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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늘은 80%의 좋은 일들로 이뤄져 있다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by 김초롱

며칠 전의 일이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쓴 글로 크게 칭찬받은 적이 있었다. 분명히 너무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딱 눈에 들어왔다. 무려 두 번씩이나 철자를 틀렸었다.


나는 박수받는 그 순간에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 단어를 생각했다. 기본적인 것을 틀렸다는 생각과 퇴고를 한번 더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작은 맞춤법 실수 때문에 내가 온전히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칭찬을 받고 박수갈채를 듣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작은 것에 집중하다 귀한 순간을 놓치고 있었다.


이 일은 나의 고질적인 습관을 아주 정확하게 보여준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일에 더 신경을 쓰며 살았다. 늘 우선순위는 안 좋았던 것이 먼저다. 누군가 '~는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보통 나는 아쉬운 점부터 말한다.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들과 실수한 일, 좋지 않았던 컨디션과 관련된 것들은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나온다.


그러다가 속으로 '아차차. 내가 또 부정적인 것만 늘어놓고 있었네. 좋았던 일을 떠올려보자' 다짐할 즈음이면 저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겨우 좋았던 것 하나를 끄집어 낸다. 별생각 없이도 안 좋은 일들은 쉽게 나타나는 반면, 좋은 일은 머리를 잘 굴려야 생각이 난다. 누군가 좋았던 것을 말해달라고 하면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린다.


나는 누구보다 이 습관을 고치고 싶은 사람이다. 부정적인 것은 싫다 싫어.


부정을 발로 뻥 차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부정으로 가는 뇌의 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안 좋았던 기억은 다 잊어버리자고 생각했다. 모든 불쾌한 기억을 수집해 Delete 키를 눌러서 머릿속에서 삭제해버리자고 마음먹었다. 그런 것이 될리는 없었지만. 결과가 어쨌든 나는 당분간 내 머릿속에 부정적인 것들이 사라졌으면 했다. 거리를 두면 멀어지겠거니 하는 생각에 부정적인 기억을 지우기로 했었다.


문제는 그렇게 잊어버리겠다 다짐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부정적인 기억에 대한 회로를 활성화되었다. 멀어졌다고 생각한 기억들이 가끔 툭 하고 등장했다. 거리를 두려고 하면 오히려 잡아삼 킬 것처럼 달라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내가 놓친 것도 있었다.


부정적인 기억을 잊어버리겠다고 시도하면 할수록 좋았던 일들조차도 까맣게 잊게 된다는 것이었다. 기억은 가위질하는 것처럼 맘에 안 드는 것만 오려낼 수 없다. 더 나아가 내가 오려내고 싶었던 안 좋았던 기억을 통해서 내가 배운 것도 있었다. 당시에 좋지 않았던 것들이 늘 그렇게 남아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가위질은 관두기로 했다. 그리고 잠깐 동안 좋았던 일들을 먼저 떠올려 보았다. 희미하게 좋은 기억들 몇 가지가 떠올랐다. 미소를 짓게 만드는 평온한 일들이었다.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무엇이 어땠냐고 물어온다면 앞으로 나는 방식을 달리해 대답할 것이다. 좋았던 기억을 먼저 떠올리고 이후 좋지 않았던 얘길 하겠다고. 하지만 짐작컨대 순서가 바뀜으로 아마 좋지 않았던 일은 잘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같은 시간에서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불행을 느끼며 우울하게 살다 간다. 예전부터 그 이유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오늘은 답을 찾은 것 같다. 하루를 100%라고 놓고 볼 때, 긍정적인 사람은 80%의 좋은 일에 감사할 줄 안다. 부정적인 사람은 20%의 안 좋은 일에 우울해진다.


나는 20%의 나쁜 일을 바라보던 습관 때문에 칭찬받던 순간에도 틀린 맞춤법 2개를 신경 쓰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나에게 주어진 80%의 풍요롭고 감사한 기회들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이번의 맞춤법 사건도 결국에 내게 큰 배움을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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