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초롱 Apr 09. 2021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 중요한 건?

마스터 클래스를 1년 구독하다.


얼마 전, 나의 인스타 피드에 'Master Classes(마스터클래스)'라는 서비스의 광고가 떴다. 어떤 알고리즘 때문에 그 광고가 내 피드에 노출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광고는 내 입맛에 딱 맞았다는 것이다. 광고 속에는 작가 마가렛 애트우드가 자신의 글쓰기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 즉시 '더 알아보기'를 눌러서 연결된 홈페이지에 들어갔고 거기서 몇 개의 프리뷰 영상을 봤다. 그리고 그다음 날, 바로 180불을 지불해 1년 구독을 신청했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배울 수 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녔던 나는, 가끔 해외 연사를 초청해 강의를 열곤 했던 서울 소재의 대학이 부러웠다. 용기를 내어 신청해보려고 해도 정원이 마감이거나 그 대학의 학생이 아니면 신청 권한이 없었다.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는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지 실제로 만난다거나 특히 그 사람에게 직접 어떤 코칭을 받는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온라인이 너무나 발달해 굳이 어떤 것을 배우러 밖에 나갈 필요가 없다. 유튜브가 처음 생겼을 때, 나는 예일대학교의 문학 수업이 무료로 오픈된 것을 들으며 뛸 듯이 기뻤다. 내가 예일대 학생은 아니고 또 그렇게 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만, 적어도 그 강의를 듣고 수업 교재를 온라인으로 받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배우는 것에 어떠한 자격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건 나를 설레게 했다. 그때 당시 오픈된 강의는 이미 4년 전에 끝난 강의들이었고 언어의 제약 때문에 수업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없지만 나는 예일대의 몇 개 과목을 들으면서 내 호기심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온라인 수업 시장이 더 활성화되어 마스터클래스처럼 소정의 돈을 지불하면 해외 유명한 작가, 요리사, 배우, 안무가들에게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최고의 스승들에게 배운다.

잘 배우려거든 최고의 스승을 먼저 찾아가라는 말이 있다. 그 분야의 정상에 오른 적이 있는 인물들에게 배운다는 것은 어떤 스킬을 배운다는 것을 넘어 한 분야의 철학을 배운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어릴 적 나는 늘 최고의 스승을 꿈꿨다.

최근 글쓰기에 흥미를 얻게 되면서 최고의 작가에게 배우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물론 글쓰기는 비용이 들지 않고 도서관만 가도 최고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작가들보다는 현재 나와한 시대에 현존하는 작가들을 만나고 싶었다. 늘 그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고 어떻게 어려움을 타진해나가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갈증들은 사이트에 들어가 클릭만 해도 해소되었다. 글쓰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노래를 크리스티나 아길레나에게 배우고, 요리를 고든 램지에게 배울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배우는 것은 나의 몫이다.

배움을 위한 기회는 확장되고 서비스는 더 유저 친화적이 되었지만 실제로 이 서비스를 구독했다 해서 내가 똑똑해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하등 상관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이 서비스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말이다.


최근 마가렛 애트우드의 글쓰기 강의 5개를 연달아 들었다. 분명 이 유명한 연사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좋은 말을 해준 것을 맞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들었다고 해서 내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녀처럼 소설 몇 개를 후다닥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피처럼 '소설을 빨리 쓰는 법', 이나 '잘 팔리는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마가렛 애트우드는 오히려 그런 스킬 대신 '연습하세요.' 라고 말한다. 오히려 강의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건, 그녀가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고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관한 것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에게 필요한 건, 어떠한 스킬이 아닌 이 분야의 전문가가 내리는 조언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도, 모두가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말 도처에 배움의 기회가 널렸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서비스여도 의미가 없다. 나는 180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배우고 연습하려고 한다.

빨간 목도리를 한 마가렛 애트우드는 오늘도 내가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