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재밌고 웃긴 글을 쓰고 싶다
얼마 전, 내 글이 다음 피드에 올라가면서 조회수가 급등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얼마나 즐겁고 좋던지. 사람들이 달아주는 댓글에 너무 들뜨고 신났다. 하지만 일주일 뒤 조회수 약빨이 떨어졌고 그 이후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조회 수 높은 글을 쓸까 ‘를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최근까지 글쓰기 스트레스를 겪었다.
“덜 심각하면 안 돼? 그냥 삼행시 같은 거라도 써 봐. “ 내 고민을 아시는 선생님 한 분이 넌지시 말했다.
“삼행시라뇨! 브런치는 길고 정성스럽게 써야 조회수가 잘...”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틀에 갇혀서 쓰다가 재미를 잊었잖아.”
“!”
맞다. 나는 재미를 잃었다. 진지한 척, 잘 쓰는 척, 전문가인 척하려다가 제일 중요한 재미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재미가 없으니 전문적이고 진지하고 잘 쓴 글도 안 나온다.
나는 진지하게 삼행시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래, 선생님 말처럼 삼행시를 해보자. 하지만 역시 못하겠다.
이 또한 너무 진지하니까.
그러다가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 광고에 뜨는 삼행시나 짧은 글귀를 마주하게 되었다. 찰나에 한 문장을 읽고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었다. 출처를 보니 하상욱의 시집 속에 나오는 것들이다.
동생이 며칠 전, 10만 원짜리 개봉하지도 않은 비싼 수영복은 당근마켓에 올려도 안 팔리는데 ‘하상욱 시집‘은 아직도 중고 거래가 된다고 말한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면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은 가볍고 재밌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많은 생각을 필요 없는, 웃기고 가벼운 콘텐츠들이 우리의 일상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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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최근까지 글을 쓴다는 것을, 깊이 있고 철학을 담은 것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생각하며 나 역시 그런 책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런 글을 써야 조회수가 오르고 구독자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글쓰기가 싫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피식 대학‘을 보거나 ’ 김숙, 송은이의 비밀보장‘을 들었다. 나 역시 재밌고 웃긴 것들을 찾고 좋아하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어제 이후로 나는 쓰는 내가 재밌어야 읽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란걸 알았다. 동시에 또 재밌으려고 억지로 쥐어짜지는 말자고, 재미를 또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말자고 다짐했다.
또 사람들은 내가 뭘 쓰든지 별 상관 안 할 거라고, 당장 내가 반쪽자리 글을 쓰고 올린다고 해도 세상에 큰일이 나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가끔은 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글을 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친김에 글쓰기로 삼행시나 지어봐야겠다.
글. 글쓰기는
쓰. 쓰고 싶은 대로
기. 그냥 내 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