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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모르잖아. 작가의 삶

아무도 시켜주지 않지만 저는 작가가 되려고 합니다

by 김초롱


'날마다가 똑같다. 지루하게 지나간다. 그래서 괜히 뭔가 자극적인 음식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고 비행을 저질러야 신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쓴 일기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내용이다.

최근 일주일이 정말 하품 나올 정도로 지루했다.

왜 그랬을까?


다행히 나는 물어보는 것에 서슴이 없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면 주로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편이다.

나는 내 라이프 코칭을 해 주시는 트레이너님께 물었다. 대체 내가 왜 그러는지 어쩌면 좋은지... 그리고 그분이 해 준 답변에 한 방 먹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는 지금 작가처럼 살고 있어? 이게 작가의 삶이야?"



#넌 모르잖아. 작가의 삶


나는 "내 꿈을 작가예요."라고 말하고 다닌다. 마치 그래야 할 것처럼. 그래야 언젠가 그 꿈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작가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하고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마음 한편에는 뭔가 찝찝하고 씁쓸한 기분이 남은 채로.

솔직히 나는 작가의 삶에 대해 잘 모른다. 작가들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기회도 없었고 관심도 두질 않았다. 단순하게 나는 언젠가 내가 작가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었고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고 꿈꿔왔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작가들에게 갚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하나같이 내게 삶을 살아가는 힌트를 남겨줬다. 어려울 때마다 슬프고 힘들 때마다 앞을 내딛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작가들에게 얻은 그런 희망과 지혜를 나 역시 전하는 사람이 되겠노라 약속했다. 그게 내 인생에서 내가 진정으로 해야 할 할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어떤 행동을 한 것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는 작가를 꿈꾸는 회사원으로 살았다. 나의 생업을 위해 달려왔고 커리어를 쌓는 것과 연봉을 올리는 것에 시간을 투자했다. 그마저도 대단하지 않아서 계속 회사원을 할 수 있을지에도 전전긍긍한다. 회사원으로, 월급쟁이로 사는 것이 내 꿈은 아니었지만 먹고살기 위해 그것을 놓으면 절대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일을 다 포기하고 전업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지금은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하자


이렇게 미루다가 나는 언제 내 꿈을 이루지? 과연 내가 작가로 살 수 있을까? 요즘은 좀 조바심이 생긴다.

가장 공포스러운 생각은 마지막 죽는 날에 누워 내 생을 돌아보며 "와, 그때 그냥 다 관두고 여행이나 하고 글이나 쓸걸." 하며 후회하거나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꿈을 꾸는 과정만을 인생에 남기고 허망하게 죽게 될까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어떤 행동을 해야 했다. 작가의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작가들의 사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날마다 글 쓰는 루틴을 만드는 게 가장 최우선이라는 여러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심지어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에 2천 자를 억지로라도 쓴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날마다 2천 자를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라도 나의 작가의 삶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 천자라면 내 기준으로 하루 2시간 정도 집중하면 쓸 수 있는 분량이다. A4 기분으로 서너 장 정도 쓰면 된다. 그렇게 하겠다고 정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날마다 2천 자를 쓰고 있다. 이제는 한 3주 차에 접어든다.



#날마다를 살아가는 태도


그런데 이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 있었으니 그건 작가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삶을 더 면밀하고 꼼꼼하게 관찰할 줄 알아야 했다. 또 같은 사건을 보고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해석할 줄 알아야 했다.


최근 수강하게 된 김영하 작가의 온라인 강의에서는 작가가 된다는 것을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김영하 작가가 내 준 숙제인 '작가의 눈으로 관찰하기' 실습을 하면서 날마다의 출근길이 달라 보였고 내 앞에 있는 모든 사물의 묘사를 연습하게 되었다. 또 시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청각과 후각, 촉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을 다 동원해 상황을 느끼는 연습을 했다.


김영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세상에 작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작가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두가 똑같은 시선으로 삶을 바라볼 때 작가는 보통과는 다른 시선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기쁨과 슬픔, 그 이상의 감정을 경험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기 위해서 작가는 관념이 없어야 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또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말보다 더 섬세하고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내가 단 음식을 먹고 날마다 과자 한 봉지씩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지루함에 빠졌다면, 그 이유는 바로 만족감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바라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먹고사는 문제를 다 내동댕이 칠 만큼 그렇게 담력이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일은 무엇일까? 나는 객관적으로 내 생활을 바라보며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하며... 그래도 날마다 내 루틴을 지켜가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조금 더 나은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하면서... (*만약 내가 내린 결론 보다 더 나은 길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그래서 이게 작가의 삶이야?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나는 울지 않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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