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초롱 Jul 02. 2023

혼자 사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독학을 해보는 것은 어때?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 


어린 시절, 엄마는 싱글로 사는 레코드 가게 이모와 친했다. 그래서 이따금씩 저녁을 먹고 잠깐 수다를 떨러 나를 데리고 그 가게에 갔었다. 레코드 가게는 언제나 가요와 팝송 LP와 테이프로 가득 차 있었다. 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엄마와 이모는 자리에 앉아 오늘 하루 동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한참 재밌게 수다를 떨었다. 그럴 때면 나는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가수들의 앨범을 하나씩 넘겨보며 나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냈다. 


한참의 수다가 이어지다가 정적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럴 때면  엄마는 이모에게 "누구 만나는 사람 없어?"라고 질문을 했고 이모는 이제 수다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안 듯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나는 대충 집에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이모에게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모는 달랐다. 나는 이모의 속사정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나는 이모가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모는 가요와 팝송이 즐비한 레코드 벽에 기대어 거의 하루종일 누군가의 음악을 들으면서 살았고 웬만에서 그 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었다. 


엄마는 그런 이모의 모습이 왠지 아쉬워 보였나 보다. 언젠가 수다를 마치고 가게를 나오면서 엄마는 내 손을 쥐고는 "이모가 계속 혼자 살아서 어쪄냐"라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엄마는 레코드 가게에 종종 놀러 갔지만 내게 동생 두 명이 더 생기고 우리가 이사를 하면서 이모와의 인연은 끊겼다.    




내 나이 스물다섯, 사회 초년생일 때에 마흔이 가까운 싱글 선배들을 보면서 '왜 저분들은 결혼을 안 하지?'라고 생각했다. 친하게 지내면서도 그런 애기는 겉으로는 말한 적 없지만 나 나름대로 그 선배들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무슨 사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나는 결혼하지 않은 선배들에 대해서 우리 엄마가 이모에게 그랬던 것처럼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떤 면에서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해 괜히 선배를 위해 소개팅을 잡아오거나 연애를 하는 방식에 대해 어설픈 훈수를 두는 등 참 어린 행동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느덧 레코드 가게 이모나 사회 초년생 때 만난 선배들처럼 싱글인 채로 나이가 들었다. 엄마는 예전 이모에게 했던 말을 나한테 하기 시작했다. 

"너 혼자 살아서 어쩌냐." 


아이는 보고 배운 대로 한다는 말이 맞다면, 그게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해당되는 사항일까? 나는 그렇게 묻는 엄마에게 예전 레코드 가게 이모가 했던 것처럼 작은 미소만 지은 채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빽빽한 LP나 가수의 테이프가 가득 찬 공간은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책과 노트로 뒤덮인 책상에 앉아 나는 묵묵히 이게 더 나 답다고 생각한다. 

 

사회 초년생일 때, 결혼하지 않았던 선배들을 보며 했던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찾았다. 당신은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말에 나는 조금은 뻔뻔한 채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나라 말에 '어쩌다 보니'라는 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민망할 정도로 맞는 말이다. 

나는 엄청난 연봉을 받는 커리어 우먼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남자랑 못살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고 비혼이 되겠다거나 화려한 싱글이 되겠다고 결심한 적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물흐듯이 어쩌다 보니 나는 아직 혼자 살고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당분간 이렇게 살 것 같다는 것.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  


돌아보면 친한 사람들과 은근히 즐겼던 상상 중 하나가 '저 남자랑 같이 살면' 혹은 '결혼하면'이었던 것 같다. 스무 살이나 서른 초반까지만 해도 나 역시 싱글인 지인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나의 결혼생활에 대해 상상을 했었다. 


결혼이 당연하다는 가치관 속에서 꽤나 오랜 세월을 살아서인지 나는 모두가 때가 되면 결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나 역시 언젠가 결혼을 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만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 


끊임없이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찾고 결혼을 원한 지인들이 결혼을 했고, 나처럼 결혼에 대한 별생각 없이 당장 '나'에 대한 일, 나의 관심사와 지향점에 대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혼자로 남았다. 결혼에 대해 노력하지 않은 대신에 내가 얻은 것도 많은데 그 얘긴 나중에 하기로 하자. 


어쨌든 나는 당분간 나에게 집중한 상태로 살고 싶다. 그런데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혼한 삶에 대한 정보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혼자 사는 삶에 대해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없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결혼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할 수 있다. 결혼을 한 부모님 아래서 살고 결혼한 선배들이나 지인들을 보면서 결혼을 한 뒤의 삶에는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면서 알 수 있다. 


반면,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간접 체험을 할 기회가 적다. 혼자 살거나 아이만 낳아 키우는 삶의 모습이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런 모습들 또한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것으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 특이한 삶의 모습 중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나는 얼마 전,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가 있을까 하는 기대에 여러 키워드로 관련 책들을 찾아봤다. 1인 가구나 싱글을 위한 책들은 거의 부동산이나 골드 미스를 위한 재테크 쪽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나한테 필요한 건 그런 방식의 가이드는 아니었다. 


물론 재정과 관련된 것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하지만, 당장 내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하루를 잘 보내고 재밌게 살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오로지 자신 혼자 24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말이니까. 많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즐겁게 보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나 혼자 사는 삶에서 제일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1인가구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그리고 2050년 애는 1인 가구의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서는 보편적인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혼자 사는데 필요한 정보를 찾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이제는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간접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지금 혼자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24시간을 혼자서 재밌게 채우는 삶, 그리고 1인 가구로 살지만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소개해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