첫날, 회사 동료들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농담을 하고 사사로운 대화를 하며 업무를 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회사의 비전을 소개하고 비즈니스적인 방향과 지금의 현황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


채용이 무산된 뒤 동료 중 한 명이 다시 채용을 진행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그의 행실에 대해서만 책임을 돌리고 있었는데 동료의 말에 우리가 왜 인사 담당자를 채용하고 싶어 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채용 전까지 인사 채용과 조직문화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 채용이 현재 회사에 정말 필요한 채용인지 우선 생각하지 못했다. 또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고 적용시킬 만큼 열려있지도 못했다. 


장점이 곧 단점과 같다는 말에 따르면 우리 회사의 장점은 그에게 업무적인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내가 말한 자유로운 분위기와 수평조직의 장점도 달리 말하면 체계가 없고 성과 평가가 어려운 구조로 보일 수 있었다. 또 모든 동료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도 그가 보기에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기보다 좋은 것이 좋은 거라는 어리숙한 의사결정 방식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면접 때 했던 말도 일리가 있다. 조직이 커갈수록 회사의 규정도 정확하고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또 조직원들이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조직이 좀 더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수직구조가 되어야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고려해 봄직한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면접 때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싶다기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이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 왜냐면 인사와 조직문화에 관련해 바꾸고 싶은 것이 크게 없었으니까. 우리에게는 어쩌면 팔로워가 필요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 사람을 뽑았지만 누구와 일을 해야 할지부터 어떻게 팀을 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할지 나로서도 막막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 때문에 채용이 잘 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채용이 지금 우리의 상황에 꼭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 짚어보게 되었다. 그래도 배운 것이 있다면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포지션 채용 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채용인가?

둘째, 채용 후 그 사람은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가?

셋쨰, 그 사람은 누구와 일을 해야 하는가? 


적어도 이 세 가지가 정리가 될 때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래야 채용과 면접, 또 신규 입사자에게 들어가는 투자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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