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의 짧은 후기(스포주의)
이 책을 연애소설이라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최근 정말 재밌게 읽은 ’ 먹을 수 있는 여자들‘은 노벨문학상 후보에만 몇 차례 오른 마거릿 애트우드의 60년대 작품이다. 그런데 지금 읽어도 전혀 옛날이야기 같지 않고 공감 가는 대목도 많다.
이 책의 주인공 메리언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자랑할만한 약혼자인 피터가 있는 여자이다. 그런데 피터와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웬일인지 답답함을 느낀다.
약혼자 피터는 여자들이 ‘결혼하기 위해 남자들을 약탈해 간다.‘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주변에 친구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모든 친구가 결혼했으니 본인도 하는 수 없이 메리언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피터는 곁으로 보기에는 매력적이고 친절한 남자로 보이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그렇다 말할 수 없는 것이 그가 여자에게 원하는 모습은 딱 정해져 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잘 어울리고 요리도 잘하고 늘 자신의 기분에 맞춰주는 그런 여자. 그래선지 언제부턴가 메리언은 피터와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의 입맛에 맞게 행동해 왔다.
하지만 결혼을 결심한 후부터 메리언은 자꾸 피터를 피하고만 싶어지고 결국 덩컨이라는 뜨내기 대학원생과 어울리는 등 회피성 일탈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터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지만 잘생기고 돈 잘 버는 완벽한 피터와의 관계를 끝낼 수 없기에 괜한 섭식장애를 겪는다.
그러다 결국 메리언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피터에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메리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결국 피터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피터와의 모임에서 잠수를 타다가 집에 돌아와 급 ‘여자 모양의 케이크’을 만든다.
그녀의 잠수로 인해 화가 난 피터는 메리언의 집으로 찾아오고, 메리언은 여자모양 케이크를 건네며 먹어보라고 하지만 결국 피터는 그 케이크를 먹지 않고 떠난다.
줄거리만으로도 재밌지만 이 책에서 또 다른 재미 요소는 책 속 남자들이 여자를 대하는 방식이다.
피터가 생각하는 여자는 ‘결혼을 위해 남자들을 꼬여내는 ‘ 부류다. 그는 자신의 동성친구들이 결혼을 하면 예전처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두고 불만이다. 그래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했을 때, 그 신부를 정말 싫어했다.
또 다른 주인공 ‘렌’이라는 남자는 젊은 여자만 여자로 보는 남자다. 특정 연령 이상의 여자는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메리언이 피터를 두고 바람을 핀 상대, 덩컨은 여자를 ’늘 자신을 보호해 줘야 할 사람‘으로 여긴다. 그는 보호는 받고 싶지만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메리언의 룸메이트 에인슬리는 아기를 같기 위해서 남자를 이용한다.
또 책 속에 나오는 메리언의 직장동료들은 아닌 척하면서 남자에게 관심 많고 질투도 많은 부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의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가볍게 공감하며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60년대에도, 지금도 연애에 있어서는 책 속의 주인공들과 똑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나 잘 묘사된 남녀관계의 이야기, 이 책은 최근까지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