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건 23년 12월 20일 오후 2시다. 그때 나는 제11회 브런치 수상작을 보며 내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울었다. 그 이후로 일주일 넘게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았다.
23년 마지막 날인 오늘. 글을 쓰려고 들어왔던 것은 아니고... 예전에 쓴 글 중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다시 로그인을 했다. 그러다가 이 글을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게 기억나서 몇 글자 더 보태본다.
23년 돌아보면 가장 많이 공들였던 목표가 브런치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것이었다. 날마다 글쓰기를 했다.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글을 써 본 게 처음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책상에 앉아 10명의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부러워서 울었다. 그 와중에 참 다행이었던 것은 그날이 재택근무 날이었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가서 숨어 울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평정심을 찾은 뒤 다시 결심이 섰다. 당선이 안 됐다고 해서 글쓰기를 멈추진 않을 것이다. 내년에도 공모전은 또 있다. 무려 해년마다 있다. 그렇기에 나는 제12회 브런치 공모전에 또 도전할 것이다.
공중 분해 되어버린 마음을 다시 한 곳으로 모아 연한 결심으로 꽁꽁 묶었다. 하지만 의지의 매듭은 쉽게 풀렸고 몇 번 더 울컥했다. 후회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즐겁지 않다. 또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돌리고 싶지 않다.
그러다 애초에 공모전을 하려고 했던 이유를 되짚어 보았다.나도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보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좋은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공모전에서 상을 타려고 했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내년의 재도전을 위해 나는 다시 올해의 수상작들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의 차이를 비교했다. 독특한 소재와 눈에 띄는 키워드들이 많다. 또 이런 소재를 글로 써도 될까 싶을 정도로 솔직한 자기 경험의 글들이 보였다. 또한 스타트업과 마케팅, 브랜딩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 도움이 되는 지식이 한가득한 책들도 찾았다.
수상작의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나의 슬픔은 막을 내렸다. 엉엉 울었던 날로부터 며칠 안 지났는데 나는 벌써 내년의 공모전을 기대하고 있다. 또 무엇을 써볼지 고민하면서 벌써 설렌다. 하지만 내년에는 브런치에서만 글을 쓰진 않을 것 같다. 더 많은 기회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브런치에 너무 목매지는 않겠다.(웃음)
23년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지금,
브런치와 함께한 1년에 감사를 보낸다.
내년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